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야말로 정석으로 살려낸 '고전'

제노 크라이시스는 오락실에서 한 번쯤은 플레이해봤을 그런 탑뷰 슈팅 게임이다. 픽셀 그래픽부터 긴박감 넘치는 헤비메탈 사운드, 여기에 방마다 등장하는 외계인을 모조리 처치한 뒤 징글징글하게 생긴 보스 몬스터를 만나는 방식까지. 모조리 익숙한 20여 년 전의 향수가 흘러넘친다. 이 게임, 로컬 협동 플레이를 지원하니 90년대 오락실을 함께 헤쳐나온 전우가 있다면 꼭 같이 해보도록 하자.

게임명: 제노 크라이시스(Xeno Crisis)
장르: 아레나 슈터
출시일 : 2019년 10월 28일
개발 / 배급: Bitmap Bureau
플랫폼: PC(Stove, Steam), Sega Mega Drive, Dreamcast, Neo Geo, PS4, NSW, XB1


이건 90년대 오락실의 향기?



제노 크라이시스는 90년대 오락실 느낌이 물씬 나는 탑다운 뷰 슈팅 게임이다. 그야말로 완전 옛날식의 투박하고 어딘가 그리운 도트 그래픽에, 사운드 역시 제대로 향수 자극하는 전자음이 가득하다. 얼마나 정석적으로 구현했느냐면, 게임이 구동되는 그 순간부터 게임 오버되는 마지막까지 정말 '고전 게임'을 하고있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오락실 느낌을 살리는 부분은 게임 콘텐츠 측면을 제외하고도 또 있다. 바로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한 대의 PC로 두 명이서 로컬 협동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 열심히 컨트롤러를 이리저리 조작하다 보면 마치 친구랑 오락실에 가서 나란히 앉아 신나게 플레이하며 내 탓 네 탓을 하던 그 시기로 돌아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키보드 플레이도 그렇고 컨트롤러 플레이도 그렇고 모두 정말 어찌나 고전틱한지.

게임 난이도는 이지와 하드 두 가지 모드를 제공하는데 탑다운 뷰 슈팅에 익숙하지 않다면 일단 이지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오랜만에 이런 게임을 플레이할 경우에도 당연히 이지다. 움직이는 것과 총을 쏘는 방향이 별개인 만큼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게임 오버가 되면 스테이지 1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며 모든 강화 요소 역시 초기화된다. 아주 하드한데 이런 방식조차도 향수가 가득하다. 심지어 게임 내용마저도 외계인의 위협에 맞서 파괴된 전초 기지를 탐험하는 스토리로, 어딘가 익숙하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하는 진행 방식의 스토리다.

게임 자체는 열심히 외계인들을 잡고, 떨어진 군번 줄을 수집해서 보스 몬스터를 잡고, 강화를 하면 되는 심플한 방식이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컨트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게임 오버 시 스테이지를 비롯해 모든 강화까지 깡그리 리셋된다. 남는 건 스스로의 손가락뿐이다.


샷건에 레이저건, 유도탄 등등 정말 다양한 무기가 등장한다. 얻는 방법은 아주 쉽다. 몬스터를 처치하다 보면 무작위로 드랍되고, 그걸 주워드는 순간부터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기본 총기는 총알 수가 정해져 있어서 중간 중간 탄창을 획득해야 하지만 이 스페셜한 무기들은 일단 들면 무한정으로 쏠 수 있다. 물론 사용 시간은 길지 않다. 그 외에도 수류탄을 던지거나, 근접해서 칼로 처치하는 등의 공격도 가능하다.

이런 고전틱한 게임의 맛은 결국 컨트롤, 조작의 재미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무기 획득의 랜덤성은 플레이하는 사람의 컨트롤에 좀 더 힘을 주며 결과적으로 조작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요소로 사용된다. 그냥 얻으면 좋은 것이고, 못 얻어도 컨트롤만 잘한다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적이고 세련된 2D 게임을 만들자



제노 크라이시스는 영국 Bitmap Bureau라는 인디 개발사에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해 개발한 게임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때 킥스타터에서 362%를 달성하며 2019년 세가 메가드라이브의 게임팩으로 출시된 적이 있다는 것.

개발사 Bitmap Bureau는 PC와 콘솔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세련된 2D 게임을 만들고자 2016년에 설립된 인디 게임 회사다. 소속된 개발팀원들은 1995년부터 게임 업계에 몸담았으며, 1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작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디즈니나 반다이남코와 협업을 진행한 적도 있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세가 메가드라이브의 열렬한 팬임을 밝혔는데, 이에 제노 크라이시스를 메가드라이브 게임팩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개발자에 따르면 제노 크라이시스는 스매쉬 TV, 콘트라, 전장의 이리2, 그라나다, 에일리언 신드롬, 카오스 엔진, 쇼크 트루퍼스 등 고전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게임이다. 특히 1980년대 초 출시되어 아레나 슈터라는 장르를 정의한 로보트론: 2084, 그리고 유사한 흐름을 활용한 스매시 TV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런 과거의 흥행작들의 정석적인 성공 공식에 새로운 방식을 추가해 제작되었기에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분명 고전의 느낌을 많이 주지만, 그래픽이나 이동 방식 등이 훨씬 깔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게임이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제노 크라이시스는 애초에 개발 의도부터가 과거 아레나 슈터라는 장르에서 그야말로 한 끗발 했던 게임들의 '혈통'을 잇는 것이다.

커다란 요즘 모니터에서 전체 화면으로 보면 픽셀이 너무 잘 보이는 그래픽이나, 뿅뿅하며 온 마음을 다급하게 만드는 사운드나 모두 정말 과거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보기에 고전틱하고 낡은 것 같겠지만 오히려 그게 이 게임에 있어서는 성공이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무작정 낡게 만든 것은 아니다. 분명 고전 느낌이 물씬 나지만, 절대 대충 만들지 않았다. 깔끔한 픽셀 그래픽, 세련된 아트, 강렬한 사운드 등이 모두 한 데 버무려졌다. 뭐랄까, 정말 잘 만들어진 복고풍 게임이다. 결과적으로 아예 정석적인 고전 게임처럼 제작한 것이 오히려 이 게임만의 특징이자 장점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90년대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슈팅 게임 제노 크라이시스는 스토브 인디에서 한국어판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장점

+ 정석적인 탑다운 뷰 탄막 슈팅
+ 제대로 살려낸 과거의 재미
+ 컨트롤에서 오는 조작의 즐거움
단점

- 두 개밖에 없는 난이도
- 불친절한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