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협회장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협회장이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한국판 '아타리 쇼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며 방지책으로 개별소비세 도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난 23일 'KGC 2019'에서 밝혔다.

20회를 맞이한 한국게임개발자 협회 컨퍼런스 KGC는 이번에 후원 없이 단독으로 진행됐다. 본 행사에 앞서 정석희 협회장은 "후원이 있으면 말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며 "이번 KGC는 게임산업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을 하고자 후원 없이 단독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확률형 아이템 주제를 맡은 정석희 협회장은 "한국판 '아타리 쇼크'가 올 수 있다고"고 강조했다. 아타리 쇼크는 1983년부터 1985년까지 북미 비디오 게임 산업계에 일어난 대규모 경기침체 사건이다. 게임회사가 게임성보다 수익모델, 마케팅만 우선하고 재미가 아닌 이익만을 추구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정석희 협회장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20대 중심으로 사행성이 아닌 게임성을 적절히 조합하는 소비층 등장 △젊은 세대는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현재 사행성 게임 주 소비층과는 매우 다른 시각을 가진 전환세대 △30~50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현재 게임 시장에서, 전환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등장하게 될 때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정석희 협회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 말을 빌려 "자동사냥으로 레벨업을 하고 결재를 많이 할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모바일 MMORPG는 하드코어 장르 내에서도 글로벌 시장 주류로 볼 수 없다"며 "2018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0위권 모바일 게임들을 국가별로 비교할 때, 한국은 해외시장들과 유사도가 20%에 불과해 이미 갈라파고스화를 우려하기에 충분히 상황이다"라고 위기를 전했다.

이후 사행성 중심 게임의 장기적인 고착화 진입 ▷ 새로운 IP를 만들 수 있는 생산력 한계 도래 ▷ 주 소비층으로서 전환 세대 등장 ▷ 전환 세대 소비자의 한국 사행성 게임 외면 ▷ 세계 시장과 동떨어진 한국 시장의 갈라파고스화가 진행 ▷ 한국 게임의 글로벌 경쟁력 상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정석희 협회장의 전망이다.

▲ "현재 한국게임업계는 다양한 문제가 얽혀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문제 중심에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있다고 진단한다. 간단히 해결된 문제는 아니다. 정석희 협회장 역시 "그래서 당신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뭐냐고 물으면, 답하기 힘들다"며 "앞으로 공개적으로 이 주제를 이야기해 게임산업계가 자각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전제했다.

정석희 협회장은 단순한 확률 정보 공개가 핵심이 아니라며 "사행성이 있다고 지적 받는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 내 재화는 우연이나 운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 게임 이용자의 정당한 노력을 통한 보상으로 획득돼야 하는 게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이라고 덧붙였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현재 민간 주도 자율규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짚은 정석희 협회장은 "정부 주도하에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공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사행성 등급 판정을 받은 게임에 한해서는 청소년이 사용할 수 없도록 관련 법률과 규약 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게임업계는 청소년이 이용하는 게임을 개발할 때에는 사행성 유료화 모델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별소비세 도입 논의도 KGC 자리에서 나왔다. 개별소비세는 모든 소비자층이 부담하는 부가가치세와는 달리 특정 물품에만 적용된다. 일례로 경마장, 골프장, 유흥주점 등이 해당한다. 개별소비세 도입에 관해서는 2018년 12월 국세청 정책제안 공모전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 방안(강원대 이상민, 홍은기)' 논문이 장려상을 받은 바 있다.

정석희 협회장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자 층에서 많이 이용하는 사치성 재화나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개별소비세 도입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