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9의 1차 클로즈베타가 끝나고 쓴 기사에서 C9, 마비노기 영웅전, 드래곤 네스트 3총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온라인 PC 플랫폼 3D 액션 MORPG 장르에 대해 밑바닥부터 새롭게 고민한 첫 결과물들이기 때문'이라고 쓴 바 있다. '3D 액션'을 어떤 식으로 구현하고 어떤 식으로 '온라인 RPG'와 결합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이들이 어떤 해답을 내놓을까.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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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임이 가장 정답에 가까울지는 결국, 가장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을 받은 게임이 무엇이냐로 결판이 나겠다. 하지만 아직 1차 클로즈베타를 이제 막 마치고들 있는 상황이라 성적표가 나오는 것은 먼 훗날의 일. 그리고 사실 게이머가 어떤 게임을 선택할 때는 매우 다양한 부분들을 아울러 고려하기 마련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을 예로 들면 '우리는 배타 테스터(서버 랙 때문에 배를 타는 화면만 계속 봐야해서)', '마비노기 여관전(NPC 대화가 지연되어 여관 안에 갇혀 있다 보니)'과 같이 스스로를 자조하게 만들었던 '서버 상태'도 게임을 선택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오래 입을수록 갑옷이 낡아지는 표현이나, 전투 중 큰 대미지를 입으면 갑옷이 파괴되는(그래서 여캐를 선택한 분들도 꽤...) 등의 사실적인 그래픽, 기둥이나 돌을 파괴하고 그렇게 부서진 잔해를 주워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물리엔진도 고려할 만한 부분.



[ 갑옷이 부서지는 연출 ]



던전 입장을 배를 띄워 출발하는 식으로 표현해 마을과 전투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거나, 튜토리얼 과정을 프롤로그로 승화시킨 연출. 영화와 같이 스탭롤을 오프닝으로 넣어버린 점이나, 캐릭터 생성과정을 처음이 아니라 스토리 진행 중에 삽입하는 과감한 시도 또한 언급될 요소다.



[ 던전 입장은 배를 타고 가는 설정이다 ]



[ 프롤로그로 승화된 튜토리얼. 이 정도 퀄리티가 계속 이어지진 않지만... ]



[ 마치 영화를 연상시키는 오프닝 ]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MORPG를 관통하는 것은 '조작의 어려움, 반복플레이의 지루함, 커뮤니티에 대한 불신'이라는 세 가지 문제다. 왜냐하면 바로 그 부분이 이전의 많은 3D MORPG가 한계를 보여줬던 지점이기 때문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1차 클로즈베타는 7레벨이 최고레벨이었고 전투 맵도 하나만 공개된 3일간의 짧은 테스트였지만, 이 부분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 키보드 조작에 대한 마비노기 영웅전의 대처


마비노기 영웅전은 키보드 조작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마우스 조작을 기본으로 하는 C9, 드래곤네스트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 키보드 조작이 어렵게 느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3D 환경에서 캐릭터를 이동시키기 위한 조작과 시점을 조절하는 조작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데 있다. 마치 왼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오른손으로 네모를 그리라고 했을 때 느껴지는 어려움이랄까.


비슷한 방식의 조작법을 선택했던 게임들이 과거에도 있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브리스톨탐험대도 그랬고, 진삼국무쌍을 모티브로 한 워로드와 창천, 몬스터헌터가 그랬다. 그리고 모두 키보드 조작이 초반의 걸림돌로 지적되었다.


그런데 조이패드를 사용하는 콘솔게임에서는 이동과 시점을 따로 컨트롤하는 것이 이미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조이패드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게이머들은 '조이패드로 하니까 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이들 게임 대부분이 성대한 이벤트를 열어 조이패드를 대량으로 보급하려 애썼다. 그리고 실패했다.



[ 최근 몬헌은 다소 과장된 홍보문구와 함께 조작법 대폭 수정을 알렸다 ]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가는 길, 동무들과 피시방에 가서 게임 한 판 할까 했더니 피시방에는 조이패드가 없어서 키보드로 조작해야 한다. 그럼 조이패드를 따로 구입해서 휴대하고 다녀야 하나?


조이패드가 있어도 걸림돌이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결국 채팅을 해야 하는데, 조이패드로 조작하다가 채팅한다고 다시 키보드에 손 올렸다가 이러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은 것이다. 시점 조절에 키보드가 꼭 들어맞는 장치가 아닌 것도 문제다. 거꾸로 FPS 게임에서 조준점을 마우스가 아닌 화살표 키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그 불편함이 확연히 느껴질 것이다.


