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래프톤 아이모 랩 한동훈 PD

게임 개발 방법에 정답은 없다. 100명의 개발자가 있다면, 100가지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실력 있는 개발자는 자신만의 효율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개발해 나간다. 반면, 아직 미숙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개발자라면, 다른 사람의 경험담에 귀 기울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늘(5일) 글로벌 인디 게임 축제 BIC 2019에서 크래프톤 한동훈 PD는 '미스트오버' 개발 경험담과 노하우를 상세하게 전달했다. 크래프톤의 신작 '미스트오버'는 지독한 안개가 깔린 던전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턴제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턴제 전투의 전략과 로그라이크의 긴장감이 어우러졌다. 오는 10월 중 닌텐도 스위치와 PS4, PC 플랫폼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먼저 한동훈 PD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축제에 일명 대기업 크래프톤 소속 개발자가 왜 나왔을까 의아할 수도 있다"라 운을 떼며 "한 명의 개발자로서 작은 팀을 이끌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담을 들려주는 게 의미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강연을 소개했다.

한동훈 PD는 '미스트오버'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전작의 아쉬움에서 비롯된 복수심이었다고 전했다. 한동훈 PD는 크래프톤 내 개발팀인 아이모 랩(Aimo Lab)을 이끌고 있다. 아이모 랩은 크래프톤에 합류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딸을 육성하는 게임 '포켓프린세스'와 로그라이크 수집형 RPG '포켓원정대'를 출시한 적이 있었다. 한동훈 PD에게 아쉬움과 복수심을 남긴 게임은 '포켓원정대'이다.

▲ 아쉬움과 복수심이 남았던 전작 '포켓원정대'

'포켓원정대'는 한동훈 PD가 스스로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게임이다. 100화에 이르는 시나리오와 전투 시스템에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사업에서 어쩔 수 없는 페이투윈(Pay to Win)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게임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개발 자체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타협으로 인해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한동훈 PD는 자평했다.

이후 한동훈 PD는 '미스트오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과거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로그라이크 게임을 만들자'라는 목표도 세웠다. 다만, 기존 로그라이크 특유의 긴장감은 대중성을 위해 완화하는 요소를 추가하기로 했다. '미스트오버'에는 시나리오와 성장, 파티 플레이와 같은 RPG 요소를 추가해 로그라이크의 재미는 살리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한동훈 PD는 '미스트오버'를 개발하면서 겪은 고민들을 청중에게 털어놨다. '미스트오버'는 처음부터 닌텐스 스위치 플랫폼 출시라는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단일 플랫폼인 덕분에 PC나 모바일보다 최적화 과정에서의 파편화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미노 랩이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콘솔 게임 유저는 PC나 모바일 플랫폼 유저보다 더 하드코어 하다는 평가다. 그런데 콘솔 게임 개발에 미숙한 사람들이 만든 작품을 콘솔 유저가 좋아할 리가 없다. 또한, 기존 PC나 모바일 플랫폼에서 개발 과정 중 만나는 난제는 검색을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콘솔 게임 개발에 관한 정보나 노하우는 인터넷에 적었다. 개발 이후 유통 문제와 환경 구성 등도 문제였다.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한동훈 PD는 "모르면 물어봐야지"라며 "스위치 개발에 관한 전문가는 닌텐도이고,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유저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방법을 통해 '미스트오버'는 일주일에 수십 차례 닌텐도 측에 문의 메일을 보내 개발 난제를 해결해나갔다. 그리고 일반적인 게임보다 출시 전 유저 테스트를 상당히 많이 진행했다.

▲ 게임이 재밌는지 궁금하면 유저에게 물어보고

▲ 생소한 플랫폼은 홀더(회사)에 직접 물어보며 개발했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솔깃할 수 있는 노하우도 한동훈 PD는 전했다. 그는 "닌텐도는 스위치에 인디 게임을 출시하려는 개발자에게 상당히 우호적이다"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회원 가입을 해 신청해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닌텐도는 '닌디즈' 행사를 통해 스위치로 출시된 인디 게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유저로부터 의견을 받는 것도 기술적이어야 한다. 한동훈 PD는 "유저들의 마음이 고와 생각보다 나쁜 말을 하거나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는 편이 많다"며 "플레이하는 도중 어느 시점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의 개발자는 자기가 만든 게임은 다 재밌어하는 경향이 있다. 한동훈 PD는 "만들고 있는 게임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려면 남들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한동훈 PD는 팀 내의 소통을 강조했다. 최근 대형 게임사에서 프로젝트가 연달아 종료되는 가운데, 그는 정보의 계층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일례로 팀원이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팀장이 이해하지 못하고, 파트장과 실장이 알고 있는 정보의 레벨이 다른 경우가 많다. 한동훈 PD는 "게임 개발이 원활히 되려면, 모든 정보를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로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팀의 소통을 돕는 좋은 도구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