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라는 건 참 무섭다. 한 번 기대를 받기 시작하면 그 결과는 모 아니면 도다. 많은 이의 기대에 부응해 엄청난 찬사를 받을 수도 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질타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벌어지는 일이다. 기대받는 팀, 기대받는 선수가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리면 끝모를 칭찬이 이어진다. '괴물 신인'이라던가 '세계 최고의 팀 혹은 선수'와 같은 찬사를 받는다. 반대 상황도 왕왕 일어난다. 혹자는 '몰락' 혹은 '먹튀'와 같은 과격한 표현을 들먹이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 중 한 명이자 LPL 최고의 스타 '우지' 지안즈하오도 매번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우지'는 2018년이 오기 전까지 명성에 걸맞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은 커녕 LPL 우승 트로피 한 번 만져보지 못했다. 팬들의 비아냥 섞인 비판과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그랬던 그는 2018년 들어 LoL로 열리는 대회 중에 자신이 참가했던 모든 대회를 석권했다. 두 번의 LPL 우승과 데마시아 컵 우승으로 중국 내 모든 대회 우승의 기염을 토했다. 또한, 2018년에 열린 국제무대들 역시 휩쓸었다. MSI와 리프트 라이벌즈 우승은 물론, 중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우지'에게 2018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이제 롤드컵에서만 우승을 차지하면 '우지'는 '한 해 열린 모든 대회 우승'의 주인공이 된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우지'는 모든 걸 코치진과 팀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상반기를 보내 많이 기쁘다. 올해 정말 좋은 코치진과 뛰어난 멤버들과 함께 했고, 다같이 열심히 해줘서 얻어낸 뜻깊은 결과"라고 했다.


그의 코치진 및 팀원들에 대한 애정은 지난 인터뷰에서도 여러 번 확인했던 내용이다. 그는 당시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이 와서 저를 관리하려고 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코칭스태프가 팀에 도움을 많이 준다고 느꼈다. 현재 코치진 역시 팀원 간의 소통을 이끌고, 발전시켜 준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믿을 수 있는 코치진이라고 매번 느낀다"고 답한 바 있다.

우수한 코치진과 믿을 수 있는 팀원들과 함께 하고 있는 '우지'. 그의 2018년 우승 행보의 시작을 알렸던 건 2018 LPL 스프링 스플릿이었다. 이에 대해 '우지'는 "나를 포함한 우리 팀 전원에게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는 걸 느꼈던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과 같은 연속 우승 행보에 대해서는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원동력으로는 역시 팀 구성원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팀은 힘든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와 같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 중 한 명이라는 세간의 평가에도 우승을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던 '우지'. 그래서 이번 2018년의 행보가 더욱 뜻깊을 것 같았다. '우지'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나 뿐만 아니라 우리 팀에게 큰 의미"라고 전했다. "예전에 우승을 한 번도 못해봤기 때문에 인정을 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우승을 연달아 하고 나서는 조금씩 나와 우리 팀이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고 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지'는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 중 한 명으로 언제나 손꼽혔다. 특히, 팬들보다는 전문가들 그리고 그와 함께 경기를 치렀던 프로게이머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작년 롤드컵을 앞두고는 '레클리스'와 '한스사마' 등 세계 각지에서 활동 중인 원거리 딜러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우지'를 최고라고 평가했다.

2017 롤드컵을 앞두고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레클리스'는 '우지'를 다른 원거리 딜러들보다 더 위에 둬야 한다며 '대단한 선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스사마'는 "다른 선수들 상대로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데 '우지'와 붙었을 때에는 절대 못 이기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놨을 정도였다.

'우지' 역시 그들의 평가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유명하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나를 높게 평가해줘서 너무나도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대로 '우지'가 정하는 원거리 딜러 프로게이머 순위가 궁금했다. 하지만 '우지'는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 이유로는 "나는 다른 누군가를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답에서도 이전과 달라진 '우지'를 느낄 수 있었다. 2018년 상반기 대회를 전부 휩쓸고도 자신이 누군가를 평가할 수 없는 입장이라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전세계 수많은 원거리 딜러 선수들의 명단을 준비했던 만큼 '우지'가 만든 순위표를 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자신에 대해 쏟아지는 찬사에 걸맞은 실력을 경기 내에서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된 원동력을 묻자, '우지'는 "달라진 마음가짐"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 스스로 생각해봐도 예전보다 한층 성숙해진 것 같다. 마음가짐을 언제나 바로 잡아 긍정적인 멘탈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답변을 했다.

그는 프로 팀 단위 대회 뿐만 아니라 국가대항전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LoL 부문에 중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해 팀의 우승을 이끈 것. 그는 프로게이머 '우지' 뿐만 아니라 중국인 지안즈하오로도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에서 정상에 섰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건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면서 동시에 부담되는 일이다. 그 역시 "국가대표가 되니 의미가 더욱 크고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었다. 게다가 국가를 위해 경기에 나서 금메달까지 차지했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다"고 했다.

계속 출전했던 프로 팀 단위의 대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지'는 "이전에는 팀과 나 자신을 위해 대회에 출전했다. 국가대표로 경기에 나선다는 건 느낌이 많이 달랐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은 올림픽 LoL 부문에도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고 싶다"는 의지를 다졌다.

최고의 2018년을 보낸 '우지'는 사실 경력이 정말 오래된 프로게이머다. 한 분야에서 오래 몸을 담고 있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중국 내에서 e스포츠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많이 생겼다는 사실에 대한 '우지'의 의견이 궁금했다. 하지만 '우지'는 자신은 현역 프로게이머라며 끊임없는 노력과 좋은 성적을 더 우선시했다. 그는 "예전보다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생겼지만, 나는 열심히 연습하고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많이 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이제 2018 롤드컵에서만 우승을 차지하면 '우지'는 2018년 최고의 LoL 프로게이머가 된다. '우지' 역시 각오가 남다를 터. 그는 "팀원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해서 롤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고 싶다"는 짧고 굵은 각오와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