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비행 소재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흔히 비행슈팅이라고 했을 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오락실 느낌을 주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얼마전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나인휠스의 비행 슈팅게임 EX3는 그 중 가장 오락실에서 즐기던 바로 그 기분에 가까운 게임. 비행기를 조종하고 적을 물리치다 마지막 보스를 처치하는 익숙한 게임이다.


게임의 역사에서 비행슈팅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인류의 역사에 비유하자면 거의 구석기 시대에 탄생했다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오래 전 등장한 장르가 아직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그만큼 비행슈팅에서 원천적이고 즉각적인 재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이상하게 PC 온라인에서는 비행슈팅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EX3가 반가운 것 하나.


재미있는 것은 EX3의 개발사인 나인휠스가 이전에도 종스크롤 비행슈팅게임을 서비스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비트파일럿이라는 이름의 전작은 비록 큰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온라인에서 즐기기 힘든 비행슈팅 장르를 선택해 게이머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데 나인휠스가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게임이 하나 더 있다. 플라잉 팬이라고 비행기를 타고 카트라이더처럼 경주를 하는 컨셉이었다. 지금은 개발이 잠시 보류된 상태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카트라이더의 후속작으로 지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에어라이더의 컨셉을 이미 고민하고 있었던 것.


이쯤되면 뭔가 수상하다. 나인휠스는 왜 자꾸 비행기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까. 다른 많은 게임 개발사들은 이미 시장성이 검증된 장르의 게임을 변주해 신작이라고 내어 놓느라 정신이 없는 것과 비교해보면, 나인휠스의 이런 끈질긴 도전은 게임의 완성도나 성패와는 상관없는 또다른 감동이다. 이것이 또 하나.


나인휠스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은 두 가지 이유였다.





(인벤) 마지막 테스트 때 잠깐 해보고 요즘은 접속해보지 못했어요. 정식 서비스는 잘 되고 있나요.

(나인휠스 장종철 기획팀장) 이제 일주일을 넘겼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생각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깊이 있게 플레이 하시더라고요. 잠 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접속해있는 분들도 계시고요.



정식 서비스를 하기 전에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뭘까요.

스크롤 비행슈팅 장르는 게임을 하다가 멈춰서 쉴 수 없는 게임이거든요. 뭐라도 하지 않으면 바로 총알에 맞아 죽으니까 스트레스가 큰 게임이라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너무 쉽게 할 수도 없고 너무 어렵게 할 수도 없고. 경쟁모드라고 있는데 정식서비스 때는 개인전을 넣었어요. 팀전으로 할 때는 승리 아니면 패배라서 50% 확률로 패배를 하게 되는데 이게 스트레스가 과도한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전을 넣었는데 비슷한 실력의 유저들끼리 하면 빠져들어서 하게 되더라고요. 승자와 패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1등, 2등, 3등이 있으니까요.



미션 모드와 경쟁모드 중에 경쟁모드가 더 인기가 좋은가 봐요.

경쟁모드의 보상이 아직 유저분들이 바라는 수준이 아니라서 미션 모드를 즐기는 분들이 더 많아요. 어떤 분들은 초단위로 시간을 재면서 어떤 것을 하는 것이 더 보상이 좋은지 체크하시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오픈해놓고 지켜보자고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사실 참고할 만한 다른 온라인 비행슈팅 게임 모델이 없다보니 시행착오를 하면서 학습해나가는 수밖에 없었죠. 당분간 유저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보완하려고 합니다.



[ ▲ EX3의 핵심 - 경쟁모드 ]



전작도 온라인 비행슈팅이었습니다. 플라잉 팬이라는 게임의 개발을 발표하기도 하셨고요. 지금은 또 비행슈팅이거든요. 비행 소재를 계속 만들고 있는 이유가 있나요.

