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IG와 특급 신인 그리핀의 대결이 펼쳐진다.

26일(한국 시각 기준) 2019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대망의 토너먼트 스테이지로 진입한다. 8강의 포문을 여는 첫 경기에선 2018 롤드컵 우승 팀 IG와 2018 LCK 섬머 스플릿 승격 팀 그리핀이 승부를 벌인다.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팀의 대결이며 LCK와 LPL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기에 결과는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한 쪽의 3:0 완승이든, 한 끗 차로 끝나는 치열한 풀세트 승부가 나오든 경기는 분명 흥미진진한 양상으로 펼쳐질 것이다.


'더샤이' 강승록
지치지 않는 IG의 에이스


IG의 전력을 분석할 때 이 선수를 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작년부터 수없이 기량을 증명해 온 '더샤이' 강승록은 올해도 본인의 색깔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출중한 피지컬과 게임 센스, 탑 라이너다운 대담함은 수많은 상대 탑 라이너의 존재감을 지워버렸다.

작년에 이어 올해 롤드컵에도 상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탑-미드의 성장 차이를 앞세운 초중반 한타로 경기를 단번에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더샤이'는 탑 라이너 중에서도 단연 최상위 캐리력을 뽐낸다. 단순 통계로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룹 스테이지 경기를 치른 탑 라이너 기준 '더샤이'는 분당 골드 수급량 1위(450골드), 팀 대미지 비중 1위(31.7%), 솔로 킬 1위(5회), KDA 2위(4.5) 등 독보적인 수치를 자랑한다.

과연 '더샤이'의 파괴력이 그리핀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까. '소드' 최성원 역시 롤드컵을 맞이해 폼이 제대로 올라온 상태다. 제이스를 적극 활용하며 승리에 일조했고, 아칼리와 오른으로도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그리핀이 밴픽에서 '소드'에게 최대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준다면 '더샤이'라도 손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것이다.


'루키' VS '쵸비'
팀의 기둥을 받치는 베테랑과 신예


이번 롤드컵에서 많은 기대를 모은 매치업 중 하나다. 명실상부한 베테랑 미드 라이너, LPL의 터줏대감 '루키' 송의진과 첫 롤드컵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19살의 신예 '쵸비' 정지훈이 만난다. 양측 모두 준수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 가운데 승리의 여신은 과연 누굴 향해 웃어 줄까.

'루키'와 '쵸비'의 한 가지 공통점은 지난 섬머 스플릿에서의 부진이다. 의도치 않은 휴식 시간을 가진 '루키'는 복귀 후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쵸비'는 2019 리프트 라이벌즈에서의 패배 이후 한동안 흔들렸다. 그러나 머지않아 두 선수 모두 보란 듯이 폼을 끌어올렸고, 롤드컵에서는 팀의 구심점으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경력은 다르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하다. 챔피언 폭에 대해선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이며 미드 라인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어떤 챔피언이 주어지든 제 역할을 소화한다. 로밍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성장이 필요하면 몸을 단단히 웅크려 적의 공세를 유유히 넘긴다. 라인전 자체에서는 큰 격차가 벌어지지 않겠으나 다른 라인 및 정글의 상황에 따라 두 선수가 취할 움직임이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타잔' 이승용
영리한 정글의 왕


그리핀이 보여준 대부분의 승리 공식의 시작과 끝에는 '타잔' 이승용이 있다. 밴픽에 따라 전체적인 판을 짜고 세부적인 설계에 들어가는 데 '타잔'보다 영리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순간의 판단으로 만들어내는 가장 효율적인 동선과 눈 깜짝할 새 성장해 적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많은 팬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룹 스테이지서 만난 G2와의 첫 대결에서 '타잔'은 '캡스'와 '원더'의 정글링을 방해하는 센스 플레이에 말리며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그러나 다음 경기서 4개월 만에 꺼낸 명품 리 신을 시작으로 서서히 열을 올렸다. 승승장구를 이어간 '타잔'은 그룹 스테이지 1위를 결정지을 G2와의 2연전을 맞이했는데, 리 신 VS 키아나, 키아나 VS 리 신의 미러 매치에서 모두 완승을 거두며 본인의 기량이 세계 무대를 밟는 데 손색이 없음을 증명했다.

IG의 두 정글러 '레얀'과 '닝'은 '타잔'에 비해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두 선수 중 누가 출전하든 단독으로는 '타잔'의 거미줄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과연 '타잔'의 존재감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더샤이'와 '루키'까지 흔들 수 있을까. IG의 상체가 휘청인다면 경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끝날 것이다.


'바이퍼'-'리헨즈'
만개한 기량! 안정감 최대로


'바이퍼' 박도훈과 리헨즈' 손시우는 늘 톡톡 튀는 봇 듀오였다. 어떤 챔피언이든 소화 가능한 비원딜 장인 '바이퍼'와 신지드 장인 출신 LoL 천재 '리헨즈'는 다채로운 픽과 인상적인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두 선수의 기량이 롤드컵에서 제대로 만개했다.

이미 이렐리아와 가렌을 선보인 '바이퍼'는 롤드컵에 참가한 그 어떤 선수보다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공식전 12승 1패의 블라디미르를 비롯해 다양한 조커 픽이 가능하기 때문에 '바이퍼'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밴픽에서 큰 이득을 가져온다. 또한 현재 전체 선수 중 KDA 1위(17.5)를 기록 중인데, 그룹 스테이지 3경기부터 7경기까지 단 한 번의 데스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집중력이 좋다.

'리헨즈'는 그리핀에서 가장 큰 기복을 보이며 실전에서 몇 번의 쓰로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력만큼은 최고점이라 평해도 부족하지 않다. 시그니처 챔피언인 유미는 한국 최고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기 직전이며, 라칸과 쉔으로도 협곡을 누비며 그리핀의 승리를 견인했다. 숙련도 부족이 지적됐던 노틸러스도 어느 정도 보완된 모양새다.

현재 IG의 '재키러브'-'바오란' 듀오의 경우 주도적으로 경기를 이끌기보다 굳건한 상체에 업혀 가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핀이 원활한 상체 싸움을 위해 봇에 밴픽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바이퍼'-'리헨즈'가 우위를 점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스포트라이트가 상체로 향한 대결이지만 그리핀의 설계에 따라 봇 캐리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5판 3선승제 대결
창 끝 승부에 강한 IG... 그리핀의 악몽 재현될까


플레이-인 넉아웃 스테이지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5판 3선승제 대결이다. 다전제 승부란 사실만큼은 IG에게 분명한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IG는 이미 여러 번의 풀세트 경기를 치렀고, 짜릿한 승리와 쓰라린 패배를 모두 맛봤기 때문이다. 반면 그리핀의 경우 승리 기록도 있지만 3연속 진출한 LCK 결승에선 모조리 패배했다.

롤드컵 우승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그리핀이기 때문에 다전제의 악몽이 8강에서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그리핀은 1세트 승리가 간절하다. IG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데, 새로운 무대에서의 첫 단추를 잘못 꿰맨다면 멘탈이 크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선취점을 내준다면 조커 픽에 대한 고집을 보이기보다 특유의 유연한 밴픽을 통해 IG의 흐름을 끊어내야 한다.


■ 2019 LoL 월드 챔피언십 8강 1일 차 일정

1경기 IG vs 그리핀 - 26일, 오후 7시
2경기 펀플러스 피닉스 vs 프나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