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면 내가 다 이겨.'

유명 웹툰의 명대사입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고 자아가 확고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죠. 실제로 해당 웹툰에선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던 주인공이 더 강한 상대를 만날 때마다 자신의 능력치를 극한으로 끌어 올리면서 승리한다는 스토리가 주를 이룹니다. 저 명대사를 외치면서 말이죠.

킹존 드래곤X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최고의 선수들과 LCK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하기도 했던 킹존 드래곤X. 하지만 국제 무대의 높은 벽도 실감했고 정들었던 선수들을 떠나보내는 등 힘든 시기를 또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2019 스무살우리 LCK 스프링 스플릿 3위를 차지하는 등 저력을 보여줬죠.

선수단의 값진 노력과 뛰어난 경기력 역시 큰 역할을 했지만 코치진의 숨은 노력도 킹존 드래곤X의 반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랫동안 강동훈 감독과 함께 해오고 있는 최승민 코치와 이번에 새롭게 팀에 합류한 '에이콘' 최천주 코치가 그 주인공이죠. 이들은 강동훈 감독이 세운 팀의 목표와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 선수단과 함께 온갖 노력을 했고 그 결실로 스프링 3위를 일궈냈습니다.

끝까지 가면 다 이긴다는 명대사를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다는 킹존 드래곤X의 코치진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스프링 스플릿을 위한 준비 과정부터 이들이 그리는 미래까지. 최승민 코치, 최천주 코치와 나눴던 진솔한 대화를 지금 공개합니다.


Q. 최승민 코치님은 강동훈 감독님과 정말 오랫동안 함께 하고 계신데요?

최승민 코치 : 제가 처음 e스포츠 일을 시작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그때 강동훈 감독님이 저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어요. 함께 힘든 과정을 여럿 겪으면서 옆에서 감독님을 꾸준히 지켜볼 기회가 생겼죠. '이 사람이라면 내가 충분히 믿고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 감독님의 이미지가 좀 세요. 그렇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으세요. 근데 막상 겪어보면 너무 정이 많고 연약하세요(웃음). 모질게 하는 것 같지만 뒤에서는 마음 아파하시는 스타일? 그걸 또 그 사람 앞에서는 티를 아예 내지 않으세요.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그걸 아는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은 감독님이 모질게 대하실 때 크게 상처받지 않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상처도 받고 무서워하더라고요. '외강내유'의 느낌이랄까.

▲ 최승민 코치


Q. 최천주 코치님은 LCK에서는 첫 코치 도전이시죠. 어떤 이유로 킹존 드래곤X에 합류했나요?

최천주 코치 : 제가 중국에 있던 팀과의 계약이 끝나면서 한국 팀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곳과 접촉하다가 킹존 드래곤X에 자리가 날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듣고 연락드렸죠. 직접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감독님이 말씀을 잘하세요. 달변가인 것 같아요. 그래서 꾐에 넘어갔어요(웃음). 그래도 거짓말을 하시는 분은 아니라 믿음이 갔죠.

선수 출신 코치들이 다 느끼는 게 있어요. 보기보다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처음 중국 팀에서 코치직을 맡게 됐을 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선수할 땐 쉽게 생각했던 것들이 코치를 직접 해보니 절대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여러 명이 하는 팀 게임이다 보니 중간에서 코치진이 조율을 자주 해줘야 하거든요. 그 부분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어느 팀이건 선수들이 모두 똑같은 성향을 가진 친구들이 아니라 융화를 잘 시켜야 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제 성격과 그런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 최천주 코치


Q. 강동훈 감독님은 스프링 스플릿 진행 중에도 항상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팀'이라는 목표를 강조했죠. 가시적인 성과를 빠르게 올리고 싶어하는 코치라는 입장에선 사실 조바심이 들 법도 한 목표인데요?

최승민 코치 : 사실 올해 목표만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작년에도 그런 말씀을 선수단과 코치진에게 항상 하셨죠. 롤드컵 우승까지 100이라고 생각하고 하루에 1씩만 올라가도 좋다고 하셨어요. 작년 같은 경우엔 스프링 때 성적이 굉장히 좋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안 좋아진 경우였죠. 많이 아쉬워하셨어요. 그래서 올해엔 그 부분을 더욱 강조하셨죠. 당장 폼이나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을 때도 오히려 격려의 말씀을 더 하셨던 것 같아요.

