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콤의 손석민 개발자]

  • 주제: 'Monster Hunter: World' 동반자 아이루 방어구 제작기
  • 강연자 : 손석민 - CAPCOM
  • 발표분야 : 비주얼아트&사운드
  • 권장 대상 : 모델러, 원화, 이펙터 등
  • 난이도 : 기본적인 사전지식 필요


  • [강연 주제] 게임소프트 메이커 CAPCOM에서 2018년 1월에 발매한 헌팅액션게임 『Monster Hunter: World』를 개발하면서 있었던 개발비화와, 대형 프로젝트에 모델러로서 참여하며 느꼈던 담백하고 솔직한 제작기에 대해서 다루어보려 합니다. 몬스터헌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에서부터 세션의 주된 내용이 될 동반자 아이루의 방어구 제작에 관한 기본적인 컨셉에서부터 완성까지의 워크플로우와 개발 과정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모델러'란, 2D보다는 3D 그래픽에 자주 쓰이는 개념이다. 캐릭터나 배경,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모델들을 제작하는 개발자들을 칭하며 모델링뿐 아니라 캐릭터의 스킨을 입히거나 뼈대를 제작하고 애니메이션을 계획하거나 텍스처를 제작하는 등 3D 그래픽 기술 및 실무에 높은 경험과 연구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하는 개발 직군이기도 하다. 게임업계에서도 3D 그래픽의 중요성은 이미 과거부터 많이 다뤄져왔고, 현재도 수많은 게임들이 3D 그래픽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모델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강연이 이번 NDC2019 현장에서 열렸다. 캡콤의 손석민 개발자는 'Monster Hunter: World' 동반자 아이루 방어구 제작기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과, 모델러의 자세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다. 손석민 개발자는 개발자를 꿈꾸거나, 현직 모델러와 일본 게임회사에서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으신 모델러에게도 이번 강연을 통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아이루 방어구 모델링 제작 워크플로우


    '아이루'는 몬스터헌터 시리즈에서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는 인공지능의 파트너다. 아이루는 다양한 스킬들로 플레이어를 보조하며, 혼자서도 파티 플레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동반자다. 몬스터헌터에서는 플레이어 대신 몬스터의 시선을 끌어주며, 시리즈 내에서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다. 중요하니까 두 번 서술한다. 귀엽다.

    동반자인 아이루는 기본적으로 머리, 가슴, 무기의 3파츠로 장비가 구성되어 있다. 또한 특별하게 '원세트 방어구'가 존재해 하나의 장비로 풀세트를 소화하기도 한다. 아이루의 방어구는 몬스터의 소재로 제작을 할 수 있으며, 각각의 장비마다 외형이 몬스터의 특징을 드러낸다. 또한 소재 몬스터의 속성에 따라서 특수효과가 부여되기도 한다.

    아이루 제노 방어구의 컨셉 원화

    무기는 케이크를 자르는 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손석민 개발자는 이어서 '제노 아이루 방어구'의 예시를 들어서 아이루 방어구 제작의 모델링 워크 플로우를 소개했다. 제노 아이루 방어구는 제노 지바를 소재로 한 방어구이고, 실루엣과 발광과 질감은 소재 몬스터인 제노 지바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3파츠로 구성되어있고, 애니메이션 Emissive(특정 부분의 발광), Fur Map, 수많은 체인본을 가지고 있는 복잡한 장비이기도 하다. 제노 아이루 방어구는 수많은 몬스터헌터 유저들이 아이루에게 장비시키고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장비이기도 하다.

    방어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화를 확인하고, 컨셉 디자인을 보고 모델링을 제작한다. 이후 리깅(Rigging, 캐릭터의 뼈대를 만들어 심거나 뼈대를 할당하여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 및 스키닝(skinning, 피부를 붙이는 작업), 가맵핑, 체인 본을 제작하고 UV를 전개한다. 이후 하이폴 제작을 마친 후 베이크, 텍스처까지 제작을 마친 이후 테스트를 거쳐 엔진에서 최종 데이터를 제작하면 완성된다.


    이 과정증 독특한 점은 UV를 전개하기 전 리깅과 스키닝, 체인본을 삽입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모델링 수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고, 로우 메쉬(Low mesh)에서 모델링 수정을 최소화한 후 리깅, 스키닝을 마친다. 또한 테스트 맵핑과 가모델링을 엔진에서 체크하고, 하이폴리곤을 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 실루엣을 결정하게 된다.

    또 다른 특이점이라면 바로 하나의 원화에는 한 명의 모델러만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델러 스스로 모델링과 텍스처를 제작해야 하며, 리깅과 스키닝, 엔진의 기능을 숙지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다른 게임사들과는 다른 캡콤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완성된 제노 아이루 방어구의 모습


    ■ 록맨 아이루 방어구 제작과정


    이어서 손석민 개발자는 '몬스터헌터: 월드'에서 록맨 콜라보로 제작된 아이루의 방어구 제작기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록맨과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콜라보는 이미 과거부터 진행되어왔다. 2014년 10월에는 닌텐도 3DS로 출시된 '몬스터헌터 4G'에 아이루 방어구로 록맨이 도입됐고, 이후 2016년 7월에 출시된 '몬스터헌터 크로스'에도 아이루의 록맨 방어구가 등장했다. 그는 이와 같은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레퍼런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손석민 개발자는 당연히 '몬스터헌터: 월드'가 하이엔드 그래픽이니 실사와 비슷한 모습으로 제작되리라고 예상했지만, 오산이었다. 디렉터가 생각한 록맨 콜라보의 모습은 과거의 모습 그대로인 '도트'의 감성을 살린 레트로 스타일이었다.

