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왔던 2018 롤챔스 스프링도 이제 왕좌를 가리는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즌 마지막이 되어서야 순위가 확정되는 등, 이번 시즌 역시 치열한 접전과 명경기로 꽉 채워진 봄이었다.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했던 봄. 인벤팀에서는 스프링 시즌 종료를 맞아, 각 팀 별로 스프링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첫 번째로 만나볼 팀은 스프링 시즌을 각각 10위, 9위로 마감한 팀, 콩두 몬스터와 MVP다.

▲ 10위, 9위로 마감하며 승강전을 준비해야 하는 두 팀, 콩두와 MVP


■ '4K'로 불리며 파란 불러온 콩두 몬스터의 아쉬운 마무리

시즌 초, 롤챔스를 강타한 단어가 있다. 바로 '4K'다. 4K로 불리는 네 팀은 시즌 초반부터 거침없는 행보로 승수를 쌓아갔다. 4k에는 시즌 1위를 차지한 킹존 드래곤X('K'ingzone), 직전 시즌 월드 챔피언 'K'SV, 그리고 언제나 강팀으로 평가받는 'k't 롤스터, 그리고 콩두 몬스터('K'ONGDOO), 이 네 팀을 일컫는 말이다.

사실, 킹존, KSV, kt가 강팀으로 평가받는 건 당연했다. 시즌 전부터 우승후보로 분류되었고, 실제 세 팀은 나란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며 결과를 냈다. 하지만, 콩두가 이 세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예상한 팬들은 아마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콩두의 초반 질주는 많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시작부터 상쾌했다. MVP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따냈다. '레이즈' 오지환의 영입 효과가 실로 대단했다. 레이즈는 적극적인 갱킹으로 게임을 주도했다. 레이즈가 날뛰자, '엣지' 이호성의 경기력도 함께 폭발했다. 더블 에이스를 중심으로 팀적인 시너지를 발휘한 콩두는 확실히 달라졌고, 강해졌다. 콩두의 경기력은 강팀/약팀을 가리지 않았다. 월드 챔프 KSV까지 잡아내며 대파란을 예고했다. 아무도 콩두를 승강전에서 갓 올라온 팀으로 볼 수 없었다.

▲ 킹존, KSV, kt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콩두 몬스터!


'올해는 다르다' 콩두 팬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콩두가 몰고온 폭풍은 너무나도 일찍 끝났다. 콩두의 스프링 시즌 최종 성적은 2승 16패. 승률이 채 2할도 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MVP-KSV를 잡은 2승 외에는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최하위인 만큼, 콩두의 문제점은 한 두가지로 요약하기 힘들 정도다. 가장 큰 문제점을 하나 꼽자면,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콩두만의 카드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시즌 초반 콩두의 상승세는 레이즈가 이끌었다. 바꿔말하자면, 레이즈만 봉쇄해낸다면 다른 무기가 없다는 것을 뜻했다. 강팀과 약팀을 가리는 차이는 이곳에서 온다. 강팀은 강점을 봉쇄해도 또다른 카드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콩두는 레이즈가 봉쇄당하자 다음에 낼 카드가 없었다. 그렇게 콩두는 이렇다 할 반전 드라마를 써보지 못한 채 2라운드전패, 승강전으로 떨어졌다.

▲ 레이즈가 봉쇄당한 콩두. 다음에 내밀 '플랜B'는 없었다.


또다시 승강전으로 떨어진 콩두.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팀 자체의 흐름도 좋지 않지만, 그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콩두가 맞이할 상대다.

콩두는 이제, 승강전에서 독기 품은 챌린저스 팀들을 상대해야 한다. 특히, '그리핀'은 콩두에게 큰 위협이다. 그리핀은 '챌린저스의 여포'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씨맥' 김대호 감독을 중심으로 뭉친 이 팀은, 팬-전문가 모두에게 호평받은 바 있다. 과거, 챌린저스의 여포라고 불렸던 팀들이 롤챔스 팀들 앞에 힘없이 무너진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리핀이 롤챔스로 올라올 것 같다는 의견이 대세인 상황이다.

