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진행된 2020 우리은행 LCK 섬머 스플릿 27일 차 2경기에선 아프리카 프릭스가 설해원 프린스를 상대로 힘과 속도 모두를 뽐내며 2:0으로 압도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연패를 끊는 기쁨을 맛봤지만, 설해원 프린스는 긴 연패를 여전히 이어가는 상황이 되고야 말았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정글러 '스피릿' 이다윤은 1세트에서는 뽀삐를 활용해 무시무시한 망치의 맛을, 2세트에서는 니달리를 기용해 협곡을 누비며 스피디한 운영을 선보였다. 정확히 계산된 움직임을 통해 아프리카 프릭스는 2세트에서 LCK 최단 시간으로 넥서스를 부술 수 있었고, '전령 댄스'는 승리를 기다려 온 팬들에게 바치는 헌정의 춤이 되었다.

다음은 아프리카 프릭스의 정글러 '스피릿' 이다윤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승리 소감 부탁한다.

연패를 끊고 승리를 거둬 기분이 좋다. 롤드컵 갈 수 있도록 남은 경기에서도 많이 이기도록 하겠다.


오늘 2세트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혹시 LCK 최단시간 욕심도 났던 걸까?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할 거 하던 대로 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된 것 같다. 2세트 같은 경우엔 팀원들이 하는 생각이 모두 맞았다. 게다가 상대도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줬다. 다 계산했던 대로 되었고, 돌발 상황이 안 일어나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전령 댄스를 얼마만에 본 건지 모르겠다. 희열을 느꼈을 것 같다.


사실 넥서스를 칠 때까지 시간을 아무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넥서스를 깨기 직전에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전령을 먹자마자 게임이 끝나다니… 바론도 안 나와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시간을 보니 16분인가, 17분인가 하더라.


오늘 본인의 공격성이 유난히 엄청났다. 올드 팬들은 '회춘한 스피릿'이라고도 하더라. 공격적인 플레이에 대한 다짐 같은 것이 있었나?


그런 것은 따로 없었다. 우리가 연습하던 방향성대로 플레이가 나왔다. 픽이나 상대에 따라 우리가 택하는 전략 방향이 다르다. 이번엔 설해원 프린스를 상대로 준비했던 전략대로 잘 되었다.


설해원 프린스를 상대로는 특별히 더 공격적인 전략을 준비했던 건가?

설해원 프린스는 돌발 상황을 많이 만드는 팀 같았다. 그렇게 상황을 만들게 둘 바엔 우리가 상대방이 먼저 뭘 하지 못하게, 밴픽에서부터 준비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나저나 뽀삐 정글을 팀원들이 왜 싫어하나? 그리고 어떤 점이 재밌나?

생긴 것부터 안 좋아한다. 그래도 한다고 하면 시켜는 준다. 재미있는 이유는… 스킬셋 자체도 독특하다. 상대방을 괴롭히는 재미도 있다.


본인도 카직스를 굉장히 잘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카직스 상향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아직 정식 서버에서 해보진 않았다. 영상이나 패치노트를 보니 셀 것 같다. 해봐야 알겠다.


오늘은 유난히 정글러들의 활약이 빛나는 날이었다. 앞서 담원전에서는 최초 정글러 펜타킬도 나왔고 말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그 쪽으로 간 건데, 아쉽진 않나?

우리 팀은 내가 펜타킬을 하면 지는 징크스가 있다. 스크림에서 말이다. 내가 ‘펜타킬 값’을 잘 하지 못해서, 일부러 먹지 않는다. 그래서 아쉽진 않다. 그래도 만약 하면 기분 좋겠다. 최초는 아닐테니 아쉽겠지만.


방송 인터뷰에서 ‘폰’ 영상을 자주 본다는 얘기는 진심이었나?

정말로 본다. 예전에 같이 찍은 하이라이트도 가끔 본다. 좀 많이 옛날 영상들 말이다.


과거 영상들을 보면 흔히 ‘전성기’라고 부르는 시절의 모습도 떠오를 것이다. 그 때의 모습을 보다보면 감회가 새로울 듯 한데.

사실 그 때가 더 잘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그 때 상대했던 팀들이 지금 상대하는 팀들보다 많이 더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과는 게임에서 운영이나 개념도 많이 달랐고 말이다. 그래서 내 전성기를 논하기가 꽤 어렵다. 주관적으로 생각하면, 그 때의 나보단 지금의 내가 더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상대적인 것이다.


베테랑 게이머가 된 만큼 과거 이야기를 하려면 까마득한 기분이다. 문득 삼성 블루 시절과 지금을 생각해보면, 상대하는 선수들은 어떻게 변한 것 같나?

확실히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린 선수들이 너무나 잘 한다. 피지컬로 정말… ‘너무 잘 한다. 이걸 이렇게도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담원 게이밍이나 DRX를 보며 느끼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회의감을 느낀다고도 하겠다(웃음).


본인은 지금이 지금의 자신이 그 때보다 더 잘 한다고 했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그런 것이다. 그런데 잘한다는 기준치 자체가 많이 오른 듯하다. 예전이면 어느 정도의 플레이를 했을 때 그것이 TOP 3안에 들겠다고 생각했을만한 것도, 지금을 기준으로 하면 TOP 5에도 못들 수 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기준이 높아져 버렸다.


모쪼록 오늘 경기로 느낀점이 있다면?

팀원들과 많은 말을 하지 않았어도 합이 잘 맞아 매끄럽게 플레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같은 느낌을 잘 살려서 준비하자는 이야기를 방금 대기실에서도 나눴다. 이 감각을 잘 유지해야겠다.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우리가 드디어 연패를 끊었다. 다음 경기들도 많이 이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