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넷마블넥서스 ⊙장르: RPG ⊙플랫폼: NS ⊙출시:11월 5일


"세븐나이츠가 콘솔로 나온다고?"

지난 3월 정말 갑작스레 발표된 소식. 그것도 닌텐도 스위치로, 세븐나이츠가 나온다고 한다. 아마 그 소식을 듣고 대부분의 유저들은 "스위치에서 뽑기형 과금을 쓰는 게임을 낸다고?"라고 경악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세븐나이츠는 대중에게 '뽑기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원작인 '세븐나이츠'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역사를 짚어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인데다가, 이래저래 말도 많았지만 인기가 높았던 게임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세븐나이츠를 '콘솔'로 새롭게 출시한다는 건, 결국 IP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넷마블의 의지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세븐나이츠2'와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라는 두 종의 신작도 모바일로 공개를 한 상황에서, '콘솔'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그렇게 발표된 이후, 본격적인 게임의 모습이 드러나기까지는 약 반 년이 넘게 걸렸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개된 영상을 보고 생각했을 것 같다.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데...?"라고 말이다. 실제 플레이로도 '세븐나이츠-Time Wanderer-'는 꽤 좋은 느낌을 받았다. 적당히 '세븐나이츠'만의 룰을 입힌 턴제 RPG라고 해야 할까? 콘솔 플랫폼에 맞춰서, 모바일 게임의 모습이었던 세븐나이츠가 잘 변화됐다고 생각한다.

▲ 지금은 각성해서 다른 모습이 된 영웅들의 '옛날' 모습을 보니 추억이...

가장 크게 눈에 띄는 점은 전투다. 외형 자체는 기존 세븐나이츠와 매우 유사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스킬도 3개로 같다. 재해석한 포인트가 매우 적절하다. 원작처럼 몇 타 공격이며 무적 몇 회가 있는 것처럼 복잡한 설명은 최대한 배제됐다. 각 영웅들은 네 가지 속성이 있고, 이들 속성은 서로 상성이라 약점 속성에 공격당하면 기절이 걸린다.

적을 모두 기절시키면 아군에게 추가 턴이 온다. 상태 이상도 정해진 몇 개만 기억하면 끝이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새롭게 추가되면서 타수와 면역을 기억해야 하면서 점점 더 복잡했던 세븐나이츠의 전투 룰이, 콘솔에서는 적당한 선에서 커트되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게임의 '재미 포인트'도 싱글 플레이에 맞춰준 모습이었다. 꾸준히 성장하는 캐릭터들은 자연스럽게 스킬 레벨도 오르고, 추가적으로 성장을 도모해볼 수 있는 '초월'을 하는 요소 역시 인게임내에서만 얻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재료를 얻는 과정도 '스토리'에 깊은 무게를 두었다.

▲ 추가적으로 즐길만한 서브 스토리나 맵 탐사등의 콘텐츠도 존재있다.

▲ 영웅이 성장하면 능력치와 (특정 레벨에서)스킬 레벨이 오른다.

메인 스토리는 풀 더빙으로 확실히 공들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세븐나이츠 원작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팬들이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팬이 아니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세븐나이츠의 팬이라면 확실히 흥미롭게 볼만한 스토리를 제법 좋은 구성으로 마련했다.

세븐나이츠의 개성을 살리면서 재해석한 전투 시스템과 더불어 매력적인 세븐나이츠의 고유 캐릭터들.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팬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스토리'까지, 확실한 세 가지 포인트를 잘 잡았고 이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플레이의 흐름을 잘 짜두었다. 약간의 노가다 요소가 있긴 하지만, '억지로' 플레이 타임을 늘리려는 노골적인 모습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렇게 짜여진 콘텐츠들의 불륨도, 아쉽지 않은 수준이다. 나름대로 파고들기 요소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메인 스토리는 풀 더빙이라 참 좋았다.

전체적으로 구성이 좋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선 전체적인 그래픽의 다소 심하게 열화된 모습을 보여서 아쉬웠다. 약간 보태자면 스마트폰 원작 세븐나이츠의 중간 옵션 정도의 그래픽이랄까. 원작과 별 차이 없는 건 이해한다고 쳐도, 콘솔 환경에 맞춰 더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주기를 바랬건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거치 모드와 휴대 모드의 그래픽 차이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 딱히 거치 모드로 플레이할 이유도 없다.

