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메타가 정착한 초창기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서포터의 역할은 한정적이었다. 라인전 단계에서 아군 원거리 딜러(이하 원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한타 페이즈에서 쉴드나 회복 스킬을 통해 아군을 보호하는데 충실했다. 처음으로 서포터의 역할에 변화를 제시한 선수는 '매드라이프' 홍민기였다. 그는 강력한 이니시에이팅과 슈퍼 플레이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소위 말하는 '서폿 캐리'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며 서포터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두 번째 변화는 '운영'이었다. 2014년 삼성 왕조를 탄생케 했던 탈수기 운영은 '마타' 조세형으로부터 출발했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를 떠올리게 하는 발빠른 합류나 적절한 와드 설치를 통한 시야 장악, 그리고 오차 없는 오더는 절로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홍민기와는 또 다른 의미의 '서폿 캐리'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 프로씬의 수준이 월등히 성장하면서 이제 서포터는 위에 나열한 모든 역할을 수행해 내야만 최고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 갤럭시 '코어장전' 조용인의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아군 보호, 이니시에이팅, 시야 장악 등 서포터의 기본 소양은 물론이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플레이 메이킹 능력까지 갖췄다. 최고 수준의 지역 리그라 불리는 LCK의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완성형 서포터'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그런 조용인은 이번 롤드컵 무대에서도 제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2016 LCK 서머 시즌에 돌연 원딜에서 서포터로 포지션을 변경한 조용인이 본격적으로 눈도장을 찍은 건 2016 롤드컵 선발전이었다. 정규 시즌에서 연패를 거듭하며 포지션 변경이 과연 좋은 선택이었는지 의문을 자아냈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무대일 수 있는 롤드컵 선발전에서 엄청난 경기력으로 팀을 캐리, 모든 논란을 불식시켰다.

그의 활약은 이어진 롤드컵에서도 계속됐다. 8강에서는 KDA 38이라는 독보적인 수치를 기록하기도. 특히, 자이라와 카르마로 보여준 강력한 라인전이나 탐 켄치를 활용한 판을 짜는 능력은 그가 왜 완성형 서포터로 평가받는 지를 제대로 입증했다. 조용인의 전천후 활약을 앞세워 삼성은 롤드컵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7 롤드컵은 그런 조용인에게 유리한 메타가 아닌 듯 싶었다. 궁극의 아이템 '불타는 향로'가 지배자로 떠올랐고, 잔나나 룰루 같이 아군 보호에 특화된 챔피언이 1티어로 분류됐다. 선수 개인의 플레이 능력보다 향로와의 시너지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그룹 스테이지에서 RNG '밍'의 잔나에 2전 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조용인은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그 능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힘들 거라 예상했던 롱주 게이밍전에서 삼성 갤럭시는 정통 향로 챔피언을 금지하고, 라칸과 타릭 같이 플레이 메이킹이 가능한 유사 향로 챔피언을 가져오는 전략으로 조용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결과는 3:0 완승이었다. 세주아니를 쥔 '앰비션' 강찬용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띄긴 했지만, CC 연계에 큰 힘을 실은 조용인의 플레이도 분명 빛이 났다.


4강 WE전에서는 정통 향로의 무서움도 한차례 보여줬다. 2세트서 잔나를 플레이한 조용인은 흠잡을 데 없는 스킬 활용으로 아군을 지켜내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자르반, 럼블, 갈리오의 궁극기 연계를 '구원'과 '계절풍'으로 상쇄하는 플레이는 향로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 바탕에는 조용인의 완벽한 스킬 분배가 있었다.

조용인은 말 그대로 완성형 서포터다. 서포터로서 필요한 능력치가 완벽한 오각형을 그리고 있다. 결승 상대인 SKT T1에게 분명 위협적인 카드가 될 것이다. 현 서포터 중 가장 좋은 폼을 보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조용인. 그에게 남은 것은 이제 롤드컵이라는 큰 무대의 우승 타이틀뿐이다.

영상 출처 : LoL Esports 공식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