일부러 비행기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대부분의 유저들이 온라인으로 게임을 즐기면 보드게임도 하고 테트리스도 하고 자동차 게임도 하고 FPS 게임도 하는데 그 외에 할 수 있는 하나를 더 만들어내자. 즐길 수 있는 장르를 하나 더 만들자 하는 것이었죠. 어떻게 보면 비행슈팅 장르는 게임 원년부터 있었던 장르인데 최근 들어서 사장되고 있어요. 게임 초기에 존재했다는 것은 접근성이 굉장히 높았다는 것인데 요즘 오히려 그런 장르를 찾기가 힘들거든요. 또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보자고 하다보니 계속해서 하게 된 것 같네요. 실은 대표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남들이 하는 건 하기 싫어하는 스타일이예요.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걸 잘 만들어보자는 성격이 아니라서…



온라인 게임 시장에 비행 소재의 게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임들은 스크롤 방식의 비행슈팅 원형이 그대로가 아니라, 3D라거나 시뮬레이션 느낌을 준다거나 롤플레잉을 도입하거나 하는 식으로 새로운 시도 또는 장르혼합을 시도했습니다. EX3는 전형적인 종스크롤 비행슈팅의 모습 그대로인데 그런 부분의 고민이 없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서로 마주보고 싸우는 대전형 비행슈팅으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어요. 지금의 간접적인 경쟁형태가 아니라 직접적인 대전형태였죠. 서로 싸우다가 잠깐씩 보스가 되어 공격하기도 하는 기획이었는데, 아무래도 저연령층이나 조금 나이가 있는 분들은 어려워 하시더라고요. 인터페이스를 단순화시키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형태를 고민하다보니 지금의 경쟁모드 형태가 되었어요. 미션모드는 그 후에 필요성을 느껴서 추가한 것이고요.

일본 게임중에 비행슈팅을 리듬액션과 결합시킨 레즈라는 게임이 있는데 그것처럼 리듬액션 같으면서도 단순한 느낌을 살려보자는 시도도 했었는데, 결국은 일반적으로 편안하게 다가가려고 익숙한 레벨업 개념이나 장착 개념을 도입하게 되었어요. 육성 요소가 들어가면서 생긴 고민은 기체가 너무 강해지면 약한 유저와 경쟁하게 될 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조심스럽긴한데 조금 더 RPG스럽게 가꿔나갈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 ▲ 특성 트리 형태로 기체를 성장시킨다 ]



기존의 많은 온라인 비행 슈팅게임들이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3D 공간에서 움직이는 게임이라거나 RPG를 도입했던 게임들을 제외하더라고 EX3 같은 게임들이 이미 등장했었거든요. 이 장르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기존에 흡사한 소재의 게임들이 더러 있었어요. 지금도 몇 몇 게임들이 서비스를 준비중이고요. EX3가 가장 다른 점은 경쟁모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온라인 게임에서 컨텐츠가 오래 간다는 것은 즐길 수 있는 한 판, 두 판이 계속 추가되는 식으로는 힘들다고 판단했어요. 하나의 컨텐츠로도 오래갈 수 있거든요. 서든어택의 창고맵 하나로도 유저들이 즐기는 것처럼, 유저들 자체가 환경이 되고 변화요소가 되어 끊임없이 새로운 플레이가 나타나는… 비행슈팅 중에서는 그것을 먼저 찾는 게임이 앞서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EX3는 경쟁모드로 풀어나가는 것이고요.



경쟁모드말고도 다른 모드를 준비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경쟁모드가 잘 만들어진 모드니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요. 더 맛있는 과자가 없나 찾고 있어요. 게임에 보시면 대전모드 메뉴가 활성화되어있지 않은데 내부에서 테스트중인 새로운 모드거든요. 아직 어떤 모습이 될 지는 모르겠는데 종스크롤 비행슈팅이지만 이 안에서 느껴볼 수 있는 여러가지 규칙, 재미요소들을 많이 선보이려고 합니다.



아까도 잠깐 언급하셨지만 대전 모드가 되면 아무래도 고수와 초보유저간의 밸런스 문제가 생길 것 같거든요.