최천주 코치 : 감독님이 평소 선수단과 이야기를 많이 하시지만 코치진을 모아두고도 항상 대화를 하세요. 저희 팀의 방향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시면서 저희 가슴 속에 그걸 심어주시죠. 처음 면접 볼 때부터 그러셨어요. 그래서 조바심은 나지 않았어요. 감독님을 믿고 제가 맡은 역할을 잘하면 성과를 올릴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죠.


Q. 목표를 위해 강동훈 감독님이 특히 두 분에게 주문한 부분이 있었는지요?

최승민 코치 : 하나가 되는 팀을 많이 강조하셨어요. 전부 다 생각과 목표가 같아야 시너지를 더 잘 낼 수 있기에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죠.

최천주 코치 : 저는 '하나의 팀'이라는 걸 위해 최대한 선수들끼리 친해지게 만들어주려고 주력했어요. 선수들의 속마음이나 의견 차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조율하기 위해 노력했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거나 야식이나 간식도 같이 먹으러 갔어요. 이건 저랑 최승민 코치님 모두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이에요.


Q. 피드백 과정에서 자기 주장이 강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었을텐데요?

최천주 코치 : 게임단 분위기가 '할 말은 다 하자'는 거예요. 이야기를 못해서 응어리가 질 것 같은 선수가 보이면 이야기를 빠르게 하도록 최대한 유도하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할 말이 있는데 못하는 친구들은 없었던 것 같아요.

최승민 코치 : 선수단 표정을 유심히 보면 하고픈 말이 있는데 못하고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감독님과 상의 후에 따로 면담을 하는 등 속마음을 들어주고자 노력했죠. 특정 선수의 주장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마음 상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서 팀워크를 맞추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어요.


Q.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이번 스프링 3위라는 성적에 만족하시나요?

최승민 코치 : 전 개인적으로 만족하지 않아요. 결과는 좋았다고 생각하면 좋을 수도 있는데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거든요. 성적은 아쉽지만 과정이나 준비에 대한 부분은 만족스러워요. 섬머를 앞두고 좀 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천주 코치 : 아쉽지만 더 높은 성적은 또 욕심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만족하는 걸로 할게요(웃음). 저도 최승민 코치님과 마찬가지로 준비 과정이 워낙 좋았다고 생각하거든요.


Q. 스프링 초반엔 '데프트' 김혁규와 '투신' 박종익 쪽으로 너무 많은 무게감이 실리는 팀이라는 평가가 있었죠. 내부적으로도 상체 쪽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최승민 코치 :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어요. '커즈' (문)우찬이와 '라스칼' (김)광희 둘 다 서브 멤버로 활동했던 시기가 꽤 길었잖아요. 대회 경기에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긴장도 많이 할 것 같다는 예상을 했죠. 하지만 또 반대로 잘할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어요. 두 선수를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다른 선수들 못지 않게 좋은 실력을 지녔다고 판단했거든요.


Q. '라스칼'과 '커즈'가 갈수록 폼이 굉장히 많이 올랐죠. 어떤 부분이 발전한 결과라고 보시나요?

최승민 코치 : 광희 같은 경우엔 작년에 보여준 것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 만큼 본인도 욕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했고 그 결과가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우찬이 같은 경우에는 '로열로더' 출신이에요. 더 잘할 수 있는데 그 전엔 연습량이 조금 부족했어요. 본인은 연습량에 만족했던 것 같은데 감독님과 코치진이 보기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죠. 거기에 대한 저희의 의견도 이야기해주고 우찬이의 속마음도 들어본 결과, 연습량을 늘리기로 했어요. 그러자 확실히 폼이 올라오더라고요.

▲ '커즈' 문우찬(좌), '라스칼' 김광희

최천주 코치 : 팀에 처음 합류해서 봤을 때 랭크게임이나 스크림을 하는 걸 보고 둘 다 잘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 가지 보였던 약점은 플레이에 있어서 너무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점이었어요. 그런 것만 해결이 되면 더 잘할 거라고 믿고 있었죠. 실제로 처음엔 그 문제가 눈에 보였어요. 광희가 작년에 '칸' 김동하 선수와 주전 경쟁을 하면서 기가 많이 죽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두 친구의 기를 살려주려고 도움을 많이 줬어요. 결국,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개인 기량을 꽃피웠다고 봐요.


