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예원 PD는 라이엇코리아에서 LCK의 글로벌 프로덕션을 지휘하는 책임자입니다. 글로벌 해설진 관리는 물론 한국과 글로벌의 취향을 관통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에 투입되고, 롤드컵과 MSC를 비롯한 국제 대회에서도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많지 않을 정도죠.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리그의 분위기가 침체되더라도, LCK가 전보다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 그녀의 스케쥴은 시즌 한창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지난 16일, LCK 섬머 시즌 준비에 한창 바쁜 LOL파크에서 진예원 PD를 만났습니다. 작은 체구에 친절한 미소로 기자들을 반겨주었죠. 하지만 그 작은 어깨엔 이제 막 세계로 발돋움하는 LCK, 그리고 그를 위해 피땀흘려 일하는 많은 'Rioter'들과 전 세계의 LCK 팬들을 향한 책임감까지 짊어지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물론 그렇게 말하면 '그 정돈 아니다(웃음)' 라고 하겠지만요.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해, 직관 티켓을 기다리던 팬에서 이젠 LCK의 글로벌화를 지휘하게 된 진예원 PD. 보이지 않는 곳에서 LCK를 세계적 '인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글로벌 개척을 위한 여정, 그리고 느끼게 된 새로운 감정들에 대해 인터뷰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데요, 자기 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서 LCK 글로벌 PD를 하고 있는 진예원입니다.


라이엇 코리아에서 어떤 일을 주로 하시나요?

LCK의 글로벌 프로덕션에 관련한 여러가지 업무를 다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LCK의 영문 중계 방송을 제작하고, 그와 관련하여 글로벌 해설진들 관리를 해요. 그리고 주요 업무 중 하나는, LCK를 전 세계의 파트너사에 보내주면 그 것이 중국어, 프랑스어 등 많은 언어로 번역이 되는데, 그런 과정을 전반적으로 연계-조정하는(coordination) 역할을 해요. 그리고 국제 대회를 할 때에도 여러가지 콘텐츠나 송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 투입되죠.


글로벌 중계진 하니 떠오르는데요, ‘와디드’는 이번에 어떤 과정으로 다시 참여하게 되었나요? 라이엇의 의사가 컸나요, 본인의 의사가 컸나요?

스프링 시즌에 새 글로벌 해설진인 Egym님이 입국이 어려워 지시면서, 와디드님이 두 번 정도 글로벌 해설진에 구원투수로 등장하셨는데, 당시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어요. 여태까진 글로벌 캐스터분들 중에서 한국의 문화나 정서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면, 와디드님은 선수 출신으로서 가진 경험과 이해도에 더불어, 한국적인 정서와 유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서구적 정서 사이에서 흐름을 굉장히 잘 타시더라고요. 물론 아직 처음이라 부족한 점은 없진 않겠지만, 열정적으로 피드백을 통해 발전하고 싶어 하시고, 저희도 함께했던 시간들이 좋아 요청을 드렸더니 흔쾌하게 OK해주셨어요.

▲ "수락하지!"



이 일은 어떻게 처음 하시게 되었나요?

운명처럼 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이 일을 하기 직전에는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작성하던 때였어요. 이스포츠에 대한 논문이었어요. 당장 다시 직장 생활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지인에게 이런 포지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사실 정보도 많이 없었는데도, 그 날 바로 저녁에 정리해서 이력서를 냈어요. 이건 뭔가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어떤 면에서 이 일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셨나요?

이전에는 NC소프트에서 게임을 기획하고 분석하는 일을 했었고, ‘길드 워 2’나 ‘와일드 스타’같은 게임 개발을 한국과 현지를 오가며 참여했어요. 그런 일을 하며 저도 나름 해외 게이머들에 대해선 이해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미디어 문화연구에 대한 공부를 하며 앞으로 나타날 미디어의 환경 변화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어요. 원래 전공은 영화 프로덕션과 관련한 것이었고, 미국에서도 그런 일을 했었고요. 이러한 여러가지 경험과 생각이 모여 자신감이 생겼고, 제가 어느 정도 의미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게임도 좋아했고요. 북미 서버에서부터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겼고, 원래는 MMORPG를 하드코어하게 플레이하곤 했어요. ‘아이온' 같은 걸 하면 상위 랭커로서 몇십 명을 데리고 전쟁을 하곤 했죠. 그런데 이젠 MMORPG도 많이 안 나오니… 마음 둘 곳이 리그오브레전드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나이 들어서 티어가 높진 않아요. 예전에는 골드였고, 지금은 실버 정도… 지만 이해도는 높다고 생각해요(웃음). 최근에는 TFT에 빠졌어요. 플래티넘에 계속 있었죠.


