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금) 넥슨 아레나 E스타디움에서 대망의 DPL 결승전이 진행됐다. 태풍의 영향으로 인해 일주일이 연기된만큼 4강전과 결승전이 동시에 펼쳐졌는데, 피튀기는 사투 끝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선수는 전시즌 챔피언인 김태환이다.

김태환은 이날 4강에서 편세현을 2:0으로 셧아웃 시키고, 결승전에서 장재원을 만나 세트 스코어 3:1로 우승을 차지했다. DPL 최초 2연속 개인전 우승자라는 점과 더불어 단 한 세트를 내주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엄청난 기록도 세웠다.

장재원 선수는 이날 벌어진 4강전에서 김태환과 마찬가지로 여격투가 조합을 사용하는 김창원을 상대로 2:1 스코어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여러가지 실수가 겹치면서 눈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치게 됐다.

특히 김태환 선수는 4강전 초반에는 다소 긴장한듯 보였지만, 절호의 컨디션을 자랑하는듯 4타 잡기 테크닉부터 시작하여 히트 리커버리를 활용한 반격과 두 수 앞을 내다보는 카운터 싸움 등 명장면을 연출했다.


▲ 한 달에 걸친 여정 끝 김태환의 2회 연속 우승이라는 결말로 끝이난 DPL




4강전 1경기, 김창원 vs 장재원
올킬을 달성했으나 4강 진출은 실패한 김창원

4강 1경기는 초반에는 김창원이 압도했다. 선봉으로 나선 여넨마스터가 장재원의 엔트리를 올킬해버린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우승후보라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올킬이라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예상은 그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어서 펼쳐진 2세트 경기에서도 김창원이 한 발 더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킬을 달성한 여넨마스터는 소드마스터에 잡혔으나, 이어서 등장한 여그래플러에 최후의 캐릭터인 웨펀마스터의 체력이 바닥 직전까지 내려갔다.

체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인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장재원은 역시 노련한 선수였다. 10년차가 넘어가는 경험이 헛되지 않다는 듯 위기의 순간 웨펀마스터가 기적의 역전승을 펼치며, 경기를 에이스 결정전인 3세트로 몰고 갔다.

과연 서로 본캐릭터가 나올까 싶었는데, 김창원은 1세트에서 올킬을 달성한 여넨마스터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고, 장재원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듯 비장한 표정으로 본캐릭터인 웨펀 마스터를 꺼냈다.

결과는 간발의 차로 장재원의 승리였다. 초반부터 넨가드를 사이에 두고 상대의 동향을 서로 살피는 등 느린 호흡으로 출발했으나, 서로 무큐기를 교환한 이후 오른쪽 구석의 심리전에서 장재원이 승리하면서 급격히 승부가 기울었다. 승리후 손을 떨며 일어나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장재원의 표정에서 이번 승부의 치열함을 알 수 있었다.


◆ 주요 경기 흐름 살펴보기




1. 장재원의 챠지크래쉬를 카운터내는 김창원(4:00)

2. 광충노도와 악즉참의 대결은 오늘 수차례나 나왔다(5:56)

3. 1세트 올킬로 가는 피니쉬 무브는 넥스냅이었다(8:00)

4. 2세트부터 환영검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는 장재원(10:18)

5. 2세트 역전의 계기가 된 열파참 잡기(16:12)

6. 엄청난 반응속도로 카운터를 치며 승리를 가져온 장재원(20:05)


▲ 선수 커리어상 가장 힘든 승부가 아니었을까? 결승에 진출하는 장재원






4강전 2경기, 김태환 vs 편세현
한치의 방심도 없는 기계적인 콘트롤! 챔피언의 품격은 대단했다

분명 4강에 올라오기 전까지 편세현은 거칠 것이 없었다. 남들이 적응하지 못한 블러드메이지라는 비밀병기를 준비했고, 본디 잘했던 여스트라이커와 섀도우댄서의 숙련도는 명불허전이었다. 속된 말로 4강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전부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 두들겨 때려부수며 올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기세라면 첫 결승 진출도 꿈이 아니었으리라 생각될 무렵 드디어 큰 벽이라 할 수 있는 김태환을 만났다. 유독 다른 클래스를 보여주는 챔피언이었기에 긴장한 탓일까. 남다른 진입 타이밍과 카운터 싸움 등 재기발랄한 플레이를 많이 펼쳤던, 그래서 무서웠던 편세현이 여기서 무너졌다.

김태환은 시종일관 편세현을 압도했다. 과감하며 저돌적인 모습으로 재미를 봤던 편세현이지만, 김태환의 공격성은 그보다 더했다. 오히려 무리하게 공격을 펼쳤던 편세현을 히트 리커버리를 이용한 역공을 가함으로 계속해서 역전했고, 성급히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공격 범위를 알고 있다는 듯 천천히 걸어서 압박해오는 김태환이 무빙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1세트에서는 그나마 몸이 덜풀린듯한 김태환을 상대로 비등비등한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2세트에서는 여스트리트파이터의 원콤을 맛보며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그대로 경기를 내줬다. 김태환은 실로 챔피언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할 수 있겠다.


◆ 주요 경기 영상




1. 퀵스탠딩과 순간적인 잡기로 위기를 모면하는 김태환(2:47)

2. 굉장히 수준 높은 공방 이후 붕권으로 따라붙는 편세현(6:22)

3. 철산고를 일발 화약성으로 카운터치는 김태환!(8:00)

4. 기다렸다는듯 그라운드 킥으로 한 방 콤보를 넣는 김태환의 놀라운 모습(11:00)

5. 이날만큼은 김태환의 여스트리트파이터를 막기 힘들었다!(12:25)

6. 오브젝트를 활용하는 콤보까지 작렬시키는 김태환(15:44)


▲ 1세트에서는 그나마 빛난던 편세현이지만, 2세트에서는 완전히 망가졌다






결승전, 김태환 vs 장재원
승부를 가로짓는건 결정적인 실수! 김태환 침착한 플레이로 우승

잠시후에 벌어진 결승전은 누군가의 예상처럼 장재원과 김태환의 대결이 됐다. 사실 김태환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과 동일한 캐릭터 폭을 자랑하는 김창원이 내심 어려운 상대였기에 장재원이 올라온 것이 차라리 나았다고 생각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반면 장재원 입장에서는 어차피 김태환과 동일한 캐릭터 엔트리에 플레이 스타일이나 운영에 참고가 되는 김창원 선수를 꺾었기에 김태환도 넘을 수 없는 벽이라 생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장재원은 이미 김창원을 꺾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오히려 4강전보다 편한 모습으로 게임에 임했고, 실제 초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김창원에게 힘을 쓰지 못한 아수라가 본격적으로 활약해주며 선취점을 가져갔다.

이후로 서로 한 세트씩 경기를 주고 받으며, 누가 더 강하냐는 말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캐릭터가 교환됐다. 거리 조절에 노련한 김태환이지만 마찬가지로 무기를 교체해가며 타이밍을 잡는 장재원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승패를 가른것은 김태환의 놀라운 피지컬과 장재원의 실수였다. 사실 장재원의 입장에서는 김태환의 반응속도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좀 더 어울렸다.

김태환은 서로 카운터가 두 차례 오고가는중에 한 번 더 카운터가 들어온다거나, 빙결 상태를 말도 안되는 움직임으로 푸는 등 왜 전시즌 우승자인지 몸소 증명했고 결국 영예로운 2연속 우승자가 됐다.


◆ 결승전 경기 영상









▲ 검성 장재원도 김태환의 정크스핀 한 방 콤보 앞에서는 버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