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 향로의 시대, 원거리 딜러들이 기지개를 켰다. 한국의 '뱅' 배준식-'프레이' 김종인-'룰러' 박재혁을 비롯해 클라우드 9의 '스니키', 프나틱의 '레클레스', RNG의 '우지'까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 각축을 벌였다.

그 중 '우지'는 이번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가장 주목받는 원거리 딜러다. 2013년에 데뷔해 최초 2년 연속 결승 무대를 밟으며 존재감을 뽐냈다. 이를 시작으로 중국 무대 최초 1,500 킬 달성과 롤드컵 통산 260 킬을 돌파했다.

이 외에 '우지'는 이번 대회만 놓고 보더라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임을 증명하고 있다. 불타는 향로 덕에 봇 라인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상황에서 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삼성 갤럭시의 '룰러' 박재혁과 '코어장전' 조용인을 상대로 두 경기 모두 우위에 섰고, 프나틱과의 8강전에서는 19킬을 거두는 괴력을 보여준 경기까지 '우지'가 왜 최정상급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우지'도 타고난 재능만 가지고 현재의 위치에 오른 것이 아니다. 자신보다 뛰어난 상대에게 늘 배웠고, LCK는 늘 '우지'가 발전할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역할을 했다. OMG 시절 '우지'가 한 팀에 있던 서포터들에게 "왜 한국 서포터들처럼 하지 못 하냐"고 일갈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특명: '우지'를 피하라
전술의 핵심 '우지', 한국이 가장 경계하는 존재

세계 최고를 가리는 롤드컵 무대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팀과 선수들은 늘 존재했다. 가장 돋보였던 선수가 '우지'다. 그의 압도적인 피지컬 능력이 라인전 단계에서 매우 강력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한국 코칭스태프들 중 일부는 팀원들에게 "우지와 맞 라인에 서는 것을 조심하라"고 단단히 일러두기까지 했다. 해외선수 중 '우지'만큼 좋은 피지컬과 영리한 플레이를 보이는 선수가 드물었기 때문에 더욱 경계한 것이다.


꼭 과거가 아니더라도 올해 롤드컵에서 '우지'는 삼성 갤럭시에 일격을 날렸다. 지난해 '룰러'-'코어장전'에게 당한 패배를 갚아준 것이다. 기본적으로 RNG는 봇 라인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우지'의 성장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데, 삼성 갤럭시는 이를 알고도 봇 듀오가 정글러 개입 이전부터 '우지'를 말리는 데 실패했다.

전체적으로 초중반을 주도하는 정글러 'Mlxg'와 미드 라이너 '샤오후'의 활약이 컸기 때문에 '우지'가 다소 편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꼭 팀원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그룹 스테이지 G2 이스포츠와의 팽팽한 대결에서 '우지'는 트위치를 골라 탁월한 위치 선정과 타이밍으로 전장을 휩쓸었다. 지능적이면서 대담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현재 RNG를 지도하고 있는 이관형 코치에 따르면 "라인전 능력이나 반응속도를 보면 놀랄 때가 많다"며, "감각적인 위치 선정 능력은 다른 선수랑 비교하더라도 더 잘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롤드컵에 참가한 한국 코칭스태프들도 "항상 잘한 선수지만, 올해는 확실히 세계 최고 원거리 딜러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 팀이었던 '마타' 조세형도 "당장 한국에 와도 통할 수준의 선수다. 라인 관리와 딜 계산 능력이 엄청 뛰어나서 나도 많이 배웠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또 '우지'를 지도했던 코칭스태프들 역시 "뛰어난 피지컬만큼이나 정말 지능적인 선수다. 서포터들의 스킬 트리까지 조정해 라인전을 주도한다. 같은 프로 단계에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딜 계산 능력이 빠르다"고 덧붙였다.


'우지', "나는 특별하다"
천재 '우지', 자만심에 무너지다

그런 '우지'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바로 멘탈 관리다. 중국과 한국을 막론하고 함께한 팀원과 코칭스태프 다수가 학을 뗄 정도다. 챔피언 선택부터 연습 과정까지 모두 '우지'만의 지독한 고집이 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우지'는 평타 기반 혹은 캐리력이 뒷받침되는 챔피언을 선호하는데, 그러한 이유로 부진했던 2015년과 16년에는 "내가 이즈리얼 같은 챔피언을 하면 다른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며 연습에 소홀했다.


결국, 팀 불화를 일으키는 '우지'의 성격 탓에 "승리할 수 있지만, 우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현재 '우지'는 롤드컵 2회 준우승과 LPL 3회 준우승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올해 팀 차원의 징계성이 담긴 의미로 '우지'는 잠시 쉬어야 했는데, 역시나 팀 워크를 해치는 성향 때문이었다.

당시 '우지'는 팀의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팀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로 '우지'는 한국 서버에서 게임하는 경우가 드물다. 직접 한국팀과 연습해야 한다는 자신의 철칙이 있어서다. 끝내 팀의 오너가 직접 '우지'를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려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RNG는 '우지'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꼈다. 경험이 부족한 '밍'을 포함해 봇 듀오를 신예로 구성하기가 무척 어려웠고, 전투와 관련된 오더를 내리는 '우지'가 없다 보니 후반에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정글러 'Mlxg'와 미드 라이너 '샤오후'의 초중반 강력함을 신예 원거리 딜러가 거름 삼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우지'를 보유한 팀에서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는 늘 그의 복귀였다. OMG에 있을 때도 '우지'는 팀원들과의 불화로 경기 출전을 거부한 바 있다. 이후 팀의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시즌 막바지에 다시 엔트리에 포함됐고, 자신의 특별함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선택의 기로에 서다
팀 플레이어로 진화한 '우지'

시간이 흘러 '우지'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중국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인물이지만, 우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우지의 저주'라는 놀림감이 된 지도 오래다. 때마침 자신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불타는 향로가 득세하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케이틀린처럼 선호하는 유형의 챔피언도 떠올랐다.


이제 팀이 자신의 성장에 집중하는 만큼, '우지'는 안정적인 움직임을 취한다. 과거만 하더라도 호흡을 맞추지 못하는 서포터를 꾸짖는 일이 잦았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 또 트리스타나, 트위치 같이 이동기나 은폐 등의 스킬을 보유한 챔피언으로 암살을 즐기는 플레이도 이번 롤드컵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여전히 상대의 허를 찌르는 움직임은 위협적이다. 그러나 자신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해 적극적인 움직임정도만 취한다. 과하지 않은 '우지'의 플레이 덕에 팀원들의 부담이 덜해졌다. 그리고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무기력하게 포기했던 과거도 떨쳐냈다. G2 이스포츠에 패한 경기에서 '우지'는 '밍'과 함께 집중 견제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텨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분명 롤드컵 진출팀이 확정됐을 때만 하더라도 중국 내부에서는 RNG가 가장 강하다는 분석은 소수였다. 그리고 롤드컵이 개막하자 그런 평가는 뒤집혔다. 중국 현지 관계자들은 "RNG에는 우지가 있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며, '우지'의 변화한 모습에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한국과 중국 그리고 전 세계가 주목 하고 있는 현실. 이것이 '우지'의 현 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