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게임PD, 게임 개발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시나리오 작가, 시스템 엔지니어, GM, 홍보마케팅 등등, 게임관련 서비스업을 제외한 게임컨텐츠 제작 배급만을 사업영역으로 하는 한국의 게임업체에만 수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게임산업이 성장하면서 게임관련 업무를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는 물론, 몇 해 전부터는 대학에 게임관련 학과가 설치되고 있고, 게임 전문 고등학교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게임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게임업계의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종사자는 많지만 고급 개발자들은 소수이며, 고급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별로 없다’고... 그래서 실제 게임 개발자들은 학원이나 학교에서 쉽게 배우기 어려운 노하우 등의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카페 등을 만들고 서로간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오늘 소개하려는 ‘게임 연구소’의 취지도 이와 같다.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게임 개발자들의 스터디 모임인 셈이다. 게임 연구소는 5000여명 이상의 게임 개발자(또는 지망생)가 활동하는 게기모(현업 온라인 게임 기획자 모임) 카페의 ‘게임 분석 모임’이다.

1인 개발 게임 '신마법의 대륙' 개발자인 펭구리 엔터테인먼트 김태환 대표가 2008년 초부터 게기모에서 게임 분석자료들을 토대로 시작한 모임으로, 게임 개발자, 지망생들이 모여 매주 테마를 잡고 게임을 분석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게임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 [인물] 게임계의 안선생님? 게임연구소장 김태환 대표 』 바로가기 [클릭!!]



[ 게임개발자라면 군침도는 주제들에 대한 분석이 진행중이다. ]



최근에는 2D 액션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의 분석을 진행 중인데, 던파의 퀘스트, UI, 몬스터, 던전, 아이템 등의 시스템적 분석부터 유료화 구조 및 던파의 경쟁작에 대한 분석까지 폭넓은 분석이 진행중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던파 분석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어떤 분석이 나왔을까? 현재까지 적지 않은 게임들이 제2의 던파를 표방하며 등장했지만, 아직까지는 던파의 아성을 무너뜨린 게임은 없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살짝 엿보도록 하자.



게임연구소 모임 위치는 펭구리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토요일 저녁 7시. 사당역 6번 출구로 나와서 아웃백을 끼고 돌아 찾아간 펭구리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지난 인터뷰 때 이후로 두 번째 찾아가는 장소였다. 이미 김태환 대표를 포함해 6명이 다양한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 상황.

재미있는 것은 모임의 멤버들 중 처음 찾아온 사람도 몇 명 있었다는 것이다. 매주 오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항상 새로운 얼굴을 볼 수도 있는, 상당히 개방적인 모임이라는 것이 첫인상이었다.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게기모의 회원들로 모 게임의 그래픽 디자이너, 모 게임의 기획자, 모 게임사 퇴사자, 게임학과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본격적인 게임 분석에 들어가기 앞서 모임에 찾아온 사람들간의 짧은 소개와 인사, 업계에 대한 이야기 등 친목을 다지며,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신선한 정보 교류의 장이 되었다. 주말 저녁시간에 시작하는 모임, 자신들의 여가 시간을 기꺼이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맞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만으로 유대감은 어렵지 않게 다져졌고 이후 본격적인 게임 분석, 토론 자리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물론 저녁식사를 하지 못한 참석자를 위한 빵과 음료수 또한 기자를 설레게하기에 충분했다. =)



던파의 성공요인은 훌륭한 타격감이었다? 아니 그건 함정이다.


이미 3회차 던파 분석이었기 때문에 지난 2회차 까지 정리된 내용들에 대한 소개가 선행되었다. 지난 시간까지 나왔던 이야기의 대주제는 ‘던파의 성공요인이 과연 무엇인가?’ 라는 것.

먼저 던파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던파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여러가지 이유에 대한 분석이 진행되었다. 타격감이라는 확실한 장점 아래 조작감이 좋다, 2D 횡스크롤 액션이라는 장르가 가져오는 고전 게임에 대한 향수가 어필했다, 격장용 캐릭터, 사냥용 캐릭터 등의 다양한 육성이 가능하다, 인챈트를 통해 지르는 맛이 있다, 퀘스트 보상이 좋다 등등의 다양한 장점 사례가 나왔고 이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던파의 장점들을 벤치마킹한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 게임들이 게임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도 함께 이루어졌다. 던파와 유사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은 어떤 게임들이 있을까? 게임연구소에서 유사한 시스템을 가지는 게임들로 선정하고 비교된 게임들은 다음과 같다. 오즈 크로니클, 엘소드 온라인, 리베드 온라인, 알맨, 그랜드 체이스, 고스트X, 카르카스 온라인, 트리니티 온라인, 러스티하츠, 드래고니카, 아직 게임명이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은 아토믹 스튜디오의 프로젝트D까지..



