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흥행 게임을 넘어서 이제 e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플레이어스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80명의 선수가 동시에 뛰어내려 생존 경쟁을 펼치는 게임 특성상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열리게 되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때문에 중계진과 옵저버는 시청자에게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야 하는지를 늘 선택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배틀그라운드는 그 어떤 종목보다 중계진과 옵저버의 역할이 중요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죠.

이름값 있는 대회가 하나 둘 진행되면서 배틀그라운드 중계에 뛰어드는 캐스터와 해설가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이 걸출한 경력을 지닌 중계진이었는데, 그중 잘 알려지지 않아 오히려 눈에 띈 해설가가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지수보이' 김지수 해설입니다. 해설가의 길로 접어들기 전 취미로 스트리밍을 해왔다던 그는 글로벌 오프라인 대회인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의 중계까지 잘 소화해내며 배틀그라운드 팬들에게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습니다.

경기 안의 선수와 시청자가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각 같은 해설가가 되고 싶다는 '지수보이' 해설. 그가 생각하는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함께 만나보시죠.




Q. 안녕하세요! 먼저 인터뷰를 보고 계실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지수보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31살이고요, 현재 배틀그라운드 해설가로 활동 중입니다.


Q. 해설로 데뷔를 하시기 전에는 그렇게까지 유명하지 않았는데, 그전까지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되게 다양한 일을 했어요. 사람들이 뱅크보이, 뱅크보이 이렇게 말씀 하시는데 은행에만 다닌 건 아니에요. 은행에는 정말 짧은 기간만 있었고요. 막일도 했었고, PC방 아르바이트나 현금 수송 요원도 했었어요.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많이 했죠.

그리고 취미로 개인 방송을 열심히 했습니다. 스트리밍을 하게 된 계기는 게임을 정말 좋아하기도 했는데, 혼자서만 하다 보니 외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외로움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풀어보고 싶었었죠. 그렇게 시작해서 5년 정도 했어요. 배틀그라운드 출시 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카운터스트라이크, 그리고 각종 스팀 게임을 주로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웃음). 시청자도 많이 없었고.


Q. 배틀그라운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시청자분들이 이 게임을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재미있다고. 추천을 받고 하게 됐는데, 그때는 컴퓨터가 한 대뿐이라서 소위 말하는 렉이 굉장히 많이 걸렸어요. 그래서 빚을 내서 컴퓨터를 하나 더 장만했죠. 그렇게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추천할 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자유도도 높고, 제가 기존에 해왔던 어떤 게임보다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시청자도 꽤 많이 늘어나면서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죠.



Q. 배틀그라운드는 확실히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죠. 그게 인기의 비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면 플레이어이자 스트리머에서 해설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게임스컴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이 끝나고 나서 선수들이 전문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니즈가 있었어요. 웬만한 선수들에게는 공방의 수준이 낮다 보니까 큰 도움이 안 됐거든요. 정말 실력자들만 모아 놓은 스크림 경기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마침 제가 커스텀 게임을 개설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경기 운영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블루홀 관계자 분의 제안을 받아서 하게 됐어요.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죠.

그게 일명 '앵그리 스크림'이었어요. 비공식이긴 했지만, 그런 스크림이 한, 두 회 이어지다 보니까 관계자 분들이 괜찮게 봐주셨나봐요. 추천에 추천이 이어져서 연락이 왔더라고요. 한 번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그때는 이렇게까지 큰일이 될 줄 모르고 승낙을 했죠(웃음).


Q. 전문적인 해설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박상현 캐스터-김동준 해설과 호흡을 맞추게 됐어요. 처음부터 e스포츠 중계의 살아있는 화석(?)과 같은 분들과 함께하게 된 기분이 궁금합니다(웃음).

저는 그분들의 중계를 보면서 자라왔던 세대에요. 두 분의 중계 경력을 합치면 아마 제 나이보다 많을 거에요. 박상현 캐스터님 같은 경우에는 오디션으로 데뷔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김동준 형님은 프로게이머 시절에 경기를 플레이하는 걸 봤어요. 그렇다보니까 되게 신기하고 꿈같죠.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에요. 그 연예인이 나한테 말을 걸어주고, 카톡도 하고 있고. 아직도 꿈만 같고, 그만큼 부담감도 커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어요.


