지난여름 오버워치 팬들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예선전이 끝나고, 이제 블리즈컨 본선까지 딱 1달가량을 앞두게 되었다.

지난 8월 28일 조 추첨을 통해 본선 상대를 확정 지은 각 국가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실력을 키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 팀에 대한 분석에 돌입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오늘은 8강에 오른 각 팀들이 예선에서 거둔 성적과 보여준 모습, 그리고 최근 대회에서의 모습을 바탕으로 각 대결이 어떤 구도로 흘러가게 될지를 예상해보고, 각 대결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을지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 유럽 최정상급 국가의 자존심 대결! 영국 vs 스웨덴



□ 영국 - H조 1위 3승 (vs벨기에 4:0, vs이스라엘 4:0, vs독일 4:0) / 16강 3:0 (vs대만)
□ 스웨덴 - C조 1위 2승 1무 (vs포르투갈 2:2, vs이탈리아 4:0, vs호주 3:1) / 16강 3:0 (vs스페인)

실력평점 평균 4위이자 유럽 최고 평점의 스웨덴과 실력평점 평균 6위인 영국이 8강 A조에서 맞붙는다.

스웨덴은 최근 Reinforce가 탈퇴했으나 본래 한 팀이었던 'Misfits'가 대표팀의 주축이고, Chipshajen이 속한 Team EnVyUs나 Misfits 팀 자체가 현재 컨텐더즈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기에, 현재 영국 선수들이 콘텐더스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점을 고려하면 영국보다는 스웨덴이 다소 우위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메타에서 조커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파라나 맥크리와 같은 픽도 TviQ가 있는 스웨덴이 다소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선전에서 보여준 '팀'의 완성도는 영국이 더 뛰어났다. 예선 시작 전까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Misfits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린 스웨덴이 팀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 두 국가 중에서 팀으로서의 합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영국이었다.


▲ 컨텐더즈에서 나온 TviQ의 파라



▶ 매치 포인트: SMEX와 Kruise, 영국을 4강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겐지-솔저 중심으로 예선 기간 내내 영국의 에이스 역할을 한 Kruise와 꾸준하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SMEX가 이 매치업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컨텐더즈에서 합을 맞춰가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스웨덴이 영국보다 다소 우세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스웨덴은 메인 탱커인 Reinforce로 인해서 현재 Misfits에서 탱커 라인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Mannetan과 CWoosh 둘 중 하나는 딜러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월드컵 예선 기간 동안 딜러로 나섰던 CWoosh가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Kruise는 딜러로 보직을 바꾼 이후에는 팀 자체를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활약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으며, SMEX는 현재 컨텐더즈에서 팀 성적과 별개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영국이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스웨덴을 꺾고 Kruise가 말한 것처럼 결승에서 한국과 만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궁을 쓴 솔저보다 더 빛나는 이니시에이터 및 킬로그의 SMEX

▲ 컨텐더즈에서 Kruise 겐지의 활약상. 그가 영국을 상위 라운드로 이끌 것인가?



■ 북미+유럽 팀의 연합과 단일 팀의 대결! 캐나다 vs 호주



□ 캐나다 - F조 1위 3승 (vs터키 4:0, vs싱가포르 4:0, vs러시아 3:2) / 16강 3:0 (vs네덜란드)
□ 호주 - C조 2위 2승 1패 (vs이탈리아 4:0, vs포르투갈 4:0, vs스웨덴 1:3) / 16강 3:2 (vs일본)

A조 두 번째 그룹에서는 실력평점 평균 7위의 캐나다와 13위의 호주가 맞붙는다.

객관적인 전력은 캐나다의 우위로 점쳐진다. C9은 최상위권 팀들이 출전하는 유럽 지역 컨텐더즈에서 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 예선에서 보여준 xQc의 기량이나 디바와 파라를 오가는 Mangachu 선수의 유연한 픽 변경, 그리고 그것을 맞춰주는 Roolf 선수의 픽 변경 등 탄력적인 영웅 운용은 팀으로서의 캐나다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호주는 예선에서 빛났던 '단일팀'이라는 강점을 믿고 가야 하지만, 최근 진행된 오버워치 아시아-퍼시픽 대회 로스터에서는 예선에 참가했던 Kiki와 Aetar가 제외되어 이 두 선수의 실전 경기력 체크가 어려워진 것이 불안한 점이라 할 수 있다.


▶ 매치 포인트: Mangachu-Roolf의 파르시, 다시 한번 위력을?

약 한 달 동안 진행되었던 오버워치 월드컵 예선 경기 중 최고의 명승부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유저들이 캐나다와 러시아의 -패하면 16강에서 한국을 만나게 되는, 사실상 단두대 매치였던- 조 1위 결정전을 선택할 것이다.

이 매치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ShadowBurn과 호각으로 싸우던 Agilities의 겐지가 아니라, Mangachu-Roolf의 파르시였다. Mangachu-Roolf의 막강한 파르시에 ShadowBurn도 결국 겐지를 접고 같은 파르시 조합으로 응수할 수밖에 없었고, 이 싸움에서의 승패가 양 국가의 운명을 갈랐다.

캐나다와 호주의 경기에서도 파르시는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호주는 예선에서 유연한 영웅 운용보다는 솔저-트레이서 중심의 단단한 조합을 중점적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수비/공격 시 조커 카드로는 Gunba의 솜브라 정도만 보여주었다.

