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이용장애 정책 토론회
"다이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Dihydrogen monoxide)를 아시나요?"
"게임이용장애는 잘못됐다" vs "게임중독세 도입해야"

다이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Dihydrogen monoxide, DHMO)이란 물질은 △부식성이 강해 철을 비롯한 많은 금속 등 물질을 부식시킴 △기체 상태의 이 물질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을 수 있고, 고체 상태의 이 물질에 노출되어도 피부 손상을 받을 수 있음 △허용량 이상 섭취하면 두통, 경련, 의식불명 증세가 나타나고 치사량 이상을 먹으면 사망 △기관지에 흡수되면 강함 기침과 인후통을 유발하고 다량 흡수되면 폐에 손상을 입고 사망할 수 있음 △이 물질은 대부분 식품에 다량 함유되어 있으나 일반인이 아무런 제한 없이 접촉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장주 박사는 오늘(20일) 국회도서관에서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을 두고 개최된 토론회에서 위 물질을 소개했다. 토론회는 김세연 의원(보건복지위원장, 자유한국당)과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주최했다. 이장주 박사는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장주 박사는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문제를 짚기 위해 다이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 예시를 들었다. 낯선 이 단어는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을 화학 용어로 정의한 것이다. 생존에 필수인 물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물질로 비친다. 게임과 게임이용장애도 물과 다이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처럼 관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게임과 관련한 문제가 흐릿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나, 해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할 때는 공회전을 한다고 이장주 박사는 아쉬워했다. 그는 "사회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생산적인 논의보다는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행태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장주 박사는 논쟁에 게임사와 의학계의 목소리만 들으려 할 뿐, 정작 이용자는 빠졌다는 점도 비판했다. 그는 게임 이용자도 주권자인만큼 그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장주 박사는 시대 변화에 따른 판단기준 변화가 게임이용장애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과거 1인 가구는 비정상적인 사회활동으로 비쳤다. 하지만 현재 1인 가구는 시대 흐름으로 해석된다. 그는 "게임이용장애도 현재 기준에 맞는가를 심각하게 되돌아보고, 사회적 합의를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 이장주 박사

이장주 박사는 게임이용장애가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 병인론과 병리론을 제시했다. 병인론은 병의 원인에 대한 이론이고 병리론은 병의 진행과정 및 생리적 변화에 대한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장애(disorder)는 두 이론 중 한 가지만 근거가 충분할 때를 일컫고 질병(disease)은 두 이론 모두 근거가 충분할 때를 말한다. 하지만 이장주 박사는 "현재 게임이용장애에 관해서는 병인론, 병리론적으로 충분하고 합리적인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으로 인한 피해도 되돌아봤다. 이장주 박사가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청소년의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게임 이용률과 음주&흡연 비율도 반비례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정확하게 꼽힌 것은 없으나, 게임의 선례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이장주 박사는 전했다.

이장주 박사는 피터 콘래드(Peter Conrad) 박사의 연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소개했다. 피터 콘래드 박사는 의료 사회학계의 전문가로, '우리는 어쩌다 환자가 되었나?'와 같은 저서로 과잉 의료를 경계한다. 피터 콘래드 박사는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적이 떨어지기 때문에 문제로 본다"며 "게임을 많이 해도 성적이 오른다면, 문제가 아닌 건가?"라 반문한 적이 있다. 진짜 원인을 알아보려 하지 않고 게임으로 모든 원인을 되돌린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이장주 박사는 "50년 전,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로 불리던 시절에 'TV중독'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갔다면, K팝이나 K드라마가 등장할 수 있었을까?"라 예를 들며 "게임 문제가 정점에 이른 뒤 사라지는 지금 단계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지정하면, 10년 뒤 오늘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