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 박진성의 스프링 시즌 첫 등판은 성공적이었다.

12일 차 LCK, 리브 샌드박스와의 경기에 출전한 '테디' 박진성은 팀에 2:0 승리를 안겼다. 그간 출전하지 못한 설움을 한 번에 풀어내는 듯한 경기력이었다. '테디'는 1세트 POG를 받으며 팀 승리의 공로를 인정받았고, 2세트에도 라인전을 강하게 가져가 팀 운영에 도움을 줬다.

경기 후 '테디' 박진성은 인터뷰에서 몇 가지 인상적인 말을 했다. 첫 번째는, 그가 '구마유시' 이민형에 대해 본인보다 더 잘한다고 인정하고 '구마유시'에게 배웠다고 말한 점이다. '구마유시'가 능력 있고 뛰어난 원거리 딜러인 것은 분명하지만 커리어 상으로 두 선수의 차이는 큰 편이다. 세계 무대를 밟으며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은 선수가 이제 자신을 검증해가는 신인 선수를 인정하고 배운다고 공식 인터뷰에서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테디'는 '구마유시'에 대해 "초반도 후반도 모두 공격적으로 잘하는 선수"라고 평가하며 그래서 '구마유시'가 스프링 시즌 더 많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테디'와 비교했을 때 '구마유시'가 가지는 가장 큰 무기는 강력한 라인전이다. 강한 라인전 수행 능력은 팽팽한 경기 균형을 깨고 스노우볼의 시발점이 되기에 굉장히 중요하게 평가받는 능력이다. '구마유시'는 이번 시즌 연달은 강팀과의 대결에서도 평균적으로 초반 15분 동안 10개의 CS를 더 가져갔다.

'테디'는 리브 샌드박스 전에서 초반 15분 동안 27의 CS 격차를 냈다. 리브 샌드박스 봇 라인의 체급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동안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테디'의 라인전 능력이 개선된 것인지 눈여겨 보게 되는 기록이다.

'테디'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던 두 번째 이유는, 그가 안정적으로 경기하기보다 공격적으로 경기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하며 진에어 그린윙스 시절의 '테디' 박진성을 언급한 점이다.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테디'는 죽지 않는 원거리 딜러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테디'는 그 시절의 자신이 T1 때보다 더 공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테디'는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단순히 죽지 않는 원거리 딜러가 아니었다. 그가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던 2018년의 지표를 살펴보면, 그는 KDA 4.3으로 전체 커리어에서 낮은 편에 속하지만 평균 피해량은 585.4로 팀 전체 피해량의 32.8%를 책임졌었다. 이 기록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리브 샌드박스 전에서 '테디'는 KDA 4.5, 평균 피해량 758, 팀 내 피해 기여도 32.4%를 기록했다. 겨우 한 경기를 뛰었고, 하위권에 위치한 리브 샌드박스와의 대결이었기에 많은 의미를 두긴 어렵다. 그래도 가장 무서웠던 시절의 '테디'에 가까웠던 모습이라고 평가할만하다.

오는 31일 열리는 아프리카 프릭스전 경기에 '테디'가 출전할지는 미지수다. '테디'가 좋은 경기력을 보인 것은 맞지만, '구마유시'도 자신만의 장점이 확실한 봇 라이너다. 양대인 감독의 선택은 무엇일까? 재능 있는 원거리 딜러를 두 명이나 보유한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