현 메타에서 파라가 보여주는 강점 및 9월 20일 패치로 변경된 메르시 재설계를 고려하면, 게임에서 판을 주도하는 쪽은 파르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가 이를 어떻게 받아칠지,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 월드컵 당시 러시아의 하늘을 제압했던 Mangachu-Roolf
(출처: 유투브 Twitch Clips Mirror)


■ 8강 최고의 빅매치! 중국 vs 프랑스



□ 중국 - A조 1위 3승 (vs루마니아 4:0, vs노르웨이 4:0, vs홍콩 4:0) / 16강 3:0 (vs태국)
□ 프랑스 - B조 1위 3승 (vs아르헨티나 4:0, vs태국 3:1, vs덴마크 3:1) / 16강 3:0 (vs노르웨이)

8강에서 가장 기대되는 매치업을 꼽으라면, 바로 이 매치업을 꼽을 것이다.

단일팀으로 출전한 국가대표 중 가장 강력한 전력이자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 대표팀(Rogue)과, 실력평점 평균 1위 중국의 대결은 사실상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컨텐더즈에서 로그의 경기력이 좋지 못한 반면, 중국 대표팀의 주축인 LGD 팀은 Overwatch Premier Series 2017 서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이나마 중국의 우세를 점쳐볼수는 있다.

그러나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숱하게 많은 대회를 치러봤고, 우승도 16강 탈락도 해봤던 Rogue다. 대회가 시작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며, 9월 20일 적용된 메르시와 디바 패치도 변수가 될 수 있다.


▶ 매치 포인트: '현메타'와 '뉴메타' 상징의 격돌!

초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두 나라의 매치업에서는 특정 선수의 기량이나 역량보다는, 이 두 나라가 보여주고 있는 색깔을 주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중국은 한국 선수들이 스크림에서 새로운 조합이나 메타를 보고 따라 할 정도로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는, 8강에 오른 국가 중 뉴메타의 선두에 서 있는 팀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이에 반해, Rogue는 APEX나 기타 대회에서도 보여주었듯이 현재 메타와 안정적인 조합을 추구하는 편이다. 따라서 이 두 국가의 대결에서는 중국이 보여주는 의외의 조합이 효과적으로 먹혀들거나, 로그의 단단한 조합이 중국의 변칙적인 조합을 깨부수는 형태로 대결 구도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두 최고 수준의 팀들인 만큼, 양 팀의 선수들이 보여줄 퍼포먼스 또한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akm의 솔저와 SoOn의 트레이서가 중국을 터뜨릴지, Eileen의 겐지와 uNdeAD의 리퍼, 그리고 MG의 깜짝 위도우메이커가 프랑스의 심장을 꿰뚫을지 지켜보자.


▲ Rogue가 부진할 뿐, akm의 솔저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 디펜딩 챔피언을 꺾는 최대 이변을 노린다! 한국 vs 미국



□ 한국 - E조 1위 3승 (vs오스트리아 4:0, vs폴란드 4:0, vs네덜란드 4:0) / 16강 3:0 (vs러시아)
□ 미국 - G조 1위 3승 (vs뉴질랜드 4:0, vs브라질 4:0, vs대만 3:1) / 16강 3:0 (vs독일)

앞선 중국과 프랑스의 대결을 8강에서 가장 흥미로운 매치업으로 꼽는다면, 한국과 미국의 대결은 개인적으로 8강 대진 중 '가장 이변이 발생할 환경이 잘 조성된' 매치업으로 꼽고 싶다.

사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지난 2016년 월드컵부터 지금까지 무실 세트로 상대를 완파하고 있는 한국의 우세를 점치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은 개개인의 기량은 모두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세계 최강이며, 이에 예선에서는 당시 절정에 올라 있던 돌진 메타를 고수하지 않고 여러 조합을 점검해보면서도 흔들림 없이 승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미국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실력평점 평균으로는 한국 바로 아래에 위치한 국가가 미국(3위)이며, 조별 예선에서 대만에게 한 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이외의 국가에게는 모두 4-0패배를 안겼다. 딜러인 sinatraa와 JAKE가 "올해는 미국이 이길 것 같다"는 말을 한 것은 그저 허언은 아니었던 것이다.


▶ 매치 포인트: '홈팀' 미국, 역대 최고의 이변을 만들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두 국가의 대결은 변수가 될 부분이 상당히 많다.

우선 미국은 경기 당일 '홈팀'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현장 분위기가 미국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은 물론이다. 한국 선수들은 상당히 긴 원정을 떠나야 하며, 시차 적응이 안될 수도, 현지 음식이 맞지 않아서 지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미국에는 해당되지 않는 조건들이다. 이번 예선을 놓고 봐도, '홈팀' 중에서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국가는 폴란드가 유일하다.

또, 한국의 딜러인 '플라워'와 '새별비', 탱커인 '마노'는 APEX를 기권한 이후 지금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대회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한 점도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며, APEX에 참가 중인 루나틱하이와 LW 팀이 대회 중간에 만나서 연습하는 환경도 사실상 상상하기 어렵다.

반면, 미국은 현재 컨텐더즈에 참여하는 여러 팀과 온/오프라인 연습이 어렵지 않은 환경이며 실제로 여러 팀들과 주기적으로 연습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영웅 폭 측면에서 미국이 한국보다 '강하다'고 인정할 만한 부분도 있다. 바로 '메르시'이다.

9월 20일 적용된 패치에 따라 메르시의 활용도는 지금부터 대회까지 얼마나 변경될지 미지수이며, 이 부분에서는 아나와 젠야타를 주로 쓰는 '류제홍'과 세계 최고의 루시우로 꼽히는 '토비'보다, 현재는 루시우 위주로 플레이하지만 한때 북미 최정상급 메르시로 이름을 떨쳤던 'Adam'이 더 낫다고 평하는 유저들이 많다.

이와 같은 '변수'들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어쩌면 미국은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의 이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변수들을 미국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지난해보다 더 강해졌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아성을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