전투도 억지로 플레이 타임을 늘리려는 수준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반복적으로 귀찮아지는 시점이 꽤나 빨리 오는 현상이 있다. 이는 전투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해야 할 부분보다 '연출'이 기본적으로 훨씬 길기 때문에 나타난다. 세븐나이츠 캐릭터들의 스킬 연출은 분명히 보여줄 가치가 있지만, 원작처럼 배속 전투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연출을 거의 다 봐야 하는 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꽤나 고역이다. 아이템을 통해 전투를 피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또 성장이 안되니...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연출을 설정에서 연출을 'off'로 해도 너무 길게 느껴져서 아쉽다. 플레이어가 직접 타겟을 정할 수 없는 건 재해석한 시스템과 잘 어울리지 않아서 그렇다고 쳐도, 이러한 연출과 다소 잦은 로딩 등으로 인해 여러 요소들이 플레이어가 조작을 하지 않고 '지켜만 봐야 하는 시간'을 꽤 길게 만들어서 안타깝다. 덤으로 유일하게 휴대용 게임기로서 진동이 있는 기기에서, 진동 기능을 활용하지 못한 건 그러려니 하면서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 그냥 멍 하니 화면을 바라만 봐야 하는 시간이 꽤 길기에, 전투는 생각보다 지루함이 금방온다.

▲ 그래도 전투시 숙지해야 할 점은 크게 많지 않아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이 정도의 단점들은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의미 자체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단점은 단점이다. 그래도 콘텐츠의 구성과 흐름은, '세븐나이츠-Time Wanderer-'가 확실하게 '콘솔' 플랫폼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캐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확실하게 '성공적인 IP의 확장'이라고 생각하고, 차기작을 개발할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면서도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차기작이 나온다면 '그게 또 나온다고...?'라는 갸우뚱에 가까운 생각보다, '그래, 전작이 나쁘지 않았어. 차기작이니까 더 발전한 게임이 나오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할 수 있다고 할까.

최근 몇 년간, 수많은 IP들이 모바일 게임으로 이식됐다. 유명한 고전 게임 IP가 모바일로 부활했고, 좋은 평가를 얻은 게임도 있지만 게이머들에게 추억만 망쳤다고 질타를 받는 게임도 있다. 이런 IP는 제대로 살리면 '좋은 IP'가 되는 것이고, 반대로 살리지 못하면 추억을 망쳤다는 오명만 뒤집어쓴다. 넷마블의 세븐나이츠는, 리메이크와 리마스터가 꽤 큰 유행인 이 시점에서 비교적 신흥 IP로서 '확장'을 하고자 했다. 유명 IP가 모바일로 돌아오는 느낌과는 정 반대로, 다른 플랫폼과 미디어로 확장해나가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넷마블이 서비스해온 게임은 많았다. 하지만 수십년을 마스코트에 가깝게 내세울 수 있는, 넷마블만의 대표 IP라는 무게감을 가진 게임은 비교적 적었다. 게다가 타사의 IP를 이용해 개발한 게임들이 대부분 좋은 성적을 냈다. 넷마블은 빠르게 모바일 개발로 체질을 전환해 확실하게 시장의 패자로 군림했었다.

지금은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그렇게 성공하는 과정에서 자체 개발 IP는 매우 적었다. 그런 넷마블이기에, 스스로 만든 IP를 확장하고 싶은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 확실한 IP를 만들어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싶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 딱 맞는 건, 역시 '세븐나이츠'다. 넷마블의 성공 신화로 꼽을 수 있는 타이틀이자 글로벌 6천만 다운로드의 IP. 글로벌 서비스로 10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으며, 모바일 시장에서 넷마블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 타이틀이자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까지, 넷마블이 도약할 수 있던 '기반'을 마련한 넷마블만의 IP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신경을 쓰면서 접근을 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민감해할 '가격'부터 풀 프라이스를 적용하지 않고 꽤 저렴한 가격 정책을 내놓았고, 뽑기도 없고 인게임에서 대부분 해결이 가능한 싱글 RPG다. 콘솔 유저들의 호불호를 파악해서 내놓았고, 첫 번째 작품인만큼 조심스럽게 다가간다는 의도가 느껴졌다.

첫 '세븐나이츠'의 콘솔 게임으로서는 합격 목걸이를 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 작품을 기반으로 해서 추가적인 콘솔 타이틀의 개발이 이뤄지면 충분히 기대를 할 수 있다. 세븐나이츠가 닌텐도 스위치로 내디딘 한 걸음은, 분명히 의미가 있었다.

▲ '에고닉스'를 통해 추가적으로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볼 수도 있고,

▲ 이를 통해 '초월' 성장이 가능하다. 이후 등장하는 루나릭스도 부담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