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이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전한다.

오는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섬머 스플릿의 마지막 무대, kt 롤스터와 그리핀의 결승전이 진행된다. 이날 그리핀은 롤챔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대기록에 도전한다. 바로 '롤챔스 최초의 로얄로더 팀'이다.

약 7년 간의 롤챔스 기간 동안 '마타' 조세형이나 '후니' 허승훈처럼 로얄로더 타이틀을 획득한 선수는 몇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한 팀이 창단하자마자 우승컵을 거머쥔 경우는 없었다. 혜성처럼 등장해 기존 강호를 위협하고 그들의 왕좌를 노리는 신흥 강팀은 있었지만, 로얄로더의 영광을 가져간 팀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 문턱까지 갔던 팀은 2013년의 SKT T1 K과 2015년의 락스 타이거즈다.

SKT T1 K는 솔로 랭크 1위 고전파, '페이커' 이상혁을 필두로 한 강력한 라인전 능력과 몰아치는 경기력으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하지만, MVP 오존에게 발목이 잡혀 창단 시즌에는 3위에 머물렀다. 락스 타이거즈도 창단 후 바로 우승할 뻔 했으나, 꽤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 주축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로얄로더로의 도전이라고 하기엔 겸연쩍은 부분이 있었다.

그만큼 로얄로더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특히, 선수단 대부분이 신인으로 구성된 그리핀 같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다전제로 펼쳐지는 상위 라운드에서는 큰 무대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대의 중압감을 이겨내는 방법이나 멘탈 관리법, 위기 대처 능력 등 신인의 패기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이 분명 있다.


하지만, 지난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그리핀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줬다. 상대는 포스트 시즌 들어 기세를 탄 아프리카 프릭스였고, 그리핀은 2라운드 들어 폼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기였다.

그리핀이 첫 세트를 승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하는 듯 보였으나, 2, 3세트를 내리 내주며 순식간에 위기에 몰렸다. '기인' 김기인을 필두로 한 아프리카 프릭스의 집요한 스플릿 운영에 그리핀의 장기인 한타 능력이 좀처럼 발휘되지 못했다. 기존 강팀의 '패승승' 리드, 이대로 무너지는 게 당연해 보이는 그림이었다.

여기서 그리핀이 꺼내든 카드는 '맞불 작전'이었다. 탑에 더 강한 챔피언(제이스)을 쥐어줘 라인전은 물론 스플릿 구도에서도 밀리지 않는 구도를 만들었다. 어찌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그리핀 입장에서는 큰 결심이었다. 이는 경기 승리 후 진행된 김대호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소드' 최성원과 김대호 감독 모두 공격적인 챔피언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진다는 마인으로 하면 지는 거다'는 생각으로 한번 부딪혀 보고자 제이스를 뽑아든 것이다. 이 전략이 제대로 먹히면서 그리핀은 끌려가던 분위기를 단숨에 뒤바꿀 수 있었다.

마지막 5세트선 늘 발목을 잡았던 미드 오리아나로 승리하는데 성공하면서 그리핀은 대망의 결승 티켓을 손에 넣었다. 팬들에게는 '역대급'에 올릴만한 명승부였고, 그리핀의 입장에서는 밴픽으로나 인게임 플레이로나 많은 것을 얻어간 경기였다. 2라운드가 끝나갈 때쯤만 하더라도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냐'던 시선은 이제 '이정도면 할만하다'로 바뀌었다.


사실, 이런 그리핀의 밑바탕에는 그들이 겪어온 2부 리그 시절의 경험이 고스란히 깔려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지만, 불과 1년 전인 '2017 LoL 챌린저스 코리아(이하 롤챌스)' 스프링 때만해도 그리핀은 2부 리그에서조차 승격강등전(이하 승강전)으로 밀려났었던 약체였다. 정말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팀이다.

이후 팀에 합류한 김대호 감독의 리드 하에 성장하기 시작한 그리핀은 2017 롤챌스 섬머 스플릿에서 4위를 기록했고, 이어진 케스파컵에서는 아프리카 프릭스를 2:0으로 완파하고 SKT T1을 상대로 2:1로 분전하는 등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리고, 2018 롤챌스 스프링 시즌 전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승강전서 1위로 롤챔스에 합류하게 된다.

다시 말해 지금 그리핀이 롤챔스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단순히 신인의 패기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2부 리그에서 헤매이던 선수단을 끌어올린 김대호 감독의 리더십과 충분한 잠재력에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은 선수들, 그리고 함께 성장하며 쌓아올린 두터운 신뢰로 지금의 그리핀을 정의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