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폴트' 최성훈을 이야기하면 꽤나 입지적인 인물이다. 먼저 나이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학업을 병행하면서 선수 생활을 했다. 서울대를 졸업하면서도 6번의 대회 우승을 기록했으니 욕심도 대단하고 그만큼 재능도 있었다는 걸 유추해볼 수 있다.

군 입대로 인해 한동안 e스포츠를 떠나있던 '폴트' 최성훈은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단장이 되어 업계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줬던 모습만큼이나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행보다. 단숨에 단장 역할을 역임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가 맡은 팀이 T1이라는 점이 더 놀라웠다. 세계적인 명문 게임단이 된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 단장이 스타크래프트2의 선수였던 '폴트'라니 말이다.

'폴트' 최성훈이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T1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단장직을 맡았는지 궁금했다. 자신이 단장직을 잘할 수 있는 지 수없이 고민하고 결정했다는 그는 지금 T1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T1을 위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글로벌 e스포츠 게임단을 목표로 하고 있는 T1에서 그의 역할과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Q. 먼저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프로게임단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제너럴 매니저 ‘폴트’ 최성훈이다. 팀에서 선수 영입과 육성,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이나 경력 향상을 위한 환경 조성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Q. T1에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취임 이전과 지금 업무를 보면서 느낀 점을 비교하면, 외부에서 본 T1과 내부에서 본 T1의 차이점이 있을까?

비슷하게 느낀 부분은, 외부에서 봤을 때도 최고의 게임단인 만큼 기대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와보니 기대했던 부분이 보여서 역시 명문 게임단이라고 생각했다.

기대했던 것과 다른 점은, 명문 게임단이기에 팀에 녹아들기에 어려운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수들을 포함해서 모든 분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


Q. 선수 영입, 육성 및 관리를 맡고 있다고 했다. T1 게임단의 현재 전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선수단의 기량이나 앞으로의 육성 기대치, 현재 전력 등에 대해 묻고 싶다.

T1이 최고의 게임단인 만큼, 최고의 선수들과 코치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의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다. 현재 LCK 스프링에서 T1의 순위가 1등은 아니지만, 스프링 시즌은 물론이고 나아가 서머 시즌과 롤드컵에서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어떤 게임단에서는 감독이 대, 내외 커뮤니케이션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T1은 감독과 제너럴 매니저를 분리하고 있다. 정확하게 어떻게 역할이 분리되어 있는가?

작년 T1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원인 분석과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해보니 선수, 감독, 코치진 모두가 자신들이 해야 하는 부분에 100% 집중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감독이 선수 관리도 하고, 전략도 짜고, 대내외 커뮤니케이션도 맡아 하게 되는 업무가 많아지더라.

그래서 감독, 코치진은 선수 케어와 전략 수립에, 선수들은 오로지 게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개편했다. 그리고 내가 대외 커뮤니케이션 등과 같은 외부 업무와 맡아서, 게임단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Q. 부임하고 실제 어떤 업무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챌린저스 팀 선수들 영입과 육성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아카데미 팀의 ‘셀라’ 홍승표 코치를 영입하고 함께 유망주를 선발하고 있다. 1군 선수와 관련해서는 스케줄 조율이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면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중이다.


Q. T1에만 1군과 2군, 아카데미까지 총 세 개의 팀이 운영되고 있다. 이 팀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선수들의 기량에 따라 1군과 2군 사이에 인원 변동이 생길 수도 있나?

1군 선수들의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고 이를 위해 뛰어가고 있다. 그리고 2군과 아카데미 선수들이 이를 바라보면서 같이 뛰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기량이 높아진 2군이나 아카데미 선수들이 1군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Q. 2군이나 아카데미 선수들 중 기량이 높아지면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가능하다.


Q. 선수들은 훈련도 있지만 외부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작년에는 선수들의 대외 스케줄과 관련해 다소 이슈가 있었다. 올해는 스케줄 관리 측면에서 어떤 계획과 대책을 세우고 있나?

작년에 이런저런 이슈로 팬들에게 많은 질책을 받았다. 논의를 통해 외부 활동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조율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우선 T1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팀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의 팀도 있다. 다른 종목의 팀들도 외부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첫 번째로 떠올랐다.

두 번째는 '디지털 휴먼'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KDA 걸그룹의 실사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사용하면 선수가 직접 촬영하는 곳에 가지 않아도 디지털 휴먼을 활용해서 콘텐츠 촬영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선수는 그 시간만큼 연습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도 가능할 것이다.

‘페이커’ 이상혁의 경우 SKT와 MS에서 설립한 스튜디오에서 작년 비시즌에 이미 촬영을 마쳤다. 조만간 디지털 ‘페이커’가 준비되면, 선수의 스케줄 관리가 보다 자유로워질 것으로 본다.

▲ '디지털 휴먼' 페이커가 조만간 광고를 대신할 수도 있다.

Q. 선수가 직접 오기를 바라는 곳도 있을 텐데, 광고주들이 괜찮다고 할까?

우리도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페이커’ 선수가 직접 촬영장에 오기를 희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스폰서로 후원해주는 선수의 경기력이 높기를 원하기도 한다. 그래서 두 가지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좋은 방법일 것 같다.


Q. 선수가 은퇴를 하는 경우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선수가 은퇴를 결정할 때는 각자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그만하고 싶을 수도 있고, 군입대를 해야 하거나 기량이 떨어져서 일수도 있다.

우선 T1은 선수의 은퇴 시기를 늦춰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선수의 정신적 및 신체적 부분에 대한 케어를 하고, 세계적인 코치진을 영입해서 선수를 돕고 있다.