Q. 전문가들 사이에선 ''커즈'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팀과 더 잘 어울리는 선수'라는 평가도 있더라고요.

최천주 코치 : 우찬이가 특히 초반에 다른 라인 눈치를 엄청 봤어요. 라이너에 맞춰주려고 하는 경향이 너무 짙었죠. 자신이 정글 캠프를 먹어서 성장 차이를 벌리거나 그걸 토대로 라이너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손해보면서 움직였죠. 그러아가 결국 자신이 뭘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여럿 있었어요.

그래서 밴픽이 끝나고 조합의 틀이 잡히면 선수단에 '이번 조합에서는 라인전 구도가 이렇게 되니 라이너들이 우찬이를 도와주자'는 식으로 말도 많이 해줬어요. 그런 경기에서는 정말 잘했어요. 그런 식으로 자신의 플레이에 감도 잡고 자심감도 생기니 점점 폼이 올라왔죠. 조합상 라이너들에게 우찬이가 맞춰줘야 할 경우엔 또 원래 잘하던거라 딱히 말을 안해줘도 제역할을 잘했고요.


Q. '페진아와 폰대관'이라는 별명도 생길 정도로 '폰' 허원석의 저력과 이름값도 확인할 수 있었던 스플릿이기도 하네요.

최천주 코치 : 개인적으로 보면서 신기했어요. '폰' (허)원석이가 멘탈이 정말 강하고 스스로 마인드컨트롤도 정말 잘해요. 게임 내적인 플레이 중에 다들 안될거라고 생각하는 걸 혼자 힘으로 해내는 것도 많았죠.

사실 처음엔 불안한 모습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내부 연습 과정에서도 그랬고요. 하지만 일정을 소화하면서 제가 원석이에게 가지고 있던 불안감이 점차 긍정적인 확신으로 변했어요. 포스트 시즌에는 완전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요. 예전에 선수로 같이 했었지만 코치와 선수의 관계로는 처음 봤잖아요. 제가 코치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런 친구는 처음 봤어요.

▲ '폰' 허원석

최승민 코치 : 저도 원석이를 처음 봤을 때 상당히 놀랐어요. 이번에 팀에 합류하기 전엔 원석이와 따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조용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쾌활하고 약간 4차원이더라고요(웃음).

어느 정도 정점을 찍었던 선수들은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듣는데 원석이도 그런 부류였어요. 처음에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그것도 어찌 보면 광희나 우찬이와 비슷한 경우였다고 생각해요. 오랫만에 경기에 나서기도 했고 오픈 부스의 어색함, 뭐 이런 것들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클래스가 있다 보니 빠르게 극복하더라고요. 내부적으로도 '너무 잘한다'는 말을 했어요. 물론, 원석이에게 이런 말을 직접 해주면 안돼요.

최천주 코치 : 그런 말을 들으면 칭찬에 좀 많이 취해요(웃음).

최승민 코치 : 너무 취했다 싶으면 '내현' (유)내현이가 출전하는거죠(웃음). 탈론 이런 거 했을 때. 좀 안정을 취하게 해줘야 하거든요. 아무튼 확실히 스프링 초반과 그 이후가 달라졌어요. 대견스러운 적도 있었어요. 보통 멘탈과 경력은 큰 관련이 없어요. 경력이 오래된 선수도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하면 멘탈이 흔들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원석이는 포스트 시즌에 세트 패배를 겪었을 때도 오히려 팀원들의 멘탈까지 다잡아주더라고요. 정말 의젓했죠.


Q. 킹존 드래곤X가 새로운 메타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보이기도 했죠. '시간차 단식'이 특히 인상 깊더라고요.

최천주 코치 : 저희 팀 성향 자체가 새로운 시도에 대해 정말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어요. 한 명이 특이한 걸 발견해서 이야기해주면 거진 거부감 없이 시도해보는 편이죠. 일단 선수들이 얼토당토 않는 걸 가져와서 해보자고 하진 않으니까요. '시간차 단식'도 그런 식으로 연습을 시작했어요. 챔피언 목록을 뽑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조합을 여럿 선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경기에서 활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밴픽이 잘 맞아 떨어져서 대회에서 꺼냈고 세트 승리를 차지했어요. 밴픽 끝나고 '우리가 이겼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골드 아이템을 사는 정확한 타이밍까지 라이너 별로 딱히 정하진 않았지만 시간차를 두고 구매하자고 말을 맞추긴 했어요. 우리가 선택한 챔피언과 상대가 고른 챔피언에 따라 라이너 별로 골드 아이템을 구매하는 타이밍을 미리 정했던거죠. 대회에선 해보지 못했지만, 챔피언 구성에 따라 모두 한꺼번에 골드 아이템을 구매하는 전략도 준비해둔 상태였고요.