[ 던파의 타격감 이상을 강조했던 3D 횡스크롤 액션게임 '트리니티 온라인' ]




이렇게까지 많은 게임들이 횡스크롤액션 베이스의 게임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모임에서는 이러한 게임들의 특징과 시스템 요소, 주요 타겟층, 게임 일정, 게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고 던파와의 비교가 이어졌다. 각기 독특한 시스템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던파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타격감’에 치중한 모습들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과연 던파의 주흥행요소가 과연 ‘타격감’이었을까? 실제로 게임을 하고 있는 수많은 유저들은 왜 던파를 하고 있고, 무엇 때문에 던파를 떠나지 못하는가? 라는 심층적인 분석으로 이어졌다. 여러가지 분석과 토론이 있었고, 최종적인 결과로 나온 던파의 가장 큰 흥행 요소는 ‘타격감’과는 거리가 있는 ‘게임을 해서 얻을 수 있는 보상’ 이었다.






타격감은 분명 게임에 발을 들이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콘솔 게임 몇 가지를 벤치마킹하면 더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고정적인 접속을 유지시키는 방법론 쪽에서 접근했을 때 던파의 장점은 오히려 ‘보상’이라는 것.
그 보상을 크게 물질적인 보상, 정신적인 보상으로 구분하며 던파 내의 다양한 보상시스템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졌다.

만약 당신에게 100원이 있을 때, 이 돈을 투자해서 실패하여 95원을 받거나 성공하여 110원을 받을 수 있는 상품과 100원을 투자해서 100원을 모두를 잃을 수 있거나 성공하면 1000원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있을 때 어떤 상품을 선택할 것인가? 리스크가 있더라도 투자 시에 더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기대심리를 자극하며, 성공시 더 큰 보람을 얻게 한다.

최근 많은 게임들이 인챈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돈을 들여 강화를 했는데 그 효과가 미미하여 있으나 마나한 시스템으로 평가받기도 하는 점을 꼬집으며 던파의 강화시스템은 +20까지 가능하며, 강화에 성공하면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의 강화효과를 단번에 뛰어넘는 효과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르는 묘미가 있고, 강화시 아이템이 빛나는 시각적 효과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정신적 보상도 있다고 평가이다.



[ 15강짜리 무기 쯤 있으면 던파 쉽게 접을 수 없지.. ]




또한 던파는 아이템 기반의 게임인데 이 아이템들이 캐시화 될 수 있는 구조를 설명하며 유저들이 던파를 통해 게임 외적인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 또한 던파를 쉽게 떠나지 못하게 하는 요소라며 사례를 통한 유저들의 게임 패턴 분석도 이어졌다.

이 외에도 던파의 퀘스트 보상, 리액션에 따른 정신적 보상 등 다양한 보상 시스템에 대한 분석이 있었다. 대외적으로 이용되거나 알려진 타격감, 고전게임에 대한 향수와 같은 장점이 흥행요소의 핵심이 아니라 이러한 물질적, 정신적 보상들이 던파를 계속해서 즐기게 하는 요소가 된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게임개발에 관심이 있다면 찾아가 보자.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 모임에서의 진행된 각 주제들에 대한 분석은 게임기획자라면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단순히 ‘재밌다. 또는 재미없다.’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무엇 때문에 게임이 재미있고, 어떻게 이런 효과가 나왔으며, 유저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다라는 보다 현실적인 분석으로 말이다.

중간중간 게임연구소장 김태환 대표의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조차 게임의 뒷배경이나 한국 게임계의 문제점, 버려야 할 점과 배워야 할 점 등을 소개하는 소스가 되고 있었으니, 게임을 연구하고 보다 깊게 파헤쳐 보려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자리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매주 게임연구소 모임에서 있었던 분석, 토론 등의 내용은 게기모의 게임연구소 게시판을 통해 정리된 자료로 소개되고, 많은 후배 게임개발자들에게 학원이나 학교에서 쉽게 배우기 어려운 현실적인 게임 자료로 이용되고 있으니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지만 실제로 그 많은 게임 개발자들 중에 실무적인 노하우나 게임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은 씁쓸한 현실이다. 이렇게 소수의 고급 개발자 중심의 폐쇠적인 게임 개발환경에서 게임연구소와 같은 모임이 많은 후배 개발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은 한 명의 게이머로서도 매우 기쁜 일이다. 그래야 똑같은 실패를 답습하고 망해가는 게임들이 줄어들고 더 좋은 게임들이 만들어질테니 말이다.

게임을 즐기는 것 이상을 보고 있다면 주말 저녁 게임 연구도 하면서, 맛있는 다과가 함께하는 게임연구소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게임연구소 활동에 특별한 조건은 없다. 공지에도 있지만 게임연구소 게임 분석 모임은 '묻어가기 가능'이니까.. =)



[ 게임연구소 분석 시간이 끝나 후 TCG로 주말 저녁의 즐거움은 이어져갔다. ]




Inven Ntter - 공민환 기자
(Ntter@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