Q. 함께 중계를 하면서 느낀 두 분은 어떤가요?

워낙 잘 케어를 해주셔요. 상현이 형님도, 동준이 형님도 제가 어떤 점이 부족한 지를 정확히 알고 계시고, 조언이나 충고를 아끼지 않는 스타일이세요.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고급 과외를 듣는 기분이에요.



Q. 한국 대표 선발전 이후에 곧바로 지스타에서 열리는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의 중계를 맡으셨습니다. 정말 큰 무대였는데,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에 합류하게 됐다는 건 선발전을 준비하면서부터 알고 계셨나요?

아뇨, 전혀 몰랐어요. 카카오TV 인비테이셔널이 끝나고 나서였나. 집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그 소식을 듣게 됐어요. '왜 저한테...?'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죠(웃음). 정말 뜻밖이었고, 영광이었고, 한편으로는 큰 짐이었어요. 오프라인 대회는 처음이라 무섭더라고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Q. 그렇게 시작된 이번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의 중계는 꽤나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그래도 직접 해설을 한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저 스스로, 제 해설에 한해서는 불만족스러웠어요. 정상급의 중계진 분들과 함께한 자리기도 했고, 현장에서 지켜보시는 분들도 너무 많았고, 글로벌로 생중계 되다 보니까 긴장을 너무 많이 했어요. 멘트도 꼬이고, 단어 선택도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 보는 유저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하려다 보니까 기존 유저분들께는 너무 당연한 말만 한다는 느낌을 드릴 수밖에 없었죠. 10점 만점에 6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첫 오프라인 대회다보니까 떨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분위기를 좀 바꿔서 이번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기간 동안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회 전날 진행했던 이벤트전을 재미있게 봤거든요.

이벤트전에서 제가 첫 라운드 4등을 했었죠. 동준이 형은 조금 빨리 떨어지시고. 하하. 일단, 선수들이 직접 플레이하는 무대에 제가 앉았다는 것도 신기했고, 유저분들과 함께 하니까 더 신나더라고요. 곁에 와서 먹을 것도 주시고.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해달라는 분들도 계셨어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Q. 배틀그라운드 게임 자체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보려고 해요. 먼저, 해설가의 시선에서 배틀그라운드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에게 큰 어필이 됐다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부분에서 사실적이고요, 매 경기 새로운 시나리오가 그려진다는 점 때문에 계속해서 유저들이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보면 재미있는 상황이 굉장히 많이 나오잖아요. 차를 운전하다가 갑자기 차가 뒤집혀서 4명이 다 뛰어간다거나, 레드존에 맞고 죽는다거나.

무엇보다도 듀오나 스쿼드 같이 팀을 이뤄서 협동한다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초반에 아이템 파밍을 하면서 팀원들끼리 수다를 떠는 재미도 있죠. 방송에도 최적화된 게임인 것 같아요. 수다 떠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시는 시청자 분들도 꽤 계시잖아요.


Q. 반면에 아직 문제점도 꽤 남아있는 상태예요. '지수보이' 해설님이 보시기에 현재 배틀그라운드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비인가 프로그램이요. 다 똑같이 맨손으로 공평한 상황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이 게임의 매력 중 하나인데, 비인가 프로그램은 그걸 모조리 무시하는 거잖아요. 단 1명이라도 비인가 프로그램을 쓴다면 나머지 모두의 룰을 깨버리는 행위가 되는 거죠. 빠른 대처를 해주셔야 유저들도 마음 놓고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펍지(배틀그라운드 개발사)도 차후 패치를 통해서 핵을 모두 잡아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으니 유저분들께서도 걱정이 되더라도 조금만 믿어주면 될 것 같아요.


Q. 게임 모드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스쿼드보다는 솔로나 듀오가, 3인칭보다는 1인칭이 보는 재미가 더 크다는 말이 나오고 있죠. 하지만 어쨌든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모드는 3인칭 스쿼드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듀오는 일단 논외로 할게요. 솔로와 스쿼드를 비교하자면, 솔로는 스타 플레이어 탄생에는 최적의 콘텐츠인 것 같아요. 마지막 단 한 명이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배틀로얄의 철학에도 맞는 것 같고. 이번 아시아 인비에서도 '섹시피그' 선수가 압도적으로 1등을 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잖아요.

