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으로 19일 오전. 구글이 GDC 2019를 통해 공개한 '스태디아'는 게임 업계에 큰 화두를 던졌습니다. 클라우드 게이밍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구글이 정말 제대로 준비하고 왔다는 점에서 '스태디아'가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출시 시점도 2019년 연내 정식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정확하게 알렸으니 더더욱 그렇죠.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었고,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는 판단에서 공개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공개 직후 GDC 현장에서 시연을 진행하는 자신감을 보여줬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체험해 본 '스태디아'는 어땠을까요. 구글은 클라우드 게이밍 특유의 지연 시간, 화면 품질 하락을 방지할 수 있었을까요?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 본 '스태디아'의 소감을 솔직하게 전하겠습니다.
본론부터 갑시다. '지연 시간' 문제는 어떻습니까?
없다고는 못합니다. 그런데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놀라움이 가득했던 키노트였지만, 하나 문제를 꼽자면 명확합니다. 키노트 현장에서 스태디아의 시연을 진행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지연 시간이 바로 그렇습니다. 아마 한국에서 스트리밍으로 시청하셨다면 더 크게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바일 기기에서 시연을 진행할 때, 입력 후 조금 뒤에 움직이는 현상이 확연히 보였으니까요.
다만, 하나 설명을 하자면 시연장의 인터넷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는 점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단,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면서 이미 와이파이도 사망해버린 상태였고요. 핸드폰 전파는 한 칸에서 두 칸 정도를 왔다갔다하는 극한의 상황이었다는 점을 언급 드립니다. 구글도 시연용 와이파이를 마련해뒀겠지만, 그 이상으로 통신이 어려웠다는 변수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직접 만져본 결과, 현장이 오히려 변수가 더 많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태디아 서비스의 첫 시연은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부드럽게 구동됐거든요.
프로젝트 스트림으로 이미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는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크롬북에서 정말 부드럽게 작동합니다. 애초에 크롬북 성능이 인터넷 서핑 정도로 한정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절대로 구동할 수 없는 게임인 것은 확실하죠.
플레이어의 조작이 바로바로 반영되고, 시점 조절이나 액션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스태디아를 처음 만져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놀랍다는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시연에서 사용된 크롬북은 무선 인터넷과 유선 인터넷으로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두 시연 모두 '지연 속도 면에서는 큰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는 감상을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말이죠.
물론, 지연 속도가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 매우 미세한 딜레이가 있기는 하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편함이 없다는 점입니다. 혼자의 판단으로는 정확하지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기자들의 소감도 들어보고, 해외 기자들의 의견도 물어봤습니다. 다들 비슷한 의견을 내놓습니다. '이 정도면 할만할 것 같다'고 말이죠.
PS4의 리모트 플레이를 기준으로 설명을 보태자면, PS4 슬림(와이파이 연결) - PC 리모트 플레이보다 쾌적한 편입니다. 기자 본인의 집의 PS4를 회사에서 리모트 플레이로 구동할 때보다 조작이 빠릿빠릿합니다. 미국의 인터넷 환경이 국내보다 좋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 정도 속도로 이 정도의 서비스 품질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시연 영상 그대로 구동됩니까?
네. 크롬만 깔렸더라고요.
다음으로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였는데, 로딩 시간이나 구동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키노트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바로 게임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키노트에서 구동까지 5초 정도 걸리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조금 과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연 부스 기준으로는 약 10초 정도 로딩 시간이 걸렸거든요. 대신, 플레이 버튼 하나만 눌러서 게임을 구동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크롬북에 켜져 있는 것은 오직 단 하나. 크롬 브라우저뿐이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를 플레이할 때도 초기 로딩 속도가 비슷했던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제 구매한 지 4년 정도가 지난 컴퓨터의 처리 속도와 비슷한 셈입니다. 그래픽도 준수하고요. 집 그래픽 카드가 GTX 970인데 비슷하거나 조금 더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지극히 개인적인 여담입니다만, 전용 컨트롤러는 개인적으로는 안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손이 큰 분이라면 공감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날로그 스틱이 수평을 이루고 있는데, 바쁘게 조작을 하다 보면 엄지와 엄지끼리 부딪힐 수밖에 없거든요. 시연에서도 혹시나 닿을까 해서 이리저리 움직여봤는데, 어김없이 엄지끼리 접촉을 해버립니다. 패드를 쥐었을 때 그립감이나 무게는 만족스럽습니다만, 이 부분만 아니었다면 좋은 평가를 줬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거 될 것 같습니까?
어...일단 저는 쓸 것 같습니다.
서비스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개인적으로는 서비스를 사용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신반의하던 느낌이 시연 직후에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서 더 그렇습니다.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만 이백만 원이 넘는 시점이기에, 고민할 것은 분명하니까요.
아직 라인업이나 가격정책이 나오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국내에도 이 정도의 서비스 품질이 보장된다면야, 충분히 사용을 고려할 만한 물건이 될 것이란 생각입니다. 구글이 힘을 왜 쏟고 있는지. 그럼에도 왜 이렇게 자신감이 차 있는지. 실제로 체험한 결과, '그럴만했던 서비스'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시연에서는 멀티 플레이를 체험할 수 없었지만, 지금과 같은 퀄리티로 서비스 된다면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건 또는 시장의 확장을 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테니까요. 시연을 해보지 못한 모바일과 멀티 플레이의 평가를 차치하고, 싱글 플레이만 봤을 때는 '물건'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