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 21일, 캡콤은 예정했던 대로 캡콤프로투어2020(CPT2020)의 2일차 경기를 진행했다. 20일에 이어 21일은 더블 엘리미네이션 룰의 16강이 있는 날이었고, 우승자는 캡콤컵2020에 초대되는 20명 중 1명이 되는 자격을 얻기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지켜보는 경기였다.

별 탈 없이 진행되던 경기의 문제는 패자조 준결승, 세미파이널에서 발생했다. 이날 패자조 4강에서는 지난해 캡콤컵 우승자인 iDOM의 포이즌과 Metro M 선수의 베가(발로그)가 대전을 펼쳤다. Metro M 선수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연속으로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스턴치를 쌓아 iDOM 선수를 기절시켜 첫 스코어를 가져가는 듯했으나, 승패가 결정되기 직전에 경기가 중단됐다.

iDOM 선수는 이 장면 직후, 경기를 기권했다.


이후 중계 화면으로 경기 화면이 전환되었으나, 명단에 있어야 할 iDOM 선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iDOM 선수가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팅겼거나 강제로 게임이 종료됐음을 의미했다. 패자조 4강 경기가 잠시 중단된 이후 iDOM 선수는 SNS를 통해 자신은 Metro M 선수와 경기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기권했다. 또한 추가적으로 상대 선수가 현재 자신이 최근 블랙리스트에 올린 세 명의 플레이어 중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iDOM 선수는 지난해 캡콤컵 우승자이므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않아도 캡콤컵2020에 자동으로 초청되는 플레이어이므로 기권을 해도 자신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 추가적으로 iDOM은 이번 대회에서 The Grid 맵을 밴하지 말자고 요청하기도 했다(Grid 맵은 연결이 불안할때도 가장 지연이 적은 맵으로 알려져있다).


이후 공개된 디스코드 대화에 의하면, Metro M 선수의 신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대전을 포기한다는 발언이 확인됐다. 즉, 회선 불안정 및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발생한 지연 현상으로 대회 도중 기권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이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Metro M 선수의 다음 경기인 패자조 결승에서도 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버렸다. Metro M 선수는 승자조 결승에서 패배한 ELCHAKOTAY 선수와 패자조 결승을 진행했지만, ELCHAKOTAY 선수 역시 두 차례의 경기 이후 기권해버린 것이다. 물론 대회는 속행됐고, Metro M 선수는 그랜드 파이널까지 올라가 브라켓 리셋까지 만들었지만 DR MANDRAKE 선수가 3:1 스코어로 승리하면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ELCHAKOTAY 선수 역시 경기를 기권했다.

DR MANDRAKE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사태는 사실상 격투게임 팬들도 크게 우려하던 내용이다. 온라인상으로 대회를 진행할 경우 네트워크의 이슈가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경기를 진행하기 전 신호 상태를 체크하기도 하며, 지연 혹은 롤백식 넷코드를 도입하는 등 공정한 경기 환경을 위한 여러 가지 기술적인 해결책들을 격투 게임 개발사들도 연구하고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대전하는 양 측의 물리적인 거리가 매우 멀 경우, 온라인 환경은 오프라인 만큼의 대전 환경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최근 스트리트파이터5는 일명 '넷코드' 패치 이후 랙에 대한 이슈가 과거보다는 크게 개선되었다고 체감하는 유저들이 많다. 그러나 여전히 고질적으로 양측이 동등하게 랙을 감수하고 플레이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캐릭터가 순간이동하거나 대전이 급속도로 느려지는 등 여러가지 '회선'으로 인한 문제가 근절된 건 아니다. 결국 물리/기술적인 한계로 대전에 있어서 공정치 못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이 온라인 대전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단순한 스트리트파이터5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현재는 COVID-19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대회를 오픈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서 캡콤 역시 CPT2020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대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상 이러한 회선의 문제는 모두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불거진 경기 환경에 대해서는 많은 유저들이 캡콤컵 뿐 아니라 EVO 등 차후 대회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캡콤과 CPT 운영측은 이번 이슈에 대해서 별다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캡콤프로투어는 현재 16회의 온라인 대회가 추가적으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