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격투게임이 돌아왔다. 격투 게이머들은 아마 "반갑다"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대체 왜?"라는 생각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시리즈의 신작이라면 모두가 쌍수를 들고 환영했겠지만, '리마스터'였으니까. 그래픽도 좋아지고 몇 가지 변경점이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신작에 대한 기대가 더 컸을테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대신 15년만에 돌아온 '버추어파이터'는 격투 게이머들이 환호할 수 있는 또 다른 희망, 'e스포츠'를 보고 있었다.

게임의 시스템의 큰 변화는 없었다. '버추어파이터5: 파이널쇼다운'으로 갈아엎은 3지 선다의 잡기-풀기, 콤보 입력의 간소화 등 쉬워진 부분과 가드 버튼을 통한 기본 공방과 콤보의 간소화는 그대로다. 대신 UI의 변화와 그래픽의 일신은 플레이어들이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훌륭해졌다. 메인 화면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경기가 중계되는 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트레이닝 모드도 격투 게이머들이 원하는 연습 정도는 어찌저찌 가능한 사양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e스포츠다. 세가는 지난해 TGS에서 버추어파이터 e스포츠화를 발표했다. "오래된 게임으로 대체 무슨 e스포츠인가?"하는 질문을 하게 했지만, 시리즈의 재개는 반가웠다. 격투게임은 언제나, 신작에 목마른 장르니까.

대대적으로 e스포츠를 천명한 만큼, e스포츠를 지향하는 모드와 정책은 역대 격투 게임들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격투게임 대회는, 초보와 고수 모두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축제'다. 선수 모집이나 홍보, 해설진 섭외 등 게임 외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더라도, 게임 내적으로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매우 진행이 더디고 답답해진다. 버추어파이터5는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이를 지원하는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어둔 점이 눈에 띈다.

기본 토너먼트 룰 외에도 더블 엘리미네이션의 룰을 지원하고, 리그전과 관전 기능, 경기 시간 및 승리 라운드와 스코어 기록과 응원 등등 '대회'에서 주로 사용하는 룰과 관전 시스템 자체를 자체적으로 지원한다. 즉, 주최 측의 부담이 매우 크게 줄어들었으며 관전자들과 중계도 한결 수월해진다. 직접 '버추어 커뮤니티'를 열고 게이머들끼리 소통의 장을 마련해둔 점과 대회 개최까지 결정한 점은 놀랍고 신속한 행보다.

대전 격투게임은 오락실이라는, 작은 모임에서 소규모 대회가 발생하면서 점차 활성화를 띄었다. 이러한 소규모 대회는 개인이 주최하기에는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이를 크게 지원한 셈이다. 아케이드용 게임 역시 점포 내 대전과 타 점포 간 대전, 패스워드 대전 등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고 USB를 통한 개인 컨트롤러도 지참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비록 COVID-19 이슈가 있어서 한정적이겠지만, 이러한 팬데믹이 끝났을 때 '본격적인 전개'를 할 수 있도록 준비가 완료된 셈이다.

온라인 환경의 개선과 여러 가지 룰 및 게임 모드의 정비 등 필요한 부분은 많겠지만 이런 행보는 일단은 반갑다. 격투 게임은 신작에 의해 새로운 생태계가 구축되고 돌아가며 유저들이 순환한다. e스포츠의 새로운 꿈을 갖고 돌아온 '버추어파이터5'는 또 다른 활력소를 만들어 주길 바라고, 다음 시리즈까지 전개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