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김효택 대표는 두산, 넥슨 등의 기업에서 인사 팀장을 한 경험을 가진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진 강연자다. 이후, 자라나는 씨앗이라는 회사를 차려 초기 3년은 기획 개발자로, 최근 2년 간은 사업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 인디 게임 사업의 성공이라고 하면 한 번에 큰 다운로드 수와 매출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자신들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시대와 트렌드가 변하면서 동시에 잊히는 현상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모바일 게임으로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꿈꾸는 강연자가 있었다. 오페라의 유령과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은 고전 문학을 스토리 게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 '맺음'을 진행 중인 김효택 대표였다. 스토리 게임이라는 특별한 장르지만, '지속 가능한 모바일 게임을 만들겠다'는 그의 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 강연주제 : 지속 가능한 스토리 게임, 핵심은 단골 고객?


⊙ 게임 회사를 차리는 이유



김효택 대표는 강연의 시작과 함께 왜 사람들이 게임 회사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간단하게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지, 게임으로 돈을 벌고 싶은지로 나눌 수 있다. 정답은 없지만, 그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말하며 게임 흥행 역시 절대 쉽지 않다는 현실에 대해 말했다.

이어서 기획자로 참여했던 게임인 '옐로우 브릭스'에 대해 "개발 기간이 1년을 넘지만, 누적 다운로드 수가 3천 정도밖에 안 된다"며 게임 회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과거 넥슨에 있을 때는 10개를 개발하면 1개는 성공한다는 공식이 있었지만, 2017년 상반기만 7,500개 가량의 게임이 나오는 요즘 시장에서 크게 성공할 확률은 0.01% 이하였다.특히, 작년 한 해에만 사라진 게임 개발사가 100개가 넘을 정도로 단순히 돈 벌기를 위해 뛰어들기엔 만만치 않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게다가, 한 번 성공한 기업이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연속된 성공이 보장할 수 없는 게 게임 시장이었다.

그래서 김효택 대표는 다른 관점에서 게임 사업을 바라봤다. 게임 사업을 '보물찾기'처럼 한 번의 대박을 노리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김효택 대표는 스토리 게임 사업에 대해 '거래'라는 말을 했다. 5일 장에 나가 물건을 파는 할머니가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듯이 게임 사업의 매출 목표는 다음 게임을 개발할 정도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물찾기'와 '거래'라는 게임 사업을 보는 관점에 대한 비교를 이어갔다. '보물찾기'와 같은 게임 산업은 애니팡, 비타500, 배틀그라운드처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주식 상장과 투자를 목표로 한다. 반면, '거래'의 관점에서 사업의 목표는 '대박'이 아닌 '독자 생존'이다. 많은 회사들이 2~4개월 주기로 성과 곡선이 꺾이는 현실에서 계속해서 게임 사업을 하고 싶고 고객이 찾아와주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브랜드의 가치를 세워야 한다. 스토리 장르의 게임은 이 회사가 가장 잘한다는 인식을 만들어가면, 회사를 좋아하는 팬이 생길 수 있다.

[맺음 오페라의 유령]



⊙ 지속 가능을 추구, '단골' 고객이 중요하다


스토리 게임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단골 고객'이었다. 단골의 수가 우리 회사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효택 대표 입장에서 단골 고객은 자사 게임인 지킬 앤 하이드와 오페라의 유령을 연속으로 한 사람, 그리고 그 크기는 개설한 카페의 팬 수와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언젠가 회사 게임을 바이럴 마케팅할 수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에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런 전략을 세운 이유를 변화하는 마케팅 트렌드로 설명했다. 마케팅 3.0 시대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 브랜드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전략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마케팅 2.0 시대와 비교해보겠다. 과거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면, 이제는 제품이 유저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김효택 대표는 자신이 Apple을 쓰는 유저로서 좋은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공감하며 활용한다는 말을 남겼다. 단순히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보단, '팬덤'을 더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후, 카페와 같은 경로로 고객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새로운 걸 제공해 관심을 줘야 관계의 유지가 가능하다.

인디 게임에서도 게임보다 공유 가치를 우선시하는 기업이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준 바 있다. 버프 스튜디오는 마이오아시스라는 힐링 게임을 만드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인디 가수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장점인 '힐링'을 목표로 콘서트를 연다. 단순히 게임 수익만 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브랜드의 이미지와 고객과 소통을 위해 콘서트를 마련했다고 한다.


⊙ '맺음' 지속 가능하려면?


이렇듯 김효택 대표는 소규모 게임사의 생존은 '단골 확보'에 달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 맺음은 브랜드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떤 직원도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시기 2016년에 김효택 대표는 브랜드를 세우고 고객에게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고 노력했다. 기본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인디 게임 페스티벌에 신청해서라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카페 관리 역시 고객과 소통에 있어서 주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게임 컨텐츠로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소소한 이야기(자투리 수첩), 초기 아트 컨셉 등을 고객들과 공유하려고 했다. 더 발전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팀원 전체가 다른 회사의 게임을 해보고 추천 및 공유하는 피드백 세션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고객들과 함께 하면서 끝없는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카페가 활성화되지 않은 해외에서는 자체적으로 카페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 역시 가지고 있다.

스토리 게임 사업에 단골 손님이 필요한 이유 역시 설명했다. 수익을 꾸준히 내기 힘든 구조에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개발 주기를 줄여서 매달 신작을 낼 수도 없는 상황. 기존 게임에 스토리를 더 한다면 고객들에게 돈을 내라는 요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과 지킬 앤 하이드를 플레이하는 고객이 단골 고객으로 남길 바라며 꾸준히 그들과 소통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