비행슈팅 장르가 중간층이 없어요. 비행슈팅 그 자체를 라이트하게 즐기는 분들이 있고, 또 동방시리즈를 하시는 하드코어한 분들이 있어요. 극과 극이죠. 서로 취향이나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데 하나만 가지고 놀게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요. 이 분들은 이 분들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규칙과 방법을 따로 제공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이유로 대전모드가 들어가는 것이죠. ‘내가 최고다’ 하는 마치 프로게이머가 된 느낌. 그런 고수들을 위한 컨텐츠가 될 것 같아요. 라이트한 유저들을 위해서는 아케이드 모드라고 해서 마치 오락실에서 게임하듯이 바로 시작해서 한 판 깨고 두 판 깨는 방식을 준비중입니다. 원코인 플레이나 점수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하도록요. 아케이드 모드는 7월 말에 공개될 것 같습니다.



[ ▲ 하드코어 유저와 라이트 유저의 체감 난이도 조정이 가장 고민이라고 ]



어떤 분들은 너무 쉽다. 어떤 분들은 어렵다. 의견도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온라인 게임에 이런 게임이 나와줘서 반갑다는 분들, 잘 됐으면 좋겠다는 유저들이 많아요.

1:1 문의로 아이디어를 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꼼꼼하게 따지면서 기획자를 혼내는 분들도 계시고요. 애착을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인상깊었던 내용 중 하나가 어떤 아버지가 쓴 글이에요.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반 친구들이 한다고 그래서 한 판 하는 것을 보다가 게임을 하게 되셨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게시판을 보면 30, 40대 분들도 꽤 많이 하거든요. 이렇게 초등학교 여학생부터 아버지 세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어느 게임사보다 비행슈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곳이 나인휠스가 아닐까 싶어요. 전작에서도 많은 부분을 경험하고 데이터화 시켜두셨을 것 같고요. 그래서 이런 질문에 좋은 답을 주실 것 같습니다. 비행슈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몬스터의 움직임이나 탄 발사, 레벨업과 관련된 부분, 보상 등 전반에 걸쳐 전작의 경험이 녹아있습니다. 실력이나 기체에 따른 편차로 이기는 사람은 항상 이기고 지는 사람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아지는 스트레스도 경쟁모드 형태로 완화되어 있고요. 어려운 질문인데 다르게 답하자면, 아쉬움으로 남은 점이 전략적인 부분이예요. 이런 보스는 이런 방식으로 클리어하고 저런 보스는 저런 방식으로 공략해야 하는. 이 미션은 이렇게 해야지만 지나갈 수 있다던가 하는 전략성이 들어갔으면 했는데 온라인의 한계도 있고 동기화 문제도 있었고요. 단순히 총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클리어를 위한 전략적인 공략이 필요한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숙제를 가지고 있죠.



혹시 이스포츠 쪽도 준비하고 있나요? 해외 진출도 진행중인지 궁금합니다.

따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그렇게 될지도 몰라서 숨겨진 기능으로 관전모드 같은 것을 준비해두긴 했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개인전이든 팀전이든 경쟁모드는 함성을 질러가면서 중계하기에 적합하지 않나 싶기는 해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해외는 태국에서 정식 오픈을 준비중입니다. 아마 이번 달 말이나 다음 달에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한된 인원이었는데도 태국 유저분들이 열성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대가 큽니다. 중국과 대만 쪽도 진행중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장종철 기획팀장은 ‘인터뷰만 하면 긴장을 해서 말을 잘 못한다’고 그랬다. 그런데 사실 그는 부드러운 달변가에 가까웠다. 묻기도 전에 답을 받는 느낌이 무릎이 닿기도 전에 고민 해결해 준다는 무릎팍 도사 급이었다. 그런 그가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고 했다. 정작 유저와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인터뷰에 의미가 더해지는 것은 바로 그 부분 아니겠나.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어보았다.


“어느 개발사 어느 팀장님이든 마찬가지 심정일 겁니다. 정말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게시판의 글이나 문의 글도 다 보는데 일일이 응대하지 못하는 게 죄송스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비행슈팅을 알고 만들었냐고 질책하는 분들도 계신데,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저변을 넓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겨야 잘 하는 분들이 더 빛나지 않을까요. 아직은 힘이 부족해서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지만 계속 해나갈 테니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