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진행된 경기에서는 김택용과 이영호가 눈부셨다. 한 시대를 대표했고 지금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둘은 상대를 압도했다. 김택용은 본인의 장기인 다크템플러를 활용한 견제로 손쉽게 저그를 공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영호도 만만치 않은 상대인 박성균을 상대로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며 승리를 거뒀다.
◆ "저그는 이렇게 상대하는 거야!" 김택용이 보여준 다크템플러 활용법
ASL S4 마지막 프로토스, 김택용은 강했다. 좋은 기세로 8강까지 진출한 박준오를 상대로 본인의 장기를 발휘하며 프로토스가 저그를 잡는 훌륭한 예시를 보여줬다. 첫 세트는 골드러시에서 진행되었다. 초반부터 프로브를 통해 저그의 앞마당 건설을 견제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박준오는 앞마당에 이어 미네랄 멀티까지 가져가며 레어 테크트리를 확보했다. 정성적인 운영을 통해 김택용을 잡겠다는 의도였다. 김택용도 무난하게 커세어 생산 후 템플러 아카이브까지 건설하며 중, 후반 운영을 도모했다. 먼저 칼을 빼든 것은 김택용이었다. 커세어로 정찰과 함께 오버로드를 견제한 뒤 다크템플러 1기가 저그의 빈틈을 노렸다.
김택용을 대표하는 저그전 플레이가 커세어에 이은 다크템플러이기에 박준오도 그에 맞는 수비 라인을 갖추고 있었다. 멀티와 본진에 오버로드, 히드라리스크를 배치해 견제를 막고자 했다. 그러나, 김택용은 과감했다. 다크템플러를 돌려 저그의 본진 지역에 들어간 뒤 커세어로 오버로드를 처치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히드라리스크에게 커세어를 잃기도 했으나 결국 다크템플러로 드론 3기를 잡고 시선을 끌었다.
김택용은 질럿과 하이템플러 조합이 갖춰지자 박준오의 미네랄 멀티에 공격을 가했다. 박준오는 당황한 듯 하이템플러 싸이오닉 스톰에 히드라리스크를 잃었다. 동시에 셔틀을 통한 다크템플러 드랍이 시도되며 동시다발적인 교전이 펼쳐졌다. 난전의 승자는 김택용이었다. 질럿 소수로 멀티를 견제하며 다크템플러 견제가 반복되자 박준오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결국 박준오는 질럿, 드라군, 하이템플러로 조합된 프로토스의 한방과 다크템플러 견제를 버티지 못하고 1세트를 내줬다.
이어진 2세트도 비슷한 초반 양상이었다. 김택용은 프로브로 저그의 뒷마당 멀티를 최대한 늦추며 더블 넥서스를 가져간 뒤 커세어를 모았다. 박준오가 히드라리스크로 김택용 앞마당에 압박을 가하는 사이, 다크템플러 드랍이 저그의 본진에 떨어졌고 드론 처치와 자원 채취 방해라는 성과를 얻었다. 견제를 하면서 프로토스는 한방 병력을 갖출 시간을 벌었다.
이후 대규모 전투가 펼쳐졌다. 김택용은 드라군과 질럿, 하이템플러로 공격에 나섰고 언덕 위에 있는 저그의 러커, 히드라리스크를 상대했다. 이때 보여준 전투력은 박준오도 훌륭했다. 강력한 프로토스의 한방을 상대로 지형의 이점을 살려 전투를 승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김택용은 오버로드가 없는 빈틈을 노려 다크템플러 1기로 언덕의 러커를 잡았다. 김택용의 견제와 멀티태스킹 능력, 그리고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 보여준 다크템플러 활용법이 인상적인 경기였다.
김택용은 이어진 3경기도 커세어 다수를 모은 뒤 질럿 찌르기 한 방으로 승리를 거뒀다. 세 경기 모두 위기가 없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저그 상대법을 제대로 발휘한 8강전이었다. 본인을 대표하는 커세어와 다크템플러 조합, 그리고 난전 유도를 통해 박준오를 압도했다. 김택용은 프로토스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저그전 운영을 보여주며 두 시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박성균의 날카로운 공격을 모두 막아낸 이영호, 4강 진출 성공!
