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주인공을 가리는 결승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탈수기 운영의 극한을 보여주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등극한 kt 롤스터, 그리고 LCK 역사상 최초의 로열로더를 꿈꾸는 그리핀이 우승컵을 놓고 대결을 펼친다. 모든 라인이 격전지라고 불러도 손색없지만, 메타가 아무리 변해도 LoL에서 가장 중요한 라인은 결국 미드다. 미드 성패에 따라 우승컵의 주인공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시즌은 미드라이너 '세대교체'라는 말이 유독 와닿는 시즌이었다. 초신성 미드라이너들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며 팀의 핵심 자원으로 우뚝 섰다. 적어도 이번 시즌 만큼은 신예 미드라이너들의 성장세가 기존 강자들의 아성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초신성 미드라이너의 대표 주자인 '유칼' 손우현과 '초비' 정지훈이 격돌하는 이번 결승전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

손우현과 정지훈 모두 신인의 패기와 뛰어난 피지컬 능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두 선수의 스타일과 추구하는 방향은 많이 다르다. 두 선수가 그동안 걸어온 행보를 살펴보며 결승전을 예상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과감함의 '유칼'
리스크 짊어지고 최대 이득 노린다




과감하게 리스크를 짊어지고 최대 이득을 노리는 선수. 그것이 지금의 '유칼' 손우현이다. 보통의 신인이라면 배짱이 부족해서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손우현은 과감하게 해낸다. 물론 완벽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때로는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손우현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탁월한 센스가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게 아닐까 싶다. 챔피언 특성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챔피언을 잡아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 손우현의 트레이드마크로 등극한 아지르와 야스오로 그것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결승전 직행이 걸린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MVP전에서 아지르를 꺼낸 손우현은 '드리프트 콤보'로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 상대 원딜을 토스하며 한타 대승을 이끌었다. 존야의 모래시계가 없었지만, 손우현은 망설임이 없었고, 깔끔하게 그것을 성공시켰다.

그에게 'LCK 제일검'의 칭호를 선사했던 7월 15일 아프리카 프릭스전 2세트도 빼놓을 수 없다. '스멥'의 나르와 '데프트'의 스웨인이 허무하게 잘린 상황에서 손우현은 야스오로 1:4 전투를 펼쳤고,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됐다. 이날 경기서 손우현은 야스오로 KDA 11/1/9, 6만 8천의 총 딜량을 기록하며 MVP에 선정됐다. LCK 역사에 길이 남을 야스오 슈퍼 캐리 경기였다.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 손우현의 자신감은 항상 하늘을 찌른다. kt 롤스터 팀원들도 입을 모아 손우현을 '정상이 아니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평범한 선수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완성형' 미드라이너로 거듭나고 있는 선수는 LCK 역사를 놓고 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번 결승전에서 우승컵까지 들어 올린다면 손우현의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우직함의 '초비'
리스크 최소화, 안전하게 가면 이긴다




미드가 불안한 팀은 우승할 수 없다. 그것은 LoL의 불변의 진리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그리핀은 우승 자격을 갖춘 팀이다. 갓 데뷔한 신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비' 정지훈은 안정감이 넘친다.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10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에서 정지훈은 KDA 9.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CK 미드라이너 중에서 압도적인 기록이며 2위 '바이퍼' 박도현보다 2.1이나 높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순간에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니다. 정규 시즌 경기당 평균 킬 지표에서 3.5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풀세트 혈전이 나왔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겨우 1데스 밖에 하지 않은 상태로 압도적인 킬 관여율을 보였다.


'유칼' 손우현이 리스크를 짊어지고 최대 이득을 노리는 선수라면 '초비' 정지훈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선수다. 확실할 때만 적극적으로 칼을 뽑고, 변수가 많은 상황에선 최대한 안전한 수를 선택하는 편이다. 가장 기본인 라인전에서도 상대 정글러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절대 라인에서 반 이상 나가지 않는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정지훈은 이렐리야, 야스오, 조이 등 피지컬 챔피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피지컬로 대표된 선수였다. 하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오리아나, 라이즈 등 밸런스 중심의 미드 챔피언을 사용하며 단단함과 안정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 마지막 5세트에서도 정지훈은 오리아나로 안전하게 버티며 결정적인 순간에 4인 충격파를 터뜨려 그리핀을 결승전에 올렸다.

정지훈의 최근 활약상을 놓고 보면 '우직함'이라는 표현이 유독 잘 어울린다. 굳이 리스크를 안고 변수를 창출하기보단 그리핀의 승리 공식대로 실점을 최소화한 뒤 한타로 넘어가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초신성 미드 결정전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은?



'유칼' 손우현과 '초비' 정지훈 모두 결승전에 어울리는 선수임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그러나 아직 큰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경험은 두 선수 모두 없다. 우승컵을 거머쥔 선수는 한 단계 더 진화해 미드라이너 세대교체의 중심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규시즌에선 손우현이 두 번 모두 승리하며 조금 더 앞선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손우현이 솔로 킬까지 따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선을 제압했다고 볼 수 있다. 정지훈 입장에서 갚아줄 것이 많이 남았다.

손우현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낸 바 있다. 그의 목표인 '스코어' 성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스코어' 고동빈과 함께 미드-정글 주도권 싸움에서 그리핀을 압도할 필요가 있다. 손우현의 패기와 고동빈의 관록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상대 전적과 전체적인 선수 기량 면에서 kt 롤스터가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 정지훈은 정규시즌에 보여준 것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만 강적 kt 롤스터를 꺾고 영광의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다. 많은 것이 걸린 이번 결승전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놓치지 말고 지켜보자.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스플릿 결승전 일정

kt 롤스터 vs 그리핀 - 오후 5시(인천 삼산월드체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