은퇴 후에 선수들은 스트리머나 지도자, e스포츠 강사 등 여러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있다. 가령 스트리머로 생각하자면, 임요환 선수나 ‘울프’ 이재완 선수가 스트리머로 활동하고 있다. 지도자를 보면, ‘벵기’ 배성웅 선수가 현재 2군 감독으로 활동는 중이다. T1은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T1에서 은퇴한 선수들이 많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함께 할 계획이다.


Q. 롤드컵 우승이 목표라고 했다. 현재까지 LCK을 보면, DWG KIA나 젠지 e스포츠에 비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더 발전하기 위해 T1이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치른 네 경기 중에 세 팀은 LCK에서 가장 강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팽팽한 싸움이었고, 마무리 과정에서 몇 가지 실수가 나오면서 경기에서 패배했다.

몇 가지만 보완하면 충분히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 코치진이 잘 이끌어주고 있는 만큼 선수들이 잘 따라와 주면 크게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Q.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T1의 입지를 키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업무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을까?

T1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입지를 가지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 임요환부터 현재 최고의 e스포츠 스타인 ‘페이커’까지,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면서 e스포츠 명가라는 전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선수뿐만이 아니라 많은 유망주들도 T1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내가 선수 생활을 했던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T1만의 브랜드 파워는 있다고 본다.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세계적인 큰 팬덤을 더 보완하고 발전시키면 글로벌 No.1 게임단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 스타크래프트2 선수 시절 '폴트' 최성훈(출처: CSA)

Q. 선수 영입 관련해서, 국내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는 사례는 많지만 해외 선수들이 LCK로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어 장벽이라는 문제 때문일 듯한데,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라도 해외 선수 영입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리그 오브 레전드는 5명이 같이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실시간으로 빠르게 이루어지다 보니 가끔 한국 선수들끼리 콜이 어긋나기도 한다. 외국 선수가 들어오면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한국 선수가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를 보면 그 나라의 언어를 익히는데, LCK에 오기를 희망하는 외국인 선수가 한국어를 익히면서 들어온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Q. T1이 계획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은 무엇이 있을까?

T1뿐만 아니라 전 세계 e스포츠 구단들이 스트리밍 방송이나 스폰서십, 굿즈 판매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T1 역시 이러한 부분에서 수익을 확대해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는 중이다.


Q. 마케팅을 어느 국가에 포커싱을 하느냐도 중요하고 이에 따른 전략도 달라질 것 같은데, 주요 국가로 두고 있는 곳이 있나?

T1이 한국에 위치한 한국 구단이니 한국 팬들에게 가장 집중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세계적으로 여러 국가로 확대해 가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Q. 프로선수들이 행정 직책을 맡게 되었을 때는 코치부터 시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제너럴 매니저라는 높은 직책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많은 준비나 공부가 필요했을 듯한데?

먼저, 맡은 역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게 필요했다. 기존에 알던 관계자나 스타 선수 출신 중에 리그 오브 레전드 관련 일을 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T1이 세계적인 명문 게임단이었기에 부담이 컸다.

그래서 합류하기 전에 나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내가 잘할 수 있을지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합류를 결정하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스타크래프트2 프로 선수로 활동했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봤기에 선수들을 보면서 공감한 부분과 느낀 점이 있다면?

‘잘 나가는 e스포츠 스타’라고 하면 화려해 보이고 좋아보기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연습 과정에서는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매일 연습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팀에서 선수를 위해 노력하고, 선수들은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코치진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도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많이 힘들어하는 선수들도 있다. 옆에서 최대한 많은 격려를 해주고 있다. 나 역시 힘든 시절이 있었기에, 어떻게 하면 잘 이겨낼 수 있을지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Q. 스프링 시즌, 서머 시즌, 롤드컵 순으로 중요도가 점점 높아진다. 스프링 시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양대인 감독도 스프링 시즌을 맞춰가는 단계로 활용하겠다고 말한 인터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양대인 감독이 말한 건 스프링 시즌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롤드컵이 스프링이나 서머 시즌에 비해 더 중요한 건 사실이다. 물론 꾸준히 잘하면 가장 좋겠지만 정해진 1년의 시간 안에서 좀 더 높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맞추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러기에는 스프링 시즌이 가장 좋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을 것이다.


Q. 32. 지난 2020 케스파 컵에는 T1과 젠지 e스포츠가 유일하게 2군 팀을 출전시켰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어떤 선수가 나가도 상관이 없다고 설명을 들은 상태였다. 감독, 코치진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2군 팀을 내보내는 게 좋겠다고 결론이 지어져서 내보내게 되었다.


Q. 해외 게임단 중에는 글로벌적으로 팀 운영 및 마케팅을 잘한다고 생각한 게임단이 있을까?

T1이 국내에서는 손 꼽히는 1등 구단이라고 생각하고, 국내에는 T1만큼 잘 운영되는 구단을 찾기 어렵다고 본다. 해외에는 TSM이나 Cloud9 등의 게임단이 여러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는 것 같다.

북미 거대 팀들도 그들만의 특징과 강점이 있다. 각 팀 만의 브랜드 파워도 있고 말이다. 이러한 부분을 배워서 T1에서 보다 더 구단을 성장시키는 능력으로 벤치마킹할 수 있다고 본다.


Q. 최근 SK와이번스 야구단의 매각이 결정되면서 SKT가 e스포츠와 같은 새로운 스포츠에 집중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그런 계획이 있는 것인가?

기사로 봤을 뿐, 따로 들은 바는 없다. AR이나 VR, 미래형 스포츠가 거론된 것으로 봐서 e스포츠와도 연결점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T1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한마디 해줄 수 있을까?

T1의 올해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다. 선수, 감독, 코치, 모든 사람들이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좀 더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사진 제공 - 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