많은 일을 해오셨을텐데, 가장 기억나거나 의미있던 일을 꼽으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제게 가장 의미가 컸던 것은 아무래도 가장 첫 콘텐츠였을 거에요. 팟캐스트이면서 비디오와 오디오 모두를 지원하는 ‘POGSTATE’를 9화까지 펑크내지 않고 잘 마쳤고요, 기대보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평소에 저희 시청자들이 정말 전세계에 흩어져 있었는데, 이런 수많은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범세계적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첫 콘텐츠를 생각하고 싶었어요. 지난 해 7월부터 고민을 하다가 올해 초에 시작했고 최대한 시청자분들께서 원하는 LCK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어요.

영상보다는 오디오 부분에서 애플 팟캐스트 랭킹에서 1순위를 굉장히 자주 찍었어요. 얼마 전에 한국 팟캐스트 랭킹에서도 1위를 찍었고, 미국에서 12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상위권에 들었어요. 그런 걸 보면 저희가 원했던, 여러 곳의 시청자들이 두루두루 보게 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했구나 싶어요. 그래서 의미가 깊네요. 팬분들이 저희의 콘텐츠 덕분에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그 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느껴져요.



말씀주신 것처럼 LCK 콘텐츠를 글로벌 팬들에게 소개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많은 고민을 하실텐데요, 일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을까요?

추상적인 레벨에선, 이스포츠가 아직은 발전하고 있는 분야다보니 무질서한 부분도 있어요. 궁극적으로 이스포츠 문화에 도움이 되자는 방향이라, 저희는 그러한 무질서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곤 있어요. 그러다보니 세 시간을 촬영하면 한 시간으로 편집되곤 하죠. 예를 들면 저흰 팬들이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듣고 생각해주길 바라는데, 패널의 의견이 너무 주관적으로 강할 때 가끔씩은 위험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글로벌로 설문을 했는데 시청자분들의 연령대가 생각보다 어리더라고요. 그래서 새롭게 이스포츠를 접하는 어린 시청자들과 기존의 시청자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향후에는 상호작용, 소통이 좀 더 잘 되도록 하려 해요.


코로나바이러스로 이스포츠 산업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그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지나요?

코로나바이러스가 터지며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LCS는 원격 중계를 했고, 저희도 잠시 그렇게 했고요. 이번 바이러스 이슈로 인해 저희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어요.

원격 중계를 위한 기술적인 도전이 많이 있었어요. 시청자들 역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거에요. 전반적으로 이스포츠 시장은 코로나바이러스 이슈 이후 더 발전하고 있다고 이야기가 나와요. 제 입장에선 바이러스로 인해 저희가 더 많이 발전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타 스포츠 종목에 비해 이스포츠라서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더 가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업무량은 많이 늘었죠. 쉽지 않았죠. 방송을 하려면 여러 사람들이 모여야 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위험 부담도 많았고요. 그래도 리그를 진행하고 콘텐츠를 보여드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느라 피부가 나빠졌어요(웃음).



그러고보니 지난 MSC는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요? 많은 팬들은 조 마쉬가 모든 것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조 마쉬 이전에도 이미 이야기가 진행되었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웃음). 꽤 오래 전부터 논의했던 부분이었고, 이번이 적절한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구상은 오래 전부터 해 왔지만, 시기를 정확히 정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올해 MSI가 취소되며 생긴 긴 오프시즌 동안 팬들에게 뭔가 해 드리고 싶었고, 그 상황에서 구현 가능한 것이 그 아이디어였죠. 아시다시피 핑을 강제로 올리는 등 기술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이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다들 했지만 어떻게든 힘을 모아 해낼 수 있었죠.


LCK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하며 해외 리그 프로덕션도 참고할텐데요, 어떤 부분을 많이 참고하나요?