Q. 챔피언 폭도 상당히 넓었어요. 비결은 역시 열린 사고인가요?

최천주 코치 : 선수가 해보고 싶다고 하면 연습 때 언제든지 꺼낼 수 있도록 해줘요. 심지어 스크림 밴픽이 끝난 타이밍에 선수가 특정 챔피언을 해보고 싶다고 하면 스크림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허락해주신다면 밴픽을 다시 할 정도예요(웃음). 물론, 다른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진까지 모두 동의해야 그렇게 하지만요.

'데프트' (김)혁규의 모르가나도 그런 식으로 등장한 픽이었어요. 처음엔 저희 중에 그 누구도 혁규가 비원딜 챔피언을 잘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최승민 코치 : 본인 말로는 야스오도 잘한다고 하는데 원석이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어요.

최천주 코치 : 다른 라인에 주로 가는 챔피언을 자기가 꺼내고 싶다면, 그 라인에 가는 팀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해요(웃음). 야스오는 주로 미드 라인으로 가니까 다른 라이너가 야스오를 꺼내고 싶으면 원석이 허락을 받고. 팀 내 암묵적인 룰 같은 거죠.

최승민 코치 : 저번에 원석이가 미드 베인을 연습 때 처음 꺼냈는데 혁규에게 혼나더라고요(웃음). 베인을 뭐 그런 식으로 하냐고. 나중에 다시 보니 연습을 많이 해왔는지 실력이 늘었죠. 그래서 대회 때 꺼냈는데 패배했어요(웃음).


Q. 두 코치님은 평소에도 새로운 챔피언이나 메타에 대한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계신가요?

최승민 코치 : 그랬던 것 같아요. 작년만 해도 세주아니-질리언 같은 것도 꺼낸 걸 보면...

최천주 코치 : 저는 좋은 챔피언을 빨리 찾아서 빨리 쓰는 것도 프로의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딱히 거부감이나 고정관념은 없었던 것 같아요.


Q. 넓은 챔피언 폭 중 하나로 포스트 시즌에 꺼냈던 바이 정글도 있었죠. 결과는 아쉬웠지만...

최천주 코치 : 바이를 포함해 비슷한 성격의 여러가지 픽을 준비했어요. AD 챔피언이 정글에서 득세하는 추세였는데요. 자르반 4세와 녹턴, 리 신도 있었고 저희가 예전에 꺼냈던 카밀도 있었죠. 그런 챔피언들과 비슷하면서 상대가 예상하기 어려울 것 같은 것 중에 하나가 바이였어요. 위의 챔피언들이 밴되면 우리가 원하는 조합의 틀 안에서 꺼내기 괜찮은 픽이었다고 판단했죠. 결과가 좋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결과가 그렇게 되자 '딴 걸 꺼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Q. 포스트 시즌에서의 팀 경기력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최승민 코치 : 아쉬운 게 사실이에요. SKT T1전 같은 경우엔 충분히 이길 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했고 특히 2세트 같은 경우엔 이겼다고 확신했거든요. 그걸 보완해야 할 단계인 것 같아요.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던 경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Q. 2세트에 '라스칼'의 라이즈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회자되곤 하죠.

최천주 코치 : 경험 부족이 맞는 것 같아요. 큰 무대라서 긴장한 게 눈에 보였죠. 이건 저희가 섬머, 그리고 잘 풀렸을 경우에는 롤드컵까지 갈텐데 또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안되기 때문에 다잡아주고 보완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최승민 코치 : 사실 본인이 가장 많이 느꼈을 거예요. 연습 때 그런 상황이 나오면 웬만하면 이겼거든요. 대회 때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되다 보니 그런 실수들이 나왔던거죠. 실제로 광희가 경기 끝나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최천주 코치 : 그래도 충분히 극복할 거라고 믿어요. 솔직히 전 선수 때 진 경기는 정말 피드백을 하기 싫었어요. 특히 제가 못해서 진 경기는 솔직히 보기도 싫었죠. 그런데 광희는 정말 엉엉 울더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경기 VOD를 스스로 챙겨보더라고요. '아, 이땐 이렇게 할 걸' 이러면서 스스로 피드백도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광희가 훌륭한 선수가 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최승민 코치 : 결승전을 앞두고 자기는 긴장 하나도 안했다고 했어요. 그런데 딱 봐도 긴장한 게 보였거든요. 평소보다 급속도로 말이 없어지더라고요(웃음). 상대가 정말 친한 '칸'이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Q. 상대 바루스 픽에 대한 대처 부족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최천주 코치 : 부족한 게 맞았다고 봐요. 저희가 결과적으로 졌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맞아요. 사실 스크림에서 바루스 상대로 성적이 좋았어요. 그래서 결승전 때 보여드렸던 것처럼 준비했는데 저희가 바루스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던 것보다 SKT T1이 바루스에 대한 준비를 더 잘한 거라고 생각해요.


