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등급분류사업자 제도는 게임 사업자에게 게임 등급을 자체적으로 매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시장의 유연성을 돕는 일종의 자율심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를 감시 감독해야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사후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동섭 의원실(바른미래당)에서 조사한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사후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위는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해당되는 종전 사업자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종전 사업자에게 지난 2년은 심사를 유예받은 기간이었다. 게임위의 사업자 지정 근거는 2016년 5월 개정된 게임산업법에 따른다. 처음으로 지정된 사업자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IEK)이며, 종전 사업자들은 재지정을 받았다. 첫 지정과 재지정 모두 심사를 거친다.

그러나 지난 2년이 유예 기간이었더라도, 등급분류 권한이 있는 사업자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법 개정 이전에는 게임위가 사업자를 관리 및 평가를 할 권한이 없었다"며 "그러나 정기적인 사업자 간담회와 교육을 통해 자체등급분류 업무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게임위는 사업자가 제대로 등급분류 업무를 하는지 관리감독하는 데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사업자는 게임이 올바른 사용자가 내려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예컨대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청소년이 받을 수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구글플레이에서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 무단으로 받아지는 문제가 최근 있었다. 사업자의 등급 관리 능력에 구멍이 뚫린 일이다. 게임위에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하자, 게임위는 "기자의 질의를 통해 해당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후에 게임위는 "즉각 구글에 사실 확인을 했고, 구글이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조치 중에 있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게임위는 "성인인증 가능 여부는 사업자 지정 취소 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문제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청소년 계정으로 테스트한 '19금' 게임 다운로드, 구글플레이 오류였다



▲ 제공: 이동섭 의원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게임위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자격을 심사, 지정할 수 있다. 현재 지정된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구글, 애플, 원스토어, 삼성전자, SIEK, 오큘러스브이알코리아, 카카오게임즈다. 종전 사업자인 LG전자와 NHN엔터테인먼트, 피지맨게임스는 현재까지 재등록하지 않았다.

게임위는 사업자 지정 및 사후관리 감독 책임이 있다. 게임산업법은 게임위가 지정된 사업자에 대한 평가를 연 1회 실시하도록 규정한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을 받은 경우, 지정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에 게임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재의 청문회를 열어 사업자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

사업자가 곧바로 지정 취소되는 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을 받은 경우'에만 해당한다. 지정 요건이 부족하거나 준수사항을 위반했을 때에는 먼저 시정 권고 또는 업무정지를 받는다. 이용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 애플을 포함해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총 7곳이다

즉, 게임위는 연 1회 조사로만 사업자의 업무 능력을 평가한다. 그 외에는 사업자가 등급 분류를 한 내용, 전문가의 활동 보고서를 보고받는 정도다. 불거진 구글플레이의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게임이 무단으로 다운로드 되더라도, 게임위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없다.

더군다나 연 1회 조사는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프로세스가 빈약하다. 게임법에는 '문화체육관광부령'에 따라 연 1회 이상 조사를 하라는 것만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게임위의 업무를 돕는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모니터링단'은 해단식과 출범식 사이 약 3개월간 공백이 있다. 매년 실무진이 달라져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지속성 있는 모니터링을 위해 일자리 예산 확보가 숙제로 남는다.

게임위 입장에서도 일단 올해가 지나 가봐야 뭐가 문제일지 알 수 있을 거라는 분위기다. 게임위 관계자는 "올해 처음 사업자에 대한 평가가 진행됨에 따라,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해 향후 사업자 관리 미비점을 개선하겠다"라고 전했다.

연 1회 조사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에 게임위는 "사업자의 준수사항 위반 등의 사항이 발생할 경우 당연히 수시로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개선권고 등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사업자의 성인인증 오류와 같은 이슈에 대해서 게임위가 조치를 하기 어렵지만, '청소년 보호'에 있어서는 협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함께 조사한 이동섭 의원실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들이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사례들이 적발되고 있다"라며 "게임위의 자체등급분류 사후관리 시스템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제도 보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