결국 키보드 조작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유저들이 느낄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테면 워로드는 시점을 돌리지 못해서 공격이 빗나가는 경우가 없도록 가까운 적에 시점을 고정시키는 키를 따로 배정해주는 등 키보드 조작의 불편함을 이겨보려 노력한 게임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서도 진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기본 세팅 이외에도 WASD 이동이 익숙한 유저를 위한 세팅, 던전앤파이터에 익숙한 유저들을 위한 ZXC 세팅 등 다양한 디폴트 세팅을 제공하면서, 시점 조절에 대한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자동으로 몬스터를 바라보는 키를 따로 배정하고, 이동할 때 시점이 같이 움직일 것인지, 보스 몬스터를 자동으로 추적해 바라볼 것인지와 같은 다양한 시점 조절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기본적으로 보이스 채팅 기능을 지원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와주고 있다.



[ 기본형, ZXCV형, WAS형 등 다양한 세팅이 마련되어 있다. 옵션도 다양 ]



그렇지만 이런 노력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를테면 활을 쏘는 보스 몬스터와 싸우려면 화살이 날아오는 12시 방향을 바라보면서, 캐릭터는 3시 방향으로 이동해 화살을 피해야 한다. 이렇게 시점과 이동을 동시에 정교하게 컨트롤해야 할 필요가 생겼을 때, 다양한 자동 옵션을 이용해왔던 키보드 유저들이 느끼게 되는 어려움이 얼마나 될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기자의 경우에는 몬스터헌터 키보드 플레이로 단련되어 있어 크게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앞으로 마우스를 이용한 조작법을 도입할 계획도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은 추이를 지켜볼 일.



◆ 룸방식? 반복 플레이를 희석시키는 장치들


사실 조작법 이슈보다 더 큰 부분은 일명 '룸방식'이라서 생기는 반복플레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맵, 아무리 재미있는 퀘스트, 아무리 멋진 액션도 계속 반복하면 지루할 수밖에 없기 때문. 마비노기 영웅전 또한 '퀘스트를 받고 입장 - 일반 몬스터 처치 - 보스 몬스터 처치 - 결과 및 보상'이라는 일반적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여러 가지 장치들을 통해 같은 맵을 반복한다는 느낌을 줄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퀘스트의 달성률. 어떤 아이템을 먹었는지, 몇 분 안에 클리어 했는지, 한 번도 죽지 않았는지 등에 따라 달성률 수치를 부여해서 같은 퀘스트를 또 하더라도 이전과 다른 목적을 가지고 플레이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달성률이 일정 수치 이상 되어야 다음 퀘스트를 받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잡았던 보스, 또 잡자'가 아니라 '이번에는 두 명이서 깨보자', '이번에는 5분 안에 클리어 하자'는 식으로 유저 스스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된다.



[ 깨긴 했는데... 5분 이내로 완수해야 달성률 25%를 더 받는다 ]



또 하나는 제작시스템. 아이템의 착용 레벨 제한이 없는데, 많은 장비들이 재료를 모아 만들게 되어있다. 이를테면 어떤 보스가 주는 투구를 가지고와야 제작할 수 있는 방어구가 있을 때, 그 재료를 모으기 위해서 해당 맵을 여러 번 갈 용의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제작품의 재료로 사용된 철광석을 얻기 위해 특정 퀘스트를 반복해서 수행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때는 '빠르게 보스를 처치'하는 플레이 패턴이 아닌 '모든 오브젝트를 파괴해서 철광석을 되도록 많이 모으기'의 새로운 플레이 패턴이 필요했다.



[ 던전을 돌고 나온 아이템으로 더 강한 아이템을 제작해 착용한다 ]



[ 놀을 물리치고 얻은 재료로 만든 '놀' 모자 ]



타이틀도 한 몫을 했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타이틀은 사용하고 있는 타이틀의 능력치가 적용되는 게 아니라, 타이틀을 획득하는 순간 타이틀의 능력이 누적되어 적용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타이틀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거미 50마리를 발로 밟아야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을 수행하기 위해서, 이미 보스를 잡았던 맵에 또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보스를 물리치고 돌아온다'는 주된 목적 외에 달성률을 높이고 싶어서, 타이틀을 얻고 싶어서, 재료를 모으고 싶어서와 같은 다양한 목적을 제공함으로써 게이머로 하여금 갔던 맵을 또 갈 용의가 생기게 만들어 주는 것이 마비노기 영웅전이 내놓은 반복플레이에 대한 해법이다.


