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국 비디오게임 시장은 열악하다. 신작을 내도 끽 해야 2~300장 판매되면 양호하고, 대작도 만장 팔리면 대박의 반열에 오르는 실정이니 두말해서 무엇 하랴. 여기에는 불법복제부터 게이머들의 인식 문제, 배보다 커버린 중고시장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어, 솔직히 말해 현재 상황에서는 좀처럼 탈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국내에 지사를 내고 비디오게임기와 소트트웨어를 정식 발매해주는 외국계 게임회사들이 고맙다. 특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SCEK(이하 소니)로 대변되는 3대 비디오 업체들이 급변하는 환율과 저조한 판매량에도 굴복하지 않고 틈틈이 '한글화'까지 해서 타이틀을 출시해 줄 때는 거짓말 좀 보태서 살짝 눈물이 살짝 나기도 한다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 ▲ 소니의 차세대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 (PS3) ]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유독 소니만 작년부터 두 차례 플레이스테이션3(PS3)와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의 국내 가격을 인상한 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미친 듯이 치솟는 환율을 영원히 감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물건을 팔수록 이익이 아닌 손해가 가중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소니는 작년 4월 21일, PSP의 가격을 178,000원에서 198,000원으로 PS3의 가격을 348,000원에서 388,000으로 11% 인상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13일에는 대외적 발표 없이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우는 식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을 감행했다. PS2의 가격은 148,000원에서 178,000으로, PS3의 가격을 380,000원에서 448,000원으로 다시 한번 인상(15.4%)되었다. 이유는 둘 다 환율변동으로 인한 수입가격의 상승 때문.







거의 일년 새에 26% 가량 올린 셈이었기 때문에 가격 상승 폭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도 상당했고, PSP의 가격은 그대로 둔 채 PS3와 PS2의 가격만을 올리는 것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이때부터 소니는 유저들로부터 소니는 ‘보따리상’, PS3는 환율스테이션이라는 웃어넘길 수 없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렇게, 2008년이 저물었고, 새해가 밝은 후 얼마 지나지 않는, 엔 환율이 1600원대를 육박하던 3월 초쯤에 다시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의 가격 인상 소문이 비디오게임 시장에 나돌기 시작했다. 환율 때문에 PS3의 가격이 적게는 4만원, 많게는 6만원 가량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단순 소문으로만 치부할 수 없었던 것이,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이 PS3에 품절 마크를 달고 판매를 중지하기 시작했으며, 각 소매상에서도 곧 있을 '가격 인상 때문에 소니가 PS3를 건네주지 않고 있는 물건마저 회수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중고 시장에서는 PS3를 구하려는 유저들로 넘쳐났으며, 중고 가격까지 덩달아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이 근 한달 동안 이어지면서, 기회다 싶은 일부 판매상들은 남아 있던 재고를 쇼핑몰 혹은 중고 장터를 통해 정가 보다 10여 만원 이상 더 붙여 500,0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판매해 상당한 폭리를 취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중고를 신품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피해를 보는 것은 오직 선량한 유저들이었다. 돈이 있어도 제 값에 구하지 못하고 웃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 졌고, 게임을 하고픈 순수한 유저들의 욕구가 일부 비양심적인 판매상들의 배를 채워주는 형국이 되었다. 오죽하면 재테크 1순위로 PS3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겠는가.


인벤에서 소니와 첫 번째 전화통화를 시도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환율 인상에 따른 가격 조정이라는 이유와는 별도로 선량한 유저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PS3를 국내에 유통하는 주체인 소니가 방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소니의 대답은 지금 돌고 있는 소문과는 다르게 일정 물량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유통시키고 있으며,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전혀 없는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 PS3 가격 조정을 위한 준비 중? 신품 구입 힘들어.. 』 바로가기 [클릭!!]



가격 인상과 인하에 대한 소문, 그리고 PS3의 품절 사태, 일부 판매상들의 폭리 추구가 반복되어 왔고, 그러던 오늘(4월 1일) 국내 경제 인터넷 신문인 파이낸셜 뉴스는 플레이스테이션 전문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국내 PS3의 가격이 기존 보다 10% 상승한 488,000원으로 인상되었다는 기사를 보도 했다. 그 이후 비디오게임이 전문적으로 다뤄지는 모 사이트에서는 PS3 가격 인상에 대한 유저들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 파이낸셜 뉴스 - 소니, 국내 PS3 가격 전격 인상 』 바로가기 [클릭!!]



소니는 오늘도 인벤과의 전화통화에서 파이낸셜 뉴스의 기사에도 있듯이 그 내용을 발표한 주어가 자신이 아닌 플레이스테이션 전문점 관계자라는 것을 들며 답변을 회피했다. 아직 본사에서 PS3의 가격과 관련한 어떠한 지침도 내려오지 않아 기사의 사실 가능성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긍정도 아닌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 한달 전 답변과 별 다를바가 없었다. 일부 판매상들의 폭리, 유저들의 어려움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설명.



[ ▲ 정가는 448,000인데 신품, 중고가 모두 500,000이 넘게 판매되는 상황 ]




두에도 언급했듯이 모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마련이고,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기업의 입장으로서는 가격 인상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확한 공지도 없이 선 조치, 무 답변 형태의 입장을 고수하는 소니로 인해 안 그래도 열악한 비디오게임 시장에 얼마 남지 않은 유저들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


차라리 가격 인상을 미리 공지했더라면, 중고가격은 안정되었을 것이고, 물량이 없어도 판매상들이 10만원 이상이나 올려 받아 폭리를 취하는 현상이 지금 보다는 덜 했을 것이며, 판매상들도 '너무한 가격'이 아니냐는 유저들의 항의에 지금처럼 "환율 인상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사기 싫으면 사지 마세요."라는 답변 한 줄만을 남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최근 스트리트파이터IV와 바이오하자드5의 출시로 다시금 비디오게임 시장에 복귀하는 30-40대 게이머들이 충분한 경제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이유도 현재 시장의 혼란스러움 탓이 크다. 그리고,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니는 국내 비디오게임계와 유저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가격 정책에 대한 정확한 공지를 올리고 유저들의 이해를 구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어지러워진 유통 질서를 앞장 서서 바로 잡아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을 상대로 장난치는 보따리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일말의 가능성이라고 보이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