    기존에 참고하려던 레퍼런스가 무의미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제작 전부터 고민에 빠졌고, 각각의 고민 항목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록맨 콜라보'의 아이루 방어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콜라보 모습과, 최근 실사 형태로 만들어진 록맨 콜라보 형태.



    그렇게 첫 번째 프로토 타입이 나왔다. 프로토타입을 제작해보니 픽셀을 쌓으면서 인상을 조절하고, 손가락의 개수를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테스트와 조정이 필요한 요소들이 발생했다. 도트 느낌을 위해 사용된 '큐브'는 작을수록 인상을 표현하기 좋았지만 컨셉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있기에 픽셀의 크기를 정하고 진행하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도 쉽지 않았다.

    록맨 콜라보 장비는 다른 아이루 장비의 제작과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 머리와 가슴이 한 세트로 제작되어야 했고, 차별화된 공격 이펙트가 필요했다. 또한 특별한 사운드와 퀘스트 시 배경음악도 제작이 필요했으며 록맨 테마의 전용 길드 카드를 고려해 전용 모션과 디자인 제작이 필요했다.

    또한 록맨 콜라보 장비를 입은 아이루는 회복 수단으로 'E캔'을 사용해야 해서 새로운 모델링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루 방어구와 다르게 특수 셰이더를 사용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또 다른 프로토타입, 테스트 모델링 A의 아이루가 나왔다.

    테스트 모델링A 아이루는 원화의 느낌이 부족했다. 록맨보다는 개구리 같은 느낌이 강했고, 도트 중간중간에 하이라이트 큐브도 추가해서 다른 느낌으로 제작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제작된 두 번째 록맨 아이루 테스트 모델링B는 좀 달랐다. 얼굴이 좀 길었고, 큐브가 연결되어서 스키닝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처음으로 록 버스트를 장착했고 눈 깜빡임이 있는 페이셜 애니메이션도 도입됐다.


    모델링 A, B를 제작하고 생긴 경험으로 이어서 세 번째 모델링C가 나왔다. 세 번째 모델링은 현재 도입되어 있는 아이루 방어구와 상당히 흡사했다. 어느 정도 실루엣도 잡혀있고, 외곽선 오브젝트는 엔진상에서 노말을 뒤집으면 나오는 검은색 실루엣을 이용했다. 이어서 회복 수단인 E캔의 크기를 조절하여 제작했고, 모션에 대한 세밀한 스키닝 작업도 이뤄졌다.

    여기서 다양한 표정을 도입하기도 했는데, "귀엽다"라는 좋은 평가와 함께 그의 HDD에 남아있게 됐다. 실제 아이루 방어구는 눈 깜빡임 및 입의 깜빡이만 구현되게 됐다.


    이렇게 제작된 모델링은, 이제 실제 필드에서 많은 테스트를 해야 했다. 아이루는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따라 AI가 작동해 움직이는데, 이 과정에서 방어구의 실루엣을 체크해야 한다. 문제는 플레이어의 시점에서는 아이루의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아이루는 열심히 헌터를 서포팅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루의 시점으로 확인을 해보니, 알고 보니 아이루는 맹활약을 하면서 헌터를 서포팅하고 있었다. 플레이어의 시점보다는 문제점이나 실루엣을 파악하기는 쉬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게임에 돌입하면 몬스터-플레이어-아이루 순으로 중심이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이었다.

    아이루는 정말 모션이 다양하다. 하나하나 모두 대응할 순 없어도 필드 테스트와 큰 모션 등 체크를 꾸준히 해야 한다. 또한 아이루 방어구를 섞어서 장비해주는 유저들이 많기에, 이 부분도 어색함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추가로 길드 포즈를 취했을 때도 확인해야 한다. 이는 록맨 방어구 뿐 아니라 모든 아이루 방어구에 신경 써야 하는 점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세밀한 작업과 검증 과정 끝에 록맨 콜라보 아이루 방어구는 무사히 테스트를 마쳤고, 플레이어들에게 찾아왔다.



    이렇게 아이루는 록맨이 되었다.


    ■ 모델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손석민 개발자는 록맨 콜라보 아이루 장비를 제작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던 여정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제노 아이루 방어구의 경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PBI나 G-Brush와 같은 특수 툴을 이용해서 제작했고, 고민이야 있었지만 록맨 콜라보만큼 잠을 못 이룰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록맨 콜라보는 처음 겪어보는 일들이 정말 많았고,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 때문인지 현재도 영상이나 스크린샷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방어구라고 한다.

    강연의 끝에서 손석민 개발자는 '모델러'로서 하는 일, 고민해야 하는 일,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다.


    모델러는 모델링과 텍스처, 리깅, 스키닝까지 전반적인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이는 1인분의 제작자이자 모델러로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파트의 임무나 스킬들도 아는 게 중요하고, 컨셉의 온도차가 다른 컨셉들을 제작할 수 있어야 하며 제작한 데이터의 관리도 필수다.

    모델러로서 고민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데이터 최적화라며, "데이터 최적화와는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플랫폼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순 있지만, 폴리곤을 더 쓰고 싶다고 해서 더 쓸 수 있는 환경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고의 퀄리티를 뽑기 위한 최적화 작업은 반드시 생각해야 하며, 더 좋은 컨셉이나 내용이 있으면 원화가와 공유하면서 제작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모델러로서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했다. 손석민 개발자는 모델러로서 첫 프로가 됐다면, 그만두는 마지막 날까지 새로운 기술과 스킬을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어떤 내용이든 팀과 공유할 자세와 더불어 데이터를 꼼꼼히 관리하는 일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워크플로우가 있는 프로그램을 쓰면서 다른 팀이나 다른 회사들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다음 사람들이 오래전에 제작된 데이터를 보면서 "이렇게 제작했구나" 하고 알아보기 쉽게 데이터를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