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선수들의 경기력은 우리가 침범할 수 없는 신의 영역에 가까워지고 있다. 눈을 의심케 하는 엄청난 반응 속도, 5명이 마치 한몸처럼 움직이는 한타 플레이, 몇 수 앞을 내다본 듯한 운영까지. 헉 소리나는 그들의 슈퍼 플레이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돌슈리(돌발 슈퍼 플레이 리뷰)'가 정규 코너로 돌아왔다.

5일과 6일, 양일 간 진행된 LCK-LPL-LMS가 격돌하는 '2018 LoL 리프트 라이벌즈(이하 리프트 라이벌즈)' 그룹 스테이지가 마무리됐다. 디펜딩 챔피언 LPL은 EDG와 iG의 2승에 힘입어 1위로 결승에 직행했고, LCK는 킹존 드래곤X의 충격적인 2패와 함께 2위에 머물렀다.

LMS는 1위 싸움에서 RNG와 킹존 드래곤X를 모두 잡아낸 플래시 울브즈의 선전 속에서도 2승 6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3위를 기록했다. 플래시 울브즈를 제외하고는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것이다. 오늘의 돌슈리에서는 전승을 거두고도 웃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플래시 울브즈의 활약상을 되짚어보려 한다.



[vs RNG] - 캐리맨 '우지' 원천봉쇄에 성공하다


1일 차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던 RNG와 플래시 울브즈의 개막 경기. 밴픽에서부터 양 팀의 색깔이 갈렸다. 메타 대격변 이후에도 정통 원딜 챔피언을 고집하며 '우지'의 캐리력에 팀을 맡겨온 RNG는 이번에도 역시 '우지'에게 카이사를 쥐어주며 '우지' 캐리 조합을 꾸렸다. 플래시 울브즈는 선픽으로 가져온 블라디미르를 미드로 돌리고, 자국 리그서 한번도 쓰지 않았던 원딜 모데카이저를 꺼내며 변수를 뒀다.

▲ 밴픽에서부터 보이는 양 팀의 성향 차(출처 : 스포티비 게임즈 중계 화면)

모데카이저-파이크 조합의 푸쉬 능력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RNG는 봇 듀오를 탑으로 보내며 라인 스왑을 걸었다. 포탑을 먼저 민 쪽은 플래시 울브즈였지만, RNG는 '하나비'의 갱플랭크를 집요하게 괴롭히며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는 와중에 플래시 울브즈와 RNG는 운영 방식에서도 차이점을 드러냈다.

플래시 울브즈는 '무진' 김무진과 '소드아트'를 필두로 운영 싸움을 펼쳤다. 4개의 드래곤을 모두 챙기고, 잘라먹기에 능한 조합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RNG의 빈틈을 계속해 노렸다. 반면 RNG는 줄 건 주되,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면서 '우지'의 성장에 집중했다. 정글 캠프까지 독식한 우지는 분당 10개를 훌쩍 뛰어넘는 CS를 수급하며 몸집을 불려갔다. 이대로라면 RNG가 그리는 승리 공식이 조만간 완성될 수 있었다.

▲ '우지' 캐리 조합? 그럼, '우지'를 잡으면 된다!

하지만, RNG가 간과한 것은 '메이플'의 블라디미르였다. '우지'가 성장하는 사이, 데스 없이 2킬 1어시스트에 준수한 CS 수급량을 보여주며 고요히 성장했던 '메이플'은 바론 지역 한타에서 그 잘 큰 '우지'를 말 그대로 삭제시켰다. 승부의 추가 플래시 울브즈 쪽으로 기우는 순간이었다.

'우지'의 캐리력이 봉쇄되는 장면은 마지막 한타에서도 연출됐다. 플래시 울브즈는 RNG가 화염 드래곤을 챙기느라 진영이 갈린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문도 박사-갈리오-탐 켄치로 이어지는 탱 라인에 과감하게 궁극기를 투자하면서 전투를 열었다. 제 아무리 '우지'라도 앞에서 대신 맞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대미지 딜링을 할 수가 없기에 한타는 당연히 플래시 울브즈의 대승으로 끝이 났고, 경기 승리 역시 플래시 울브즈의 것이 됐다.

▲ '딜 넣고 싶은데...' 미니맵으로도 느껴지는 '우지'의 안절부절



[vs 킹존 드래곤X] - 불리하든 유리하든 상대의 허를 찔러라!


2일 차에서는 킹존 드래곤X와 만났다. 킹존 드래곤X는 '강타 자야'와 함께 스웨인, 문도 박사, 브라움, 파이크를 가져와 밸런스 좋은 조합을 완성했다. 플래시 울브즈는 미드서 '강타 탈론'을 선보였다. '강타 탈론'은 킹존 드래곤X와 같은 몰아주기 조합에 대한 파훼법으로 등장한 카드다. 정글러의 희생적인 서포팅 없이도 상대의 성장치를 쫓아갈 수 있고, 바위게나 주요 오브젝트 강타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반 봇 교전에서 이득을 취한 플래시 울브즈가 이를 바탕으로 드래곤, 포탑 선취점을 챙겼다. 킹존 드래곤X의 반격도 거셌다. 팀의 에이스 '비디디' 곽보성의 진두 지휘 하에 협곡의 전령 싸움에서 역습을 제대로 가하며 추격했다. 어느새 300개에 가까운 CS를 챙긴 자야의 성장이 빛을 발할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였다.

▲ 출처 : LOL Vods Highlights 유튜브 채널

그런 킹존 드래곤X의 흐름을 제대로 끊은 건 바로 '소드아트'였다. 오랜 시간 플래시 울브즈의 한 축을 담당했던 베테랑답게 '소드아트'는 '프레이' 김종인이 방심한 틈을 정확히 노렸다. 라칸의 빛보다 빠른 이니시에이팅과 이어지는 스킬 연계에 킹존 드래곤X의 조합의 중심인 자야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잡혔고, 플래시 울브즈는 전투 대승과 함께 바론까지 손에 넣으며 분위기를 단번에 가져왔다.

킹존 드래곤X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는 한 번 더 나왔다. 바론이 재생성된 상황. 성장에서만큼은 뒤쳐지지 않았던 킹존 드래곤X는 이것만은 내줄 수 없다는 듯 전투를 준비했고, '프레이'-'비디디'의 고른 활약으로 2:2 킬 교환이 나왔다. 체력 상황이 더 좋았던 킹존 드래곤X의 생존자들이 프래시 울브즈의 봇 듀오를 추격하는 순간, '하나비'의 순간이동이 반짝였다.

▲ 승부의 마침표를 찍은 '하나비'의 '백도어 텔'(출처 : 스포티비 게임즈 중계 화면)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지 않은 것을 확인한 '하나비'가 킹존 드래곤X의 쌍둥이 타워를 두드리는 미니언으로 순간이동을 시전한 것이다. 자야가 허겁지겁 귀환해 수비에 나섰지만 체력을 채울 시간도, 이렇다 할 생존기도 없었던 탓에 단숨에 녹았고, 결국 '하나비'는 킹존 드래곤X의 넥서스를 터트리는데 성공했다.

확실히 플래시 울브즈는 이제 '한국팀 킬러'를 넘어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났다. 비록 LMS가 그룹 스테이지에서 꼴찌를 기록했고, 8일 열리는 LCK와의 준결승에서도 승리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지만, 플래시 울브즈가 보여준 1위 대결에서의 압승은 국제 대회에서 그들의 위상을 한층 더 높였다. 이번 그룹 스테이지에서 가장 빛났던 팀은 바로 플래시 울브즈였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