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2라운드에서 젠지를 만난 T1은 올해 처음으로 '칸커페테케' 조합을 기용했다. 젠지는 바로 전 경기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가뿐히 완파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상황. 이에 T1의 고전이 예측됐지만, 오랜 침묵을 깨고 실전에 나선 베테랑들은 젠지를 가뿐히 쓰러뜨리며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다.

젠지전을 시작으로 '칸커페테케' 조합은 4연승을 몰아쳤다. 플레이오프 경쟁 상대인 DRX와 한화생명e스포츠까지 모조리 꺾은 것은 더없이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T1은 이어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도 DRX에게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두며 결국 젠지와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이게 됐다.

지난 2라운드 대결에서 T1이 승리한 이유는 간단했다. 초반부터 경기를 터뜨린 후 더없이 빠른 스노우볼로 상대를 제압해온 젠지를 상대로 라인전에서 전혀 밀리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어떠한 판단에 한 치 망설임 없는 베테랑들의 노련한 운영이 두 번째였다. 이번 시즌 젠지는 초반 우위를 점하지 못했을 때 끝내 무너지는 모습을 종종 보였는데, 더없이 단단한 T1의 조합은 이 약점을 정확히 후벼팠다.

두 세트 연속으로 세라핀을 기용한 '페이커' 이상혁은 '비디디' 곽보성 아지르의 발을 완전히 묶고 한타마다 훨씬 큰 존재감을 발휘했다. 영리한 동선을 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커즈' 문우찬은 경기 내내 불필요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칸나' 김창동은 1세트, '테디-케리아' 봇 듀오는 2세트를 캐리하며 더없이 높은 고점을 선보였다. T1의 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는 세트스코어 2:0 승리였다.

이에 T1이 해야 할 건 2라운드 경기 양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거다. 굳이 급하게 먼저 달릴 필요 없이 초반에 뚫리지 않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젠지 역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각종 변수를 준비했을 테지만,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지금까지의 결대로 침착하게 대처한다면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겠다.

한편, 이번 대결의 한 가지 재밌는 점은 2020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많은 관심이 모였던 결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T1의 세트스코어 3:0 완승으로 끝났었다. 당시 로스터에서 바뀐 선수는 '케리아' 류민석이 유일한 상황, 과연 T1은 젠지에게 또다시 악몽을 선사할 수 있을까.


■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PO 2라운드 2경기 일정

2경기 젠지 e스포츠 VS T1 - 4일 오후 5시 (5판 3선)

사진 출처 : T1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