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승제의 다전제 경기에서 한 선수가 3연속으로 POG에 선정되는 일이 일어났다. 픽밴이나 팀플레이 면에서 한 명에게 모든 걸 투자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해당 경기에서 젠지 e스포츠의 모든 팀원이 고른 활약을 펼쳤음에도 조명은 미드 라이너 '비디디' 곽보성을 집중적으로 비췄다. PO T1 전은 '비디디'에겐 특별한 날이었다.

예전에도 '비디디'는 POG를 휩쓴 경험이 있다. 하지만 PO라는 중요 무대에서 이를 해냈다는 건 의미가 또 달랐다. 한동안 '비디디'는 큰 무대에 서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평상시에 슬럼프 없이 잘해온 선수로 꾸준히 POG 포인트를 쌓아왔지만, 중요한 순간에 평범한 미드 라이너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비디디'는 롱주 게이밍(킹존 드래곤X) 시절 경험한 LCK 2017 섬머-2018 스프링 우승 외에 중요 무대에서 높게 올라서지 못했다. 2017 롤드컵에서 '비디디'는 삼성 갤럭시 '크라운' 이민호의 말자하-리산드라에 발이 묶이면서 시작했다. 작년에는 '비디디'가 LCK 스프링 정규 스플릿 MVP에 선정됐음에도 결승전에서 T1 '페이커' 이상혁에게 영예를 넘겨줘야 했다. 그 밖에도 '쵸비-캡스' 등 미드 라이너가 선보이는 슈퍼플레이의 상대 역으로 남으면서 아쉬운 순간이 쌓여만 갔다.

평범한 프로게이머라면, 좌절할 법했다. 기대가 컸던 높은 무대에서 미끄러진 경험은 더 쓰라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비디디'는 이전 아픔을 털고 일어섰다. LCK 결승으로 향하는 중요 무대에서 해냈다. 자신의 손으로 3연속 POG를 빚어냈기에 더 완벽한 극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 한 때 제드-갈리오-탈리야 장인 '비디디', 2021 AP 외길(출처 : gol.gg)

'비디디'의 대단함은 이번 시즌 그가 걸어온 길에서도 느낄 수 있다. 2021 LCK에서 '비디디'는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AP 메이지를 선택했다. 보통 AP 메이지라고 하면, 변수 없이 무난한 후반 힘 싸움 양상이 떠오른다. 그렇기에 미드 POG는 AD 챔피언을 잘 다루는 선수들에게 돌아가곤 했다. '쵸비' 정지훈을 비롯해 여러 미드 라이너가 루시안-요네와 같은 챔피언으로 변수를 만들어 POG를 가져갔으니까. 그렇지만 '비디디'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PO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내공이 고스란히 슈퍼플레이로 드러났다.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비디디'는 스스로 판을 만들 줄 알았다. 점멸만 빠져도 다음 한타가 걱정되는 메이지임에도 '비디디'는 망설임이 없었다. 자신이 다져온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기에 나올 수 있는 플레이였다. 이는 경기 흐름이 T1 쪽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마다 나왔다. '비디디'의 신드라가 T1의 챔피언을 끊으면서 분위기를 바꿔놓는 장면이 경기에 큰 영향을 줬다.

한타 때는 적극적으로 상대의 뒤를 잡는 오더를 내리는 모습이었다. 순간이동을 활용해 후방에서 나타나는 브루저와 같은 플레이를 선보인다. 평범한 메이지에겐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함이었다.

'비디디'가 판 메이지라는 한 우물은 깊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으로 팀과 자신 모두 빛날 수 있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다. 라인전부터 강하게 펼치며 경기를 풀어가는 젠지의 색깔에 자신을 맞췄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활약을 더 했다.

그동안 '비디디'에게 PO 승리와 POG는 다른 길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T1전 승리로 두 길의 간격은 좁혀졌다. 결승을 앞둔 시점, '비디디'는 큰 무대가 어울리는 주인공이 될 만한 선수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