사실 이번 클로즈베타에 공개된 맵은 딱 하나였다. 퀘스트를 받고 전투공간으로 이동해, 일반 몬스터를 물리치며 진행하다가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끝나는 동일한 방식이 동일한 맵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데 맵마저 같은데... 별로 식상하지 않았다.


같은 맵을 사용하면서도 새로운 곳이라는 느낌을 준 요인 중 하나는 인상적인 맵 오브젝트. 처음에는 줄을 잘라 다리를 내려야 했다. 그 다음 퀘스트에서는 커다란 통나무가 덮치는 함정을 거쳐야 했다. 그 다음 퀘스트에서는 커다란 돌들이 굴러 떨어지는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이런 부분을 빼고 나면 사실 같은 맵인 셈인데, 이런 장치들이 동일한 맵이라는 인상을 지워주고 있었다.



[ 같은 맵인데 이런 것들이 하나씩 껴 있다 ]





◆ 액션의 핵심은 보스 몬스터 전투


액션 패턴이 단순한 부분은 아쉬웠다. 평타와 강타를 조합하는 방식의 스킬만 공개되었는데, 결국은 정해진 키를 차례대로 누르고 화면으로 보이는 화려한 액션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스킬도 대부분 패시브 형태라 SD, SSD, SSSD 와 같은 공격방식이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 스킬이 대부분 패시브 형태를 강화하는 방식 ]



잡기 후의 공격이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른 동작을 보이는 것은 인상적이긴 했지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액션성이란 캐릭터의 화려한 동작을 '구경'하는 데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몬스터의 움직임을 보고 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느냐에서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마비노기 영웅전은 일반 몬스터를 상대할 때와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 느껴지는 액션성의 차이가 극명했다.


그런 차이는 보스 몬스터의 강력함에서 나타났다. 일반 몬스터 상대하듯 편하게 자동 조준하면서 SD 누르다가 보스의 일격에 사망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눈을 크게 뜨고 공격 패턴을 살피게 된다. 모든 대미지를 퍼붓는 긴 공격보다는 보스의 공격을 회피하고 공격 후 딜레이를 노리는 단타 위주의 공격과 빠른 움직임이 필요했다.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기 위해 파티원의 협력을 요구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창이나 갈고리 등으로 보스 몬스터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사이 나머지 파티원들이 그 틈을 노려 일제히 공격을 퍼붓는다거나, 보스 몬스터의 공격에 쓰러진 동료를 부활해주어 계속 전투에 참가하게 하는 식의 모습은 나름대로 협력플레이를 고민한 결과물.


마지막 날 이벤트를 통해 공개된 거대 거미와의 전투가 앞으로 마비노기 영웅전이 다양한 패턴을 가진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 갈고리 사슬로 묶어 넘어뜨린 후 나머지 파티원은 공격을... ]



[ 마지막 날 이벤트로 공개된 거대거미. 여지없이 전멸. ]




◆ 다음 테스트를 기다리며...


여러 가지 부분에서 느껴지는 마비노기 영웅전의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마비노기 영웅전의 선택들은 짧은 기간의 테스트였음에도 여전히 마비노기 영웅전을 기대하게 만든 이유였다. 하지만 아직 마비노기 영웅전의 답안지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키보드 조작이 가지는 딜레마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보스 몬스터가 나타날 것인데, 키보드 유저의 조작능력을 완만하게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반복이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있지만,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큰 흐름의 하나로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따로 노는 서로 다른 컨텐츠라는 느낌이 강하다. 패시브 형태로 구성된 스킬들로 처음의 단순한 공격패턴이 끝까지 이어지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


대부분이 던전 안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또 던전에서는 키보드로 적을 물리치느라 바빠 채팅을 잘 하지 않게 되는 커뮤니티의 단절도 아직 답을 적지 못한 부분이다. 별달리 할 이야기도, 할 기회도 없었던 마비노기 영웅전이 다음 테스트에서는 '단일 서버, 단일 채널'의 강점이 드러나 북적대는 커뮤니티를 느낄 수 있게 될까?



[ 다음에는 레인저 클래스가 추가될까? ]






Inven Niimo - 이동원 기자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