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지스타가 역대 최다 관객(22만 5,392명)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언제나 그래 왔듯 수많은 종류의 게임과 이벤트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게임은 역시 플레이어스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였다.

국내 개발사인 블루홀의 신작 배틀그라운드는 출시하자마자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고 가장 핫한 게임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판매량은 무려 2,100만 장을 돌파했으며, 최다 동시 접속자 수 250만을 기록하고 있다. 그 인기에 힘입어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는 대상을 거머쥐기도.

이처럼 탄탄한 유저층과 보는 재미 덕분에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역시 각광을 받았다. 이번 지스타에서 배틀그라운드 부스에 많은 관심이 쏠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바로 아시아 최고의 팀을 가리는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사전에 열린 선발전에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장단점이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에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스타의 막이 올랐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압도적인 대회 부스였다. 배틀그라운드 대회장은 게임 특성상 80명의 선수와 PC를 수용해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할 뿐더러 자칫하면 번잡스러워 보일 수 있는 규모다. 블루홀은 층을 나누어 부스를 설계함으로써 이를 극복했다. 80대의 PC가 좌우 대칭을 이루며 정갈하게 배치된 모습은 남다른 포스를 풍겼다. 또한, 각 선수의 모니터 위에는 'ALIVE'라고 적힌 전광판이 설치돼 관람객은 해당 선수의 생존 여부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현장에는 옵저버의 화면을 보여주는 스크린 5개가 설치됐다. 가장 큰 스크린으로 메인 중계 화면을 송출하고, 나머지 스크린으로는 다른 옵저빙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현장을 찾은 관람객은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열릴 경우에도 다른 장면을 놓치지 않고 함께 볼 수 있었다. 중계 화면에 모든 상황을 담지 못한다는 단점을 오프라인에서나마 어느 정도 극복한 것이다.


대회 전날인 16일에는 현장은 찾은 팬들을 위한 이벤트성 대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팬들에게는 선수들이 직접 경기를 펼칠 부스에 앉아 직접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이벤트 대회에는 타 종목 선수, 스트리머, 해설가 등 유명인이 함께해 더욱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지스타라는 게임쇼에 걸맞은 참여형 오프라인 이벤트였다.

대회 진행은 기대 이상으로 매끄러웠다. 현재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는 것은 '경기 지연'이다. 80명의 인원이 참가하는 만큼 튕김 현상이나 장비 문제로 인한 지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일 진행된 트위치 PUBG 스쿼드 선발전에서는 무려 6시간 동안 경기가 지연됐다. 하지만, 현장에 설치된 대회용 서버로 열린 이번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적 모습을 보여주며, 충분히 극복 가능한 사안임을 증명했다.

e스포츠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중계와 옵저빙 역시 좋았다. 이미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증명한 김동준 해설과 '지수보이' 김지수 해설, 그리고 노련한 성승헌 캐스터가 함께한 이번 중계는 당연히 팬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옵저빙도 교전 상황이나 중요한 장면을 꽤 잘 담아내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 트위치 중계 화면 캡처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하이라이트 분석실'도 신선했다. 매 라운드 종료 후 진행된 '하이라이트 분석실'은 해당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은 리플레이 영상을 심지수 분석가의 설명과 함께 보여주는 코너였다. 덕분에 팬들은 라이브 상황에서 놓친 주요 장면을 확인하거나,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선수들의 전략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한 아쉬움이나 고려해야 할 점도 남아있다. 먼저, 선수 대부분이 초반에 파밍 위주의 전략을 짜다 보니 교전이 일어나지 않아 보는 재미가 다소 반감된다. 솔로와 듀오 모드에서는 이런 부분이 좀 덜 하지만, 주력으로 삼고 있는 스쿼드에서는 초반 교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킬보다 순위의 포인트 비중이 훨씬 크다 보니 교전보다는 안전한 곳에서 버티는 플레이로 상위권을 노리는 팀이 나오게 된다.

실제로 스쿼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중국의 iFTY 팀은 수비적인 플레이로 네 라운드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며 무승 우승을 거뒀다. 이 선수들의 우승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앞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면 선수들은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며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고, 결국 보는 재미는 떨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보는 재미를 더 키우기 위해서 대회를 1인칭으로 진행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을 포함한 대부분의 배틀그라운드 대회는 3인칭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20일 미국에서 열린 IEM 시즌12 오클랜드 배틀그라운드가 1인칭으로 실시됐고, 기대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내면서 이런 의견이 등장했다.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사항이다.

이번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은 지금까지 열린 사전 대회로 다져진 기본기와 신선함을 불어넣은 새로운 요소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앞으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전진해야 할지 그 표지판을 세운 것이다. 분명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았지만, 옳은 방향을 잡고 성장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명실상부한 e스포츠 종목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