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학생과 교사 그리고 게임인이 함께하는 시간, '2017 게임인 토크콘서트'
박광석 기자 (Robiin@inven.co.kr)
재단법인 게임인재단은 금일(20일), 서울 성동공업고등학교 강당에서 게임 업계 종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개 강연 ‘2017 게임인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서울 시내 특성화고교 및 마이스터고교 학생 400여 명을 대상으로 약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행사는 게임 업계 취업 및 산업 전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졌다.
이날 행사에는 사회적 기업 ‘모두다’의 박비 대표와 ‘마녀의 샘’ 시리즈를 개발한 ‘키위웍스’ 장수영 대표, 카카오 게임사업부의 김창호 운영PM이 패널로 참여하여 미래 게임인을 꿈꾸는 학생, 담당 교사들과 함께 게임 산업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고 공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2017 게임인 토크콘서트'를 주최한 서울시 교육청의 조민희 장학관이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게임 산업 속 전문가들이 함께한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학생들이 게임 산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참여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게임인재단 박순택 이사장 예정자는 "유망 직종이자 미래 콘텐츠 산업으로 불리고 있는 게임 업예에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라며, "현업 게임인들의 생생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오늘 행사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게임인으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2017 게임인 토크콘서트- "현업 종사자들이 바라보는 게임 업계는?"
Q. 한국 게임 업계의 미래를 세 명의 패널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게임 업계에 취업하면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한가?
‘모두다’ 박비 대표(이하 박비) :'모두다'는 게임이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다가 '발달장애인들과도 함께 게임을 즐기고 싶다'라는 1차원적인 생각에서 시작됐다.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론만 말하면 '앞으로 게임 산업이 어떻게 될까?'라는 고민과 걱정은 당연히 있겠지만, 거기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그것은 앞으로 풀어가야 하는 숙제일 뿐,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해보시길 바란다.
‘키위웍스’ 장수영 대표(이하 장수영) : '키위웍스'는 요즘 트렌드와 달리 유료게임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 언젠가 내 작품을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녀의 샘' 시리즈를 패키지 방식으로 만들 때도 옛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 30, 40대 유저들만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학생들과 20대 유저들도 많은 호응을 해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는 물론 트렌드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지만,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카카오 게임사업부 김창호 운영PM(이하 김창호) : 지금의 게임 산업은 어렸을 적 직접 겪었던 게임 산업보다 정말 크게 성장했다. 간혹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가 어둡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외로 자유롭게 진출할 길이 마련되면서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Q. 게임 업계에 종사하면서 주로 아이디어, 보람은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장수영 :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많이 즐기는 편이 아니므로 평소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편이다. '마녀의 샘'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는 유난히 얼굴이 까맸던 군대 선임으로부터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또, 나 자신이 재미있었다고 기억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기획을 떠올리고, 그 기획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줬을 때 보람을 얻는다.
박비 : 사업, 마케팅, 서비스, 운영 분야에서는 하나를 깊게 파는 것보다 다양한 게임을 많이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원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책을 읽거나 여행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창호 :물론 여러 가지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보는 것도 좋지만, '몇 가지 게임을 섞어보면 새로운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다. 보람은, 역시 월급을 받는 순간에 가장 많이 느낀다.
Q. 게임 회사에 입사하고 싶고 개발도 하고 싶은데, 대학 진학이 꼭 필요한가?
장수영 : 대학 진학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정도의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게임을 계속 만들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학생 때부터 1인 개발자가 되기까지, 13년 이상 취미로 게임을 만들었던 기억이 정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도 게임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된다. 캐릭터의 이름을 짓거나 세계관을 설정하는 등, 다양한 분야서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직접 회사를 세우고자 하는 진취적인 마인드가 있는 학생이라면, 계속해서 게임 개발 경험을 쌓고 학력도 있는 편이 좋다.
박비 :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교과 과정에 따라 그대로 따라가기만 했던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대학에서는 수많은 자유가 주어진다. 인턴을 하거나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등,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포기하고 산속에서 폭포수를 맞으며 수행하는 것처럼 서두를 필요는 없다. 게임을 만들 때는 현실을 반영하거나 비트는 것이 필요하므로, 꼭 4년제 대학이 아니더라도 어떤 틀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벼려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김창호 : 게임 회사 입사라는 것을 떠나서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하고 싶다. 지금까지 나는 게임 업계에서 10년 이상을 일했는데, 앞으로 30년 이상을 계속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일을 할 수 있는 날은 많이 남았으니, 젊은 시절에 대학을 한번 겪어보는 것는 좋은 일이지 않을까? 배울 게 없다는 것은 가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Q.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가 되고 싶다. 어떤 부분을 공부하면 좋을까?
장수영 : 전문적인 조언을 줄 수는 없지만, '나는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가 될거야!'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보다 글이 좋아서 계속해서 쓰다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훌륭한 시나리오 라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최근 게임 시장에는 계속 똑같은 모습이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김창호 :우리가 입는 옷에도 유행이 있는 것처럼, 게임에도 일종의 유행이 있다. 캐주얼 게임이 인기 있는가 하면 MMORPG가 강세를 보이는 때도 있는데, 이러한 유행의 흐름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순환한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게임 시장은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박비 : 게임 회사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익이 가장 중요하므로 창의성 있는 게임을 출시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모바일 강세의 시장 상황 속에서 '배틀그라운드'라는 PC 타이틀로 큰 성공을 거둔 블루홀의 예시처럼, 언제든지 개혁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할 게임이 없지?"라고 탄식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변화를 위해 노력해보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되지 않을까?
장수영 : 흔히 말하는 '획일적'인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도 사실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어한다. 당장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다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 희망을 구체화하는 것은 지금 토크콘서트를 함께 하고 있는 학생들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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