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각 지역에서 이어졌던 봄의 이야기가 끝났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반전도 많았던 2018 스프링 스플릿. 이제 각 지역에서 전설처럼 써내려진 이야기는 한데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지역을 대표해 출전하는 스프링 스플릿 1위팀들이 독일 베를린에 모여 최고의 팀을 가린다.

그 출발을 알릴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에는 다소 생소한 팀이 많다. 한국 LCK나 중국 LPL, EU LCS와 NA LCS, 대만/홍콩/마카오 LMS처럼 익숙한 지역 리그가 아닌, 와일드카드로 분류됐던 지역의 1위팀들이 출전하는 라운드이기 때문.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완전히 생소하지만은 않은, 낯이 익은 듯한 팀명과 얼굴들을 확인할 수 있다.


■ '오랜만입니다' 브라질 CBLOL 카붐 e스포츠


카붐 e스포츠라는 팀이 브라질 CBLOL을 대표해서 출전했다. 이름 참 신기하고 호쾌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어디선가 이들의 이름을 들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카붐 e스포츠는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도 출전했던 팀이다. 그때 멤버들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다시 한 번 카붐 e스포츠라는 이름이 전세계 LoL 팬들 앞에 섰다.

카붐 e스포츠는 2014 롤드컵에서 소위 '고추가루'를 뿌렸던 팀이다. 그때 이후로 브라질 대표팀들은 주요 지역 리그팀들에게 한 차례씩 일격을 가했다. 브라질 산 고추가루의 시초가 카붐 e스포츠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프로겐'이 몸담았던 유럽의 얼라이언스가 카붐 e스포츠의 매콤함 앞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이들은 브라질을 대표했던 2014년 이후 기존 멤버를 모두 잃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심지어 승격강등전까지 맛보고 강등까지 당했던 팀이다. 하지만 이들은 절치부심하며 각오를 다졌고, 경기력을 끌어올려 끝내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저력이 대단한 팀이다.

미드 라이너 '딘쿠에도'는 아지르로 정규 시즌 5전 전승의 데이터를 보유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챔피언을 사용하더라도 거의 죽지 않았다. 평균 데스가 가장 높은 챔피언이 말자하와 갈리오인데, 둘 다 평균적으로 1.5번의 죽음을 경험했다. 그리고 탑 라이너 '잔틴스'는 미드 라이너나 원거리 딜러 못지 않은 CS를 기록했다. 충분히 배를 불린 다음에 싸우는 걸 좋아하는 식탐가가 분명하다.


■ 베트남에 빼앗긴 주도권 되찾을까, 동남아시아 GPL 대표 어세션 게이밍


롤드컵 시즌2 우승팀이었던 TPA는 GPL에 기반을 둔 팀이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GPL에서 최근 베트남 팀들이 베트남 VCS 리그에 따로 터를 잡았다. 그리고 TPA가 만들었던 영광의 시간이 점차 잊혀지는 것처럼 GPL 역시 VCS에게 밀려 존재감을 많이 잃어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GPL을 대표해 출전한 어세션 게이밍은 짧은 역사에 맞지 않는 강력한 경기력으로 MSI 진출권을 따냈다. GPL의 대표주자였던 방콕 타이탄즈 소속이었던 코치와 선수들이 대거 합류해 일궈낸 쾌거였다.

이들은 신기하게 챔피언 폭이 매우 좁은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2018 스프링 스플릿에서 꺼내든 챔피언 수는 다 합쳐봐야 26개. 그나마 미드 라이너 'G4'가 8개의 챔피언을 활용한 것이 가장 넓은 챔피언 풀이다. 하지만 이들의 성적이 좋은 것을 감안해도 승률이 극단적이다. 한 번씩 활용했던 스웨인과 에코는 0%고 나머지는 모두 100%의 승률을 보인다.

전세계 메타의 굵직한 줄기가 같은 만큼, 특별하게 깜짝 놀랄 만한 챔피언을 꺼내든 경기는 없었다. 그렇다곤 해도 챔피언 폭이 4개에서 8개 사이에 모여있는 어세션 게이밍. 이들이 자국 리그에서는 굳이 넓은 챔피언 폭을 자랑할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저 챔피언들 말고는 자신이 없는 것인지 MSI에서 지켜보자.


■ 그 갬빗 맞습니다, 독립 국가 LCL 대표 갬빗 e스포츠


시대를 풍미했던 정글러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유럽 정글의 대표주자이자 EU 메타 속 정글러의 기본을 다졌던 선수를 꼽으라면 누구나 '다이아몬드프록스'를 언급할 것이다. 그만큼 그는 현재 정글러의 기본 소양을 다잡았던 선수이며 레전드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아직도 현역이다. 이전 동료였던 '에드워드'와 함께 하고 있다.

