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게이머 동료 기자는 게임을 할 때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은 '게임 참 더럽게 하네'라고 했다. '게임 더럽게 한다'는 상대방의 플레이가 정석적이지 않고, 예측하기 어려우면서, 예측을 해도 대응할 수 없는 수를 계속 쓸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대응할 방도 없이 패배하게 되니, 전략을 쓰는 사람에게는 승리를 보장하는 최고의 수라고 할만하다.

그룹 스테이지 PSG 탈론을 상대한 로그의 초반 전략은 더럽다는 표현이 잘 어울릴 만큼 초반 설계가 훌륭했다. 로그는 정글러 리시를 하지 않는 봇 듀오가 1레벨부터 미드 라인 오리아나의 점멸을 빼면서 킬을 따냈고, 오리아나의 점멸이 돌기 전 봇 듀오의 귀환 타이밍에 다시 한 번 미드로 올라가 3인 다이브로 미드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미드 라인 로밍으로 칼리스타가 가져간 2킬은 자연스럽게 봇 라인의 균형을 로그에게 기울였다. 로그는 이 전략의 성공으로 타워 단 한 개만을 내주고, 킬 스코어 16:0으로 경기를 끝냈다.

똑같은 초반 전략을 다음 경기에 곧바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로그에게 비슷한 방식의 플랜 B가 없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다. 4일, 2020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2일 차 경기에 로그와 담원 게이밍의 대결한다. 담원 게이밍이 승리하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은 로그의 초반 전략에 당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담원 게이밍은 징동과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상대의 승리 공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게임에서 잘 대응했다. 징동 게이밍의 승리 공식은 정글러 '카나비'와 서포터 '뤼마오'의 합작을 통한 정글 교전에서 주로 시작됐다. 인원 수의 우위를 바탕으로 '카나비'에게 힘을 실어주고, 힘을 받은 카나비가 아군의 백업을 기반으로 정글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징동의 승리 패턴은 담원의 칼 같은 대응에 시작부터 어그러지거나 반격당했다.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와 서포터 '베릴' 조건희의 활약이 아주 좋았다. LPL 리그 퍼스트 팀에 뽑힌 정글-서포터를 상대로 교전과 게임 설계에서 앞서는 모습이었다. 다른 선수들의 활약도 좋았지만, 이 두 선수의 활약이 더 눈에 띈 건 담원이 상대의 전략을 잘 파악하고 제대로 대응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징동과의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승리했기에 로그와의 대결에서도 빈틈없이 준비할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많은 전문가들도 올해 담원의 경기력을 칭찬하고 있다. 경기력만을 단순 비교하면 담원의 우세가 점쳐진다. 그러나 로그도 가진 저력을 그룹 스테이지 첫날에 보여줬기에 담원의 승리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2020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2일 차 일정

1경기 마치 e스포츠 vs 팀 리퀴드 - 4일 오후 5시
2경기 G2 e스포츠 vs 수닝 게이밍
3경기 로그 vs 담원게이밍
4경기 PSG 탈론 vs 징동 게이밍
5경기 젠지 e스포츠 vs TSM
6경기 LGD 게이밍 vs 프나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