우승자 출신의 두 테란, 이영호와 박성균이 맞붙은 8강 4경기도 화제가 되었다. ASL 3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이영호의 우세가 점쳐지긴 했으나, 끈질긴 근성으로 8강까지 올라온 박성균이기에 쉽게 결과를 예측하긴 어려웠다.
골드러시에서 시작된 1경기, 두 선수는 모두 전진 배럭을 건설했다. 서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사이, 박성균이 조금 더 빠르게 가스를 채취했고 전진 배럭 근처에 팩토리까지 올렸다. 이때, 이영호의 날카로운 감각이 빛났다. 이영호는 배럭에서 생산된 마린 1기로 정찰을 하기 시작했고, 근처에서 건설되고 있던 팩토리를 찾아냈다.
곧이어 양측의 마린간에 소규모 교전이 펼쳐졌다. 적은 병력이었으나, 전진 건물이 있었기에 초반 교전이 매우 중요했다. 마린 싸움에서는 박성균이 승리하며 주도권을 잡는 것 같았다. 박성균은 마린 2기와 벌쳐 1기, SCV 1기로 이영호에게 압박을 가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박성균의 주병력을 수비하기 위해 언덕에 병력을 배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영호는 처음 생산된 벌쳐로 공격을 떠나는 판단을 보여줬다.
이 선택은 주효했다. 박성균의 주병력은 SCV와 생산되는 벌쳐로 막았고 공격에 나선 한기의 벌쳐로 박성균의 SCV를 4기나 처치했다. 이영호다운 과감하고도 정확한 판단이었다. 이영호는 이후 골리앗을 생산해 시간을 끌었고, 그 사이 레이스가 생산되었다.
단순 화력에서는 시즈 탱크를 보유한 박성균이 앞서 보였으나 이영호의 언덕 수비를 쉽게 뚫기는 어려웠다. 단 한기의 레이스가 생산되자 이영호는 박성균의 시즈 탱크 라인을 걷어내는 데 성공했다. 제공권을 장악한 이영호는 벌쳐의 스파이더 마인으로 상대 병력을 제거하며 선취점을 가져갔다.
아쉽게 1경기를 패배한 박성균은 이어진 2경기에서도 전진 배럭을 시도했다. 그리고 3기의 마린으로 압박을 가하며 앞마당에 멀티를 건설했다. 멀티 자체는 이영호의 뒷마당이 조금 더 빨랐기에 불리할 수 있는 상황, 박성균은 과감하게 뒷마당 추가 멀티까지 건설하며 자원에서 앞섰다.
이영호는 자원에서 다소 뒤처졌으나 시즈 탱크를 전진시켜 언덕 지형에 먼저 자리잡았다. 불리한 자원 상황을 지형을 활용하는 병력 배치로 극복하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그리고 이 선택은 승리의 발판이 되었다. 박성균은 자원과 물량으로 꾸준히 이영호의 시즈 탱크 라인을 공략했다. 그러나, 이영호의 수비는 단단했고 쉽게 뚫리지 않았다.
박성균은 소수 벌쳐 견제와 드랍 등으로 이영호를 계속 괴롭혔다. 결국 물량의 힘으로 이영호의 병력을 제거했으나 이영호도 빠른 업그레이드를 바탕으로 팽팽히 맞섰고 결국 인구수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양측이 맵을 반으로 나눠 동등한 자원을 확보하던 상황에서 이영호는 드랍쉽을 활용하며 중앙 지역의 멀티까지 가져갔고, 결국 박성균을 또다시 제압했다. 불리한 상황을 뒤집는 이영호의 단단함이 인상적인 경기였다.
기세가 오른 이영호는 3경기까지 가져갔다. 초반 박성균의 레이스에 피해를 입었으나, 수비에 성공한 뒤 역 레이스를 준비했다. 시즈 탱크 위주의 병력이 갖춰져 있던 박성균은 레이스에 큰 피해를 받았고 결국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박성균의 날카로운 공격을 모두 막아낸 이영호는 3:0 승리를 거뒀고, ASL 3연속 우승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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