일찌감치 승강전이 결정되어 잃은 게 없다는 마음 가짐으로 시즌 후반을 보낸 콩두. 하지만, 그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안된다. 콩두는 이제 '잃을 것'밖에 없는 입장이다. 승강전에 임하는 팀들의 무서움은 콩두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그들 역시 롤챔스 팀을 꺾고 올라왔으니 말이다. 이제 지키는 입장이 된 만큼,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 한다. 콩두에게 물러날 곳은 없다.

▲ 많은 화제를 모았던 챌린저스 여포 '그리핀'의 슈퍼플레이,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이다.




■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린 MVP,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다.

MVP는 매력적인 팀이다. 사실, 멤버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그렇게 강하다는 인상은 못준다. 그러나 그들은 '원 팀'으로 가장 잘 뭉친 팀이다. 환상적인 호흡으로 팀 시너지를 내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깜짝 픽으로 허를 찌르는 팀 컬러를 가졌다. 라인전에서 밀려도, 한타에서 말도 안 되는 역전을 만들어냈다. 흔히 강팀으로 분류하는 팀들과는 다른 색깔을 가졌고, 여기에 성적 역시 어느정도 냈기에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팀이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 롤챔스의 보배와 같은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MVP의 최근 행보는 실망스러웠다. 계속해서 경기력을 끌어올린 MVP는 2017 스프링 시즌에 포스트 시즌까지 진출했다. 꾸준히 발전했기에 이 팀의 이후 행보를 기대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17 섬머는 7위로 마감, 오히려 성적이 떨어졌다. 국제 대회인 리프트 라이벌즈와 가장 중요했던 롤드컵 선발전에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올리지 못했다.

좋지 않은 흐름은 2018년에도 계속됐다. MVP는 1라운드를 최하위로 마감했다. 특유의 팀 컬러가 오히려 독이 되었다. 그들에게 답답한 부진을 뚫어줄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다.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MVP는, 그야말로 와르르 무너졌다. 2승 7패로 최하위, 1라운드부터 승강전 탈출이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될 수밖에 없었다.

▲ '에이스' 의존도가 낮은 점이 매력적이었던 MVP. 그 팀 컬러가 독이 되어 돌아온 스프링 시즌


'승강권 탈출'이라는 어려운 미션을 부여받은 MVP. 드디어 2라운드에서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 중심에는 미드라이너 '이안' 안준형과 '파일럿' 나우형이 있었다. 냉정히 말해, 이안은 최상위권 실력을 갖춘 미드라이너는 아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로밍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파일럿 역시 펜타킬을 기록하고, 매치 MVP를 수상하는 등의 인상적인 모습을 수차례 보여주었다.

분명, 1라운드의 무기력했던 MVP가 아니었다. 강팀과도 치고 받으며 혼전의 중위권 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얻은 점수만으로는, 1라운드 부진을 메우기에 부족했다. 2라운드의 성적은 4승 5패로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만 1라운드에서 잃은 승점과 세트 득실이 너무나도 컸고, 결국 bbq에게 세트 득실에서 밀려 승강전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 2라운드의 선전, 그러나 1라운드의 부진을 메우기엔 부족했다.


MVP는 승격 이후 처음으로 승강전을 맞게 되었다. '원 팀'으로 잘 뭉쳤고, 꾸준히 발전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팀이기에, 지금의 이 상황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2라운드에서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었기에, 이러한 결과가 더더욱 아쉬운 것도 맞다.

지금까지의 MVP는 결과보단 그 '과정'이 주목되었던 팀이다. 멋진 팀컬러로 계속해서 발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과정이 아니다. 필요한 건 결과다. MVP는 자신의 의자를 뺏기 위해, 치열한 2부리그를 뚫고 올라온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들을 잡아야 한다. MVP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매치가 MVP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