Q. 킹존 드래곤X를 이기고 결승으로 향한 SKT T1이 우승했어요. 결승전은 어떻게 보셨나요?

최천주 코치 : 그리핀의 판테온-탈리야 조합을 예상했던 건 아니지만, 결승전 구도가 제 예상대로 흘러가서 개인적으로 재밌었죠. 그리핀이 1세트에 깜짝 조합을 꺼내고 SKT T1이 그걸 결국 대처해서 세트 스코어 3:0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최승민 코치 :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3세트에 또 판테온-탈리야를 꺼냈던 건 아마 그것만 집중적으로 준비했던 것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핀이 결승 직행 팀이라 진영 선택권이 있었는데 블루 진영일 경우엔 그 조합을 꺼내는 걸 중점적으로 준비하지 않았을까요?

최천주 코치 : 한 번 더 꺼냈을 땐 두 챔피언이 1세트와 다른 라인으로 가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타잔' 이승용 선수가 탈리야 정글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Q. 섬머를 앞두고 있습니다. 롤드컵 진출 가능성도 보유 중이고요. 어떠신가요?

최승민 코치 : 항상 돌이켜보면 쉬운 적이 없었어요. 이번 스프링에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그랬어요. 섬머 역시 마찬가지겠죠. 선수들이 스프링에 했던 것에 대한 감각과 항상 발전할 수 있다고 느꼈던 걸 잘 살려서 같이 열심히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롤드컵만 놓고 보면 스프링 우승이 부질 없더라고요. 이번 스프링도 조금은 아쉽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선수들이 연습 때도 잘하지만 무대 체질인 것 같아요. 실제로 '투신' (박)종익이의 음성만 들어봐도 '연습 때 이렇게 하지' 아니면 '왜 이렇게들 잘해' 라는 말을 종종 하거든요. 이젠 다들 잘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확실해요. 이제 더 높은 곳으로 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최천주 코치 : 저희가 스프링 때 전체를 100이라고 봤을 때 50 정도 몸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섬머 때 그 50에서 시작을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최악의 경우엔 다시 0에서 시작하게 될 지도 모르거든요. 이제 다들 쉬다가 복귀했으니 섬머 시작 전에 50 근처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그게 성립되고 섬머 때도 잘한다면 롤드컵에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팀의 모토 자체가 '천천히 발전하는 팀'이긴 하지만 섬머 스플릿 직후가 롤드컵이라 조금 속도를 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최승민 코치 : '각 잡고'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에겐 스프링이 50, 섬머가 50이 아니라 중요도로 따지면 섬머가 70에서 80, 많게는 90이거든요. 선수들과 우리 코치진 모두 힘내야죠.

최천주 코치 : 너무 조바심을 내진 않으려고요. 너무 달리기만 하면 뛰다가 넘어질 수도 있어요. 감독님과 저희 코치진이 마음을 급하게 먹으면 그게 알게 모르게 선수단에 영향을 끼쳐요. 하지만 최승민 코치님 말대로 당연히 열심히 하는 건 필수죠.

최승민 코치 : 코치 생활을 오래 해오면서 지금처럼 길게 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감독님이 지금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계세요. 조만간 감독님이 '출동'을 외치시면 다같이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에요(웃음).


Q. 마지막으로 각오를 말해주세요.

최승민 코치 : 마라톤을 한다고 생각하고 코치진과 선수단 모두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모든 건 결국 코치진의 잘못이거든요. 물론, 감독님의 잘못도 되겠지만(웃음). 선수들이 믿고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지치지 않고 달려나가겠습니다.

최천주 코치 : 전 항상 애니메이션 명대사를 좋아해요. 살짝 '명언 매니아'거든요(웃음). 요즘 마음에 드는 대사는 '끝까지 가면 내가 다 이겨' 예요. 전 저희 선수들이 정말 잘한다고 생각해요. 해왔던 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저희가 다 이긴다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