그럼에도 스쿼드가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가 4명에게 분산되다 보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혹은 집단으로 움직이다 보니 극도로 몸을 사리는 게 정석적인 플레이가 되어서 그런 거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심리전이나 조심스러운 이동 동선 등을 보면 깨알 같은 재미가 많아요. 그리고 여러 대의 차량을 이용해서 엄폐하는 세세한 전략들은 정말 박수가 절로 나오기도 하죠. 이런 것들을 옵저버가 잘 잡아준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1인칭과 3인칭은 관점의 차이인 것 같아요. 김동준 해설님은 유저들이 실제로 많이 즐기는 3인칭 모드에서 경기가 이루어져야 공감대도 얻을 수 있고, 대회의 방향성에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그 기조에는 동의하는데, 보너스로 1인칭 라운드를 하나 정도 더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1인칭에는 이런 매력도 있다는 걸 소개해드리고 싶거든요. 1인칭이 3인칭에 비해 불편한 시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피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제 생각에 1인칭은 인간의 허술함을 잘 보여주는 게임 모드라고 생각해요. 그만의 재미가 있죠. 그래서 보너스로 한 라운드 정도는 넣어도 좋을 것 같아요.



Q. 아직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초장기이다 보니 중계 스타일이 확립된 상황은 아니잖아요. '지수보이' 해설님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중계를 하고 계신가요?

스토리 라인 같은 경우에는 경기 외적으로 많이 연구를 하고 있어요. 개인 방송을 보면서 이 선수가 어떤 역사를 걸어왔고, 어떤 팀을 거쳤고,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를 정립해서 '이 팀은 이런 팀이다' 라는 걸 소개하면서 중계를 하면 시청자분들이 이해하고 습득하시기 편하실 거에요.

그런 베이스를 깔고 경기에 들어갔을 때는 그 순간순간에 집중을 하죠. 어떤 팀이 어떤 스토리가 있든 간에 경기 안에서는 한 팀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경기 안에서는 어느 팀이든 승리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배틀로얄의 철학과 같은 중계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상황에 따라 전략 전술이나 팀 간의 유불리 같은 디테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Q. 답변을 듣다 보니 떠오른 건데, 선수 개개인의 스토리를 알기 위해서는 준비 시간이 상당할 것 같아요. 개인 방송도 다 챙겨봐야 하고. 중계 준비는 어떤 식으로 하시나요?

아무래도 중계 준비는 시간을 정말 많이 소모하죠. 제가 개인 방송을 정말 열심히 했었거든요. 보통 한달에 4~5일 쉬는 게 일반적인 스케쥴이었는데, 10월에는 보름, 11월에는 하루 이틀 정도밖에 못할 정도로 경기 준비에 몰두했던 것 같아요. 두 대의 컴퓨터에 선수들 개인 영상을 7~8개씩 띄워두고 계속 보다가 재미있는 장면이나 이슈가 나왔을 때 저만의 노트에 메모를 해둬요. 그리고 중계 때 이 이야기를 어떻게 부드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고요. 실제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만족하시는 팬분들도 계신다고 알고 있어요.




Q.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직업 같아요. '지수보이' 해설님은 앞으로 어떤 해설가로 대중들에게 남고 싶으신가요?

'이 사람하면 이것' 이라고 바로 떠오르는 해설가보다는 무채색에 가까운, 어디에 묻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해설가가 되고 싶어요. 또, 시청자분들이 제 해설을 통해 자연스레 경기 내용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선수와 시청자 사이의 교각 같은 역할이랄까요. 경기 안의 선수와 시청자분들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요.


Q. 이번에 아프리카TV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아프리카TV 배틀그라운드 리그(APL)' 파일럿 시즌에 중계진으로 참가하게 되셨어요. 이에 대한 각오도 부탁드립니다!

처음으로 긴 호흡의 배틀그라운드 공식 리그가 생기는 건데, 박상현 캐스터님과 김동준 해설님과 저의 호흡으로 이뤄지는 중계이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고 계실 거에요.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준비도 잘하고, 이전에 언급됐던 단점도 다 보완해서 다양한 재미와 실속 있는 중계로 인사드리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아주 소중한 제 시청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해설가로서 첫 발걸음을 내디뎠는데, 계속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정진해서 좋은 해설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