현재 갬빗 e스포츠는 LoL 올드 팬들이 알던 갬빗 e스포츠와는 조금 맛이 다르다. EU LCS에서 떨어져 나와 LCL로 향한 갬빗 e스포츠는 과거의 영광을 함께 했던 '다이아몬드프록스'와 '에드워드' 옆에 새로운 선수들을 앉혔다. 그들은 과거 롤드컵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알버스 녹스 루나(ANX) 출신 선수들. 탑 라이너와 미드 라이너가 롤드컵 8강에 올랐던 이변의 주인공이다.

온갖 챔피언으로 정글을 돌던 '다이아몬드프록스'는 2018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넘치는 끼를 최대한 줄인 채 최근 메타에 쏙 맞는 챔피언들만 플레이했다. MSI에서 오랜만에 그의 태평양 같은 챔피언 폭이 꿈틀거릴 지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또 한 가지가 재미있는 점은 원거리 딜러 '로딕'이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초에 팀에 서브 원거리 딜러로 합류했던 '로딕'은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이번 MSI에도 주전 원거리 딜러로 나선다. 그만큼 팀원들과의 호흡이 좋다는 뜻이겠다. 큰 무대에서 떨리지 않을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로딕' 역시 2016년부터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나름의 이력을 가진 선수다.


■ 일본도 e스포츠를 해? 알고 보면 전통의 강호, 펜타그램


일본은 e스포츠, 더 나아가 온라인 게임과 거리를 둔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LJL은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 지금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속에서 이번 MSI 출전권을 획득한 펜타그램은 전통의 강호 램페이지를 기반으로 한 팀이다.

항상 LJL에서는 강팀 간 라이벌 구도가 이어졌다. 데토네이션과 펜타그램이 그 주인공. 이번 정규 시즌에서 펜타그램은 2위를 기록했지만, 결승에서 데토네이션을 꺾으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라이벌을 꺾으면서 당당히 국제 무대로 향하게 된 펜타그램이 이제 다시 한 번 세계의 벽과 맞선다.

그들의 국제 무대 첫 도전은 완벽한 실패로 끝난 바 있다. 2017 MSI에 출전했던 펜타그램(당시 램페이지)는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1승 5패의 처참한 기록으로 A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야말로 광속 탈락이었다. 일본 LJL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전에 펜타그램은 높은 벽 앞에 연거푸 쓰러졌다. 이번에는 어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펜타그램은 신기하게 팀의 서포터인 '갱'의 KDA가 가장 높다. 그는 팀에서 가장 적게 죽었고,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보통 한타 상황이나 소규모 교전에서 서포터는 상대에게 가장 먼저 얻어 맞고 쓰러지곤 하는데, '갱'의 플레이 스타일은 조금 다른가 보다. 오히려 그 역할을 정글러인 '원스'가 하는 것 같은 낮은 KDA를 기록 중이다.


■ MSI 벽 넘은 '갱맘'과 만개한 '눈꽃', 슈퍼매시브


터키 TCL은 매년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지역 중 하나다. 최근 롤드컵에서는 '프로즌' 김태일이 소속된 페네르바체가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뚫고 본선에 합류한 바 있다. 그 이후,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전반적인 경기력이 크게 상승한 느낌이다. 그런 터키 TCL 대표로 이번에는 '갱맘' 이창석과 '눈꽃' 노회종이 있는 슈퍼매시브가 뽑혔다.

해외에 진출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유독 국제 무대와 인연이 닿지 않았던 '갱맘'이 드디어 벽을 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해외 리그 생활에서 가장 기쁜 사건일 것이다. 또한, 시즌 MVP에 빛나는 든든한 지원군 '눈꽃' 역시 터키 대표로 MSI에 나선다. LCK에서 아직 활동 중인 '상윤' 권상윤과의 호흡을 그러워하는 국내 팬들에게는 '눈꽃'의 플레이를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상윤'과의 듀오로 나서는 건 아니다.

두 명의 반가운 한국 선수들 말고도 슈퍼매시브에는 LoL e스포츠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이 많다. 그만큼 슈퍼매시브의 기존 팀원들은 같은 팀명 아래 오래도록 함께 하면서 MSI나 롤드컵에 자주 등판했다. 터키 TCL에서 잔뼈가 굵은 베타랑 세 명과 두 명의 신입 한국 선수들이 MSI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까.

이 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갱맘'의 챔피언 풀이다. 무려 이번 스프링 스플릿에만 17개의 챔피언을 활용했다. 그중에는 미드 일라오이와 이즈리얼도 있다. 참 괴짜 같은 선수다. 그냥 꺼내봤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 미드 일라오이와 이즈리얼로 승리했으니까. 그리고 그의 영향력일까. 슈퍼매시브의 모든 선수들은 원거리 딜러를 제외하면 10개 이상의 챔피언을 꺼냈다. 하긴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그리 많지 않으니 그 역시 챔피언 폭이 드넓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