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17일)부터 트위치 채널을 통해 세계 최대 개발자 컨퍼런스 GDC의 'GDC 2020 버추얼 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GDC 2020 버추얼 토크'는 기존 행사에 강연이 예정되어 있던 강연자들로부터 녹화된 강연을 전달받아 트위치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첫날 네 번째 세션으로 제너레이션 프로덕션의 위니프레드 필립스 작곡자가 준비한 강연이 공개됐다. 어쌔신 크리드, 갓 오브 워, 리틀빅 플래닛 등 유명 게임의 테마곡을 작곡한 위니프레드 필립스는 최근 RPG 다크 아이: 북 오브 히어로즈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다.

위니프레드 필립스는 "게임이 특별하고 독특하게 돋보일 수 있는 테마곡의 잠재력"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작곡했던 테마곡들을 살펴보고 제작 방법과 음악이 게임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등에 대해서 강연을 시작했다.

▲ 위니프레드 필립스(Winifred Phillips) 제너레이션 프로덕션 작곡가





강연은 가장 유명한 영화 테마곡 중 하나인 '스타워즈 테마곡'으로 시작됐다. 위니프레드 필립스는 스타워즈 테마곡은 반복에 기반해서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느낌을 주기 위해 테마곡의 메인 멜로디가 내부적으로 반복될 수 있도록 짜여졌고 이 패턴이 전반적인 코스에서 5번에 걸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스타워즈 테마곡은 영화를 대표하는 음악적인 사인이나 다름없으며, 게임 음악 작곡가로서 이런 사인 같은 멜로디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제네바 대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활동 중에 들은 음악을 더욱더 생생하게 기억된다고 한다. 마치 쿠키를 굽는 달콤한 냄새를 맡으면 쿠키를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이것을 선천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테마의 본질과 결합하면 게임 작곡가는 어떤 게임에도 지울 수 없는 음악적 서명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 전주만 들어도 영화가 떠오르는 스타워즈 테마곡

▲ 직접 겪은 행동은 더욱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음악이 게임을 떠올리게 하려면 음악 자체가 기억에 잘 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뇌리에 남는 테마곡을 만들기 위해선 반복과 변주, 분할과 상호작용이 중요하며, 게임 장르와 노래가 삽입될 상황에 맞춰 이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의 사례로 그는 본인이 작곡한 곡들을 들려주고 어떤 방식으로 제작하게 되었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첫 번째로 들려준 노래는 다크 아이: 북 오브 히어로즈 게임에 나오는 테마곡이다.

다크 아이: 북 오브 히어로즈는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게임으로 35년 동안 유럽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테마곡을 제작할 당시 개발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기억에 남는 테마곡을 작곡하기 위해 4분 분량의 노래에 6개의 구분적인 변주를 만들었고 메인테마 속에 반복적인 후크가 계속 나타나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 음악에는 반복, 변주, 분할,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 다크 아이: 북 오브 히어로즈에 사용된 음표

▲ 반복적인 후크를 통해 노래를 쉽게 기억할 수 있게 했다

이어서 어쌔신 크리드 리버레이션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어쌔신 크리드 리버레이션의 메인 테마곡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어쌔신 크리드를 유니크하기 만드는 게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했고 그것이 애니머스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애니머스는 어쌔신 크리드에 등장하는 가상의 기계로 사용자의 유전자 기억을 통해 사용자의 조상 기억을 가상 현실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위니프레드 필립스는 가상현실은 마치 꿈이나 최면 같은 신비로운 느낌이라며, 이러한 느낌이 전해질 수 있도록 4코드 기술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4코드 기술은 인셉션 OST를 만든 한스 짐머(Hans Zimmer)가 자주 애용하는 기술로 유명한데, 전체적인 트랙을 4개의 코드에 기반해서 테마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배경이 되는 4개의 코드에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를 얹어 음악을 만들게 되는데 어쌔신 크리드 리버리션의 메인 테마에서 15번의 4코드 시퀸스를 들을 수 있다.

▲ 어쌔신 크리드 리버레이션에 사용된 4코드 기술

▲ 전투씬부터 UI 효과음까지 다양한 영역에 사용되었다

다음으로 테마곡을 신선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위니프레드 필립스는 지금까지 여섯 개의 리틀빅플래닛시리즈의 제작에 참여했으며, 모든 시리즈의 멜로디가 반복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리틀빅플래닛의 음악은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음악은 게임 플레이에 맞게 에피소드 형태로 진행되고 게임 속 단계에 따라 음악도 똑같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같은 메인 테마곡이지만 악기의 종류를 바꿈으로써 게임 플레이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준 것이다.

▲ 변주를 통해 같은 곡이라도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 게임 속 상황에 따라 음악이 계속해서 변화한다면 플레이어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만약, 변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분할을 사용하면 된다. 다음의 사례는 스포어 히어로에 쓰인 메인 테마곡을 예시로 들면서 진행됐다. 그는 스포어 히어로에 쓰인 메인 테마곡은 분할을 통해 만들었으며, 마치 퍼즐처럼 짜여졌다고 언급했다.

스포어 히어로에 쓰인 테마곡은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데 이를 전체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5개의 멜로디 파편으로 분할해 메뉴부터 캐릭터 생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다르게 사용되었다고 전했다. 전체적인 테마를 상황에 따라 잘게 쪼개 친숙함을 주면서 동시에 색다른 느낌을 전달한 것이다.

한편, 위니프레드 필립스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로 스포어 히어로 테마곡의 숨겨진 비밀을 언급했다. 스포어 히어로의 테마곡은 엔딩으로 갈수록 아주 격렬해지는데 그 당시 멜로디 파편을 퍼블리셔의 양해를 구해 마블의 어벤져스 엔드게임 트레일러에 사용했다고 한다.

▲ 분할을 통해 퍼즐처럼 짜여진 스포어 히어로의 테마곡

▲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트레일러에 사용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상호작용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위니프레드 필립스는 레전드 오브 가디언스를 작업할 당시 메인 테마가 시작 장면과 시네마틱 오프닝 크레딧에서 사용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순히 해당 장면에서만 테마곡이 사용된 것은 아니다. 메인 테마곡은 시작 장면과 시네마틱 영상 외에 전투에서도 계속해서 등장했고 많은 게이머가 테마곡에 익숙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테마곡은 게임 속 액션 장면에서도 사용될 수 있으며, 스피드레이서 비디오 게임이나 갓 오브 워를 보면 게임의 곳곳에서 테마곡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게임 플레이 곳곳에서 테마곡이 흘러나왔던 레전드 오브 가디언스

▲ 이는 갓 오브 워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적용되었다

▲ 특정 지역을 이동할때면 웅장한 테마곡이 흘러나왔던 갓 오브 워

가끔 게임보다 게임 속 음악이 더욱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긴박한 전투의 순간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는 플레이어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며, 감동적인 장면에선 잔잔한 노랫소리로 게이머의 심금을 울린다.

음악은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지만,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게임을 더욱더 재미있고 유명하게 만들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위니프레드 필립스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반복과 변주, 분할과 상호작용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