해외 리그 콘텐츠들도 거의 다 보고 있고, 저흰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요. LCS의 느낌과 LEC의 느낌이 각각 있다면, LCK의 느낌은 무엇일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교하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직은 콘텐츠의 수량이 많진 않기에, 좀 더 많은 것들을 참고하며 저희가 어떤 것을 더 만들면 좋을지 보고 있어요.

아마 저희와 LPL의 상황이 비슷할 거예요. LPL에선 이번에 팟캐스트를 만들었던데, 저희가 조금 더 잘 되고 있어서 뿌듯합니다(웃음).


아무래도 지난 시절들에 비해 LCK의 위상이 다소 줄었다는 평가가 대다수인데요, 글로벌 업무를 하면서도 변한 점이 있나요?

시청률 면에선 전혀 영향을 받진 않아요. LCK만의 독보적인 캐릭터와 역사가 있고, 과거를 떠나 저희의 스타일이 있어요. 아직도 팬들의 관심은 이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타 리그와 차별화되는 것들이 여전히 있고 그것들을 높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리고 글로벌 시청자들은 해설진의 스타일에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해요. 각 지역의 리그들은 다 같은 게임의 이스포츠고, 해설진만 다른 것으로 인식하기도 해요. 그렇게 보면 해설진분들이 잘 해주고 계시고, 그래서 영향을 덜 받는 게 아닐까 해요.


그런 LCK의 상황에 대해 팬으로선 어떤 감정이 드나요?


속… 속상하죠(웃음). 하지만 항상 1등만 할 순 없는거고, 위기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LCK가 잘 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미흡한 부분도 있었고요, 그런 부분들이 메타가 변하는 지금 시기에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고 봐요. 빈틈이 있는 지금이 LCK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섬머 시즌은 기대하고 있어요.



LCK에서는 프랜차이즈가 곧 진행되죠. 글로벌 업무에 미칠 영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프랜차이즈화가 되면 여러 면에서 체계화될 듯 해요. 특히 해외 시장에 대한 니즈가 팀에서 더 중요시될 것이란 기대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해외 시청자들이 보는 LCK가 중요해질 것이고요, 저희가 좀 더 잘 해야겠고 그로 인해 해외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해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한국과 글로벌의 정서 차이가 분명히 많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간극에 대해 어떤 부분이 힘들고, 한편으론 흥미를 느끼고 있나요?

많다고 해야겠죠(웃음)? ‘밈'도 워낙 지역마다 다르고, 많고 말이죠. 저도 게임을 하다보니 어느 정도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그런 것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스포츠에서도 영어와 한국 양 쪽에서 발생하는 밈이 정말 많은 거예요. 영어권 밈을 며칠 간 보다보면 한국의 밈을 이해하기 힘들어질 때가 있고요. 제가 더 열심히 하고 빠르게 숙지하는 수밖에요.

지역은 달라도 같은 LCK 팬으로서 공감받는 밈들도 많아요. ‘두둥등장' 역시 영어권에선 ‘DUDUDUNGA’ 로 불리며 한국 못지않은 반응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었어요. 그리고 방송에서도 중계진들과 저희가 같은 공간에 있고 소통도 많이 하다보니, 게임 내용에 대해 문화적인 전달이 잘 되는 듯 해요. 예를 들면 ‘단식 세나' 라는 한국식 표현은 영어권에선 쓰이지 않던 표현이었어요. ‘CS를 덜 먹는' 정도로 표현되던 것이었죠. 그런데 중계진들이 외치는 그런 표현들이 귀에 익으며 점점 영어권에서도 ‘Fasting Senna’라는 표현으로 흔히 사용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한국식 표현이 영어 표현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이 흥미로워 지켜보고 있어요.


이 일을 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점은 뭔가요? 반면에 가장 큰 단점이 있다면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있고,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좋아하는 선수들을 오가며 계속 볼 수도 있고요.

단점은… ‘워라밸' 이 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죠. 이스포츠 경기를 하는 시간대 자체가 저녁이다보니 개인적인 약속을 잡는 것이 힘들고요. 주 5일 중계를 하고 나머지 이틀 간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사실 한 주 내내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해요. 경기를 마친 중계진분들의 주 활동 시간이 새벽이다보니 새벽에도 많은 연락을 받고요. 온전히 쉬는 날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해요. 기자분들도 비슷하지 않나요? 더 심하면 심할 것 같은데요(웃음).

