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프릭스가 분기점을 찍었다. 아직 그들의 1라운드 경기가 다 끝난 건 아니지만, 4승 4패 세트 득실 0이 됐다. 연승의 기쁨도, 연패의 아픔도 초기화된 느낌이다.

정노철 감독대행을 만났다. 그 어느 때보다 승리가 절실했을 터라 인터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마련된 인터뷰 룸으로 들어가 첫 질문을 건냈다.

"3연패를 했다. 우리가 잘 나간다 싶더니 연패를 해서 팬들도 걱정 많이 했을 거다. 선수들도 불안한 시기를 보냈다. 다행히 오늘 잘 이겨서... 그래도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스프링 스플릿에 아픔을 겪었다.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등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아프리카 프릭스는 끝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렇게 섬머 스플릿을 맞이했고 코치였던 정노철은 감독대행이 됐다.

"섬머 스플릿 개막 전에 가졌던 인터뷰마다 했던 말이 있다. 우리는 어느 팀을 상대로도 이길 수 있고 어느 팀을 상대로도 질 수 있는 팀이라고. 현실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연패는 모든 팀과 선수단, 코치진을 힘들게 한다. 원인을 빠르게 분석하고 조기에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아프리카 프릭스는 꽤 잘 해냈다. kt 롤스터전에 세트 스코어 2:0 완승을 차지했다. 경기력도 준수했다.

"연패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9.12 패치가 우리에게 좋지 않게 작용했다. 선수들도 혼란을 좀 느꼈다. 이미 지난 일이니까 말해도 될 거 같다. 선수들의 주력 챔피언들이 많이 너프됐다."


물론, 패치 버전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정 감독대행의 표현을 빌리자면, 패치 하나 때문에 흔들렸다는 건 해당 팀 입장에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그건 나쁜 방향으로 굴러갔던 방향성의 시발점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때 이후로 선수들과 코치진 모두 실수를 범했다.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 더욱이 샌드박스 게이밍전에 아쉽게 패배하면서 여러 스노우볼이 이어졌다. 최근엔 선수들과 코치진 모두 더 노력 중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 같은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스프링 스플릿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유칼' 손우현의 폼 회복이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항상 듬직했던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의 경기력 저하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걸 '기인' 김기인도 느끼고 있었다.

"기인이 스스로도 경기력이 떨어지고 자신감을 잃었다는 말을 많이 했다. 멘탈적인 부분이 크다고 생각했다. 한때 '세체탑' 소리까지 듣는 등 관심을 많이 받는 선수다. 그 상황에서 현실에 안주했다면 앞으로 있을 프로게이머 활동에 더 안 좋았을 거다. 이런 시기를 겪으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기인이 개인으로 따지면 오히려 좋았던 시기라고 본다."

몇몇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이나 비판이 있었지만, 아프리카 프릭스는 팬들에게 유쾌한 팀으로 정평이 나있다. 흐름을 타면 매우 무서운 팀이 된다는 뜻이다. 평균 연령도 매우 어리다. 물론, 거기에 따르는 장점과 단점도 존재했다. 정 감독대행은 '흥'으로 밀고 나가는 패기가 장점이고 그걸 주체하지 못해 제발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단점이라고 했다.

"사실 스프링 때 우리 성적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단점을 케어하기 보다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쪽의 교육을 많이 했다. 그게 화를 부르지 않았나 싶다(웃음). 최근엔 그걸 중화시켜서 노련함을 키우는 방향성을 갖고자 한다. 노련함이라는 걸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긴 한데 나와 함께 배워나가는 시간을 잘 살렸으면 한다. 다들 어리다 보니 습득이 빠르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리프트 라이벌즈 기간 동안 휴식기에 들어간다. 4승 4패 세트 득실 0의 분기점을 맞이한 직후의 휴가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도 가지고 있을 법 했다. 그 기간이 끝났을 때 아프리카 프릭스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리프트 라이벌즈에) 못 나가서 정말 아쉽지만 우리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시간이 찾아 왔다고 본다. 절대 허투루 쓰지 않겠다. 아프리카 프릭스 만의 매력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 보니 선수들의 장점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 나오는 장점들을 더욱 극대화하겠다. 그걸 목표로 하되 소위 '뇌절'하는 경기를 하지 않도록 가르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