누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따르기만 하면 실패하지 않는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시행착오도 많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게 되는 것 같아요.



리그오브레전드의 팬으로서 라이엇에서 일하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여기서 일을 하기 전엔 직관 티켓도 정말 힘들게 사서 보러 오곤 했어요. 그 때 갖고 있던 로망들이 이젠 매일 함께 하는 일상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되면 단점도 있을 텐데요.) 그 부분은 제가 예전에 다니던 곳에서 슬럼프를 심하게 겪으며 느꼈어요. 그래도 그 것을 극복한 이후,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스스로의 밸런스를 맞출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이라고 너무 집착하면 질릴 수 있으니까 여러 일을 섞어가며 했어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으로 되었을 때 느껴지는 회한을 어떻게 극복을 하셨나요?

원래는 영화나 TV 프로그램 제작 일을 하다가 대학원에 가며 게임 프로덕션에 꽂혔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법안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막연하게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너무 만연했어요. 그래서 부모님, 친구들 모두 제가 게임 일은 적당히 하고 말길 바랐죠. 잠깐의 슬럼프도 크게 있었고요.

그 때 전 수백 명이 투입되며 제작되는 MMORPG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고작 저라는 사람 하나가 뭔가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런칭까지는 너무나 많은 기간이 남아 있었고, 언제든 뒤집힐 수도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 ‘이렇게까지 내가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CBT를 할 쯤, 보스턴에서 진행한 게임쇼인 PAX 이스트에 참여했고 작은 바에서 유저들과 미팅을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중년 신사분께서 오셨는데, 알파 테스터 분이셨기 때문에 주요 개발자들과는 이미 안면이 있던 분이었어요. 그 분께서 저를 보고 다른 개발자분께 누구냐고 물었고, 개발자분께선 ‘한국 본사에서 온 사람인데, 우리 게임의 경험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레벨 3-6-9간의 전투 경험이 바뀐 것은 이 사람이 한 것이다' 라고 소개를 해 주셨어요. 그랬더니 중년 분께서 제 손을 잡으시더니 글썽거리는 눈으로 ‘그렇다면 너에게 정말 고맙다' 라고 해주셨어요.

알고보니 미국 시골에 사시는 분인데, 몇 달 전부터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계셨어요. 그러던 와중 이 게임을 하게 되셨고, 게임 안에서 세상이 완성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점점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게임 행사에 참석해 개발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몇 달 간 돈을 모아 보스톤 행 비행기 티켓을 사서 찾아오신 거였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밤에 호텔에 돌아가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제작에 참여하면서도 스스로 회의를 가득 느끼던 제가 정말 잘못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던 거죠. 그 분을 만났던 그 때가 제겐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남아 있어요.



본인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듣고 싶어요.

게이머들에게 좀 더 나은 무언가, 하루의 즐거움 같은 것을 줄 수 있는 일을 가능하면 오랜 시간 동안 하고 싶어요. 박사 과정을 밟은 것도 그런 맥락이에요. 학계에서는 게이머들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면서도 그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없어서 그런 일을 해보고도 싶어요. 궁극적으로 그런 일을 하고 살면 ‘아, 내 삶이 의미있다' 고 느낄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게이머로 자랐고, 운이 좋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케이스에요. 그 과정에서 제가 행복했던 점, 감사한 점에 대해 큰 봉사는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보답하고 싶은 소소한 마음이에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LCK를 전세계와 어떻게 재미있게 같이 경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관심 가져주시고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열심히 만들었는데 한국 팬분들께 관심을 못 받을 때 상처받곤 해요. 한국 팬분들과 글로벌 팬분들 모두 LCK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으니,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계기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부족했던 다양한 부분들에 대해 피드백 많이 주시고, 저희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 백스테이지: 리그를 만드는 사람들 인터뷰 모음

① 글로벌 PD 진예원이 말하는 LCK의 세계화
LCK를 더욱 아름답게! 메이크업 김다연 팀장
LCK를 조각하는 라이엇게임즈 함영승 PD
팬들의 눈이 되어주는 '조나스트롱' 이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