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많은 이들이 고대하던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이 막을 열었고, 우승과 월드 챔피언십 진출을 꿈꾸는 LCK 10개 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1주 차가 마무리됐다. 1주 차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완벽한 팀은 없었다. 2전 전승을 거둔 팀조차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 팀도, 기대보다 좋은 경기력이었으나 아직 부족한 팀도 존재했다.


■ 아프리카 프릭스, 젠지 e스포츠, 농심 레드포스 - 2승 0패

지난 스프링서 9위에 머물며 최악의 스플릿을 보냈던 아프리카 프릭스는 2전 전승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스프링 때는 단 5승밖에 하지 못했는데, 벌써 2승을 누적했다. 가장 고무적인 점은 마의 25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극악이었던 운영 능력이 꽤 보완됐다는 것이다. 또한, 새롭게 합류한 '레오' 한겨레도 팀과 잘 어우러진 모습이었고, 선수 개개인의 폼도 준수했다.


특히, 탑의 캐리력이 올라간 현 메타에서 '기인' 김기인의 기량이 꽤 잘 나오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팀에 매우 도움이 될 요소다. 변수라면 프레딧 브리온과의 첫 경기 첫 세트 패배나 DRX전에서 보인 약간은 흔들리는 운영, 그리고 아직 강팀을 상대해보지 않았다는 거다. 2주 차에 만날 담원 기아전과 담원 기아를 꺾은 kt 롤스터전이 진정한 평가의 장이 될 것이다.

젠지 e스포츠는 2승 0패 득실차 +3점으로 아프리카 프릭스와 함께 공동 1위에 안착했다. 이번 주의 주인공은 단연 '클리드' 김태민이었다. 갱킹형 정글에 특화된 '클리드'답게 뛰어난 라인 개입 능력을 보여주었는데, 한화생명e스포츠전 2세트서 보여준 '갱갱갱' 볼리베어는 그의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했다. 다만, 라인전 체급이 전보다는 약간 떨어진 느낌이 있고, 밴픽이나 플레이스타일도 라인전보다 잦은 교전을 지향하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향후 경기를 더 지켜봐야 하겠다.

마지막 2승 팀은 농심 레드포스다. 득실에서 앞선 두 팀보다 한 점 밀려 3위에 올랐다. 인상 깊은 선수는 아무래도 뉴 페이스 '고리' 김태우다. 농심 레드포스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베이' 박준병의 대체자로 합류한 '고리'는 승리한 4세트 동안 세 번의 POG를 꿰찰 정도로 준수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덕분에 '피넛' 한왕호의 선택지가 늘었고, 캐리하기 편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반대로 '리치' 이재원은 여전히 불안함을 안고 있다. 리브 샌드박스전 1세트서는 '서밋' 박우태의 카밀에 라인전 단계부터 크게 무너지며 게임이 돌이킬 수 없게 흘러가기도 했다. 체급 자체를 좀 더 키워야 하는 상황. 캐리의 한 축을 담당하던 '덕담' 서대길이 잔실수를 자주 보인다는 것도 어느 정도 보완해야 할 요소다.


■ kt 롤스터, 프레딧 브리온, T1, 담원 기아 - 1승 1패


kt 롤스터는 1주 차 대이변의 주인공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담원 기아를 무려 2:0으로 압살했다. 압살이라고 표현할 만큼 경기력도 매우 좋았다. 샌드다운 됐다 복귀한 '블랭크' 강선구가 폼을 되찾은 모습이었고, 콜업 듀오 '노아' 오현택-'하프' 이지융이 기대 이상으로 굉장한 경기력을 뽐내며 승리의 한 축을 담당했을 정도였다. 게다가 '하프'는 이날이 LCK 데뷔전이었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

그럼에도 첫 경기인 농심 레드포스전에서 패배한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전체적으로 실수가 잦았고, 이로 인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며 무기력하게 패했다. 이런 그림이 또 나오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나 실수가 나온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음 주 상대는 공동 1위 젠지 e스포츠와 아프리카 프릭스, 이를 테스트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프레딧 브리온이 개막전에서 리브 샌드박스를 제압하며 일찌감치 1승을 신고했다. 경기 내용 또한 굉장히 좋았다. 사령관 '엄티' 엄성현과 롤킹 '라바' 김태훈이 전천후로 활약했고, 스노우볼로 승기를 굳히는 탄탄한 운영을 선보였다. 아프리카 프릭스전에선 반대로 운영에서 밀리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는데, 분명한 것은 스프링보다 한층 성장했다는 것. 프레딧 브리온이 어디까지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스프링과 달리 서머에는 일찌감치 주전 로스터('칸나' 김창동-'커즈' 문우찬-'페이커' 이상혁-'케리아' 류민석)를 고정한 듯한 T1도 1승 1패로 kt 롤스터-프레딧 브리온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한화생명e스포츠를 2:0으로 완파하고, 담원 기아와는 접전 끝에 패했다. 문제는 이후 한화생명e스포츠가 전패를 기록했고, 담원 기아는 kt 롤스터에게 압도적인 패배를 당하며 T1의 위치가 조금 애매해졌다는 것.

그러나, 인게임에서 보여준 '커즈' 문우찬의 날카로운 움직임이나 '칸나' 김창동의 캐리력, '페이커' 이상혁의 넓은 챔피언 풀 등 긍정적으로 바라볼 요소가 많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담원 기아전에서 나온 쓰로잉이나 운영의 문제를 극복하고, 고정된 로스터로 꾸준히 합을 더 맞춰간다면 견고한 강팀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담원 기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풀세트 끝에 T1을 잡아내며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kt 롤스터전에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총체적 난국이었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압도적인 패배였다. MSI부터 불안한 모습을 연출하던 봇 듀오는 기량이 저점을 찍어버렸고, '캐니언' 김건부는 갱킹형 메타에 전혀 적응하지 못한 듯했다. '칸' 김동하와 '쇼메이커' 허수도 무력했다. 이전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선 큰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 DRX, 리브 샌드박스, 한화생명e스포츠 - 0승 2패

마지막으로 1주 차 만에 최약체로 분류되어 버린 세 팀, DRX-리브 샌드박스-한화생명e스포츠다. 0승 2패라는 성적을 떠나 경기력 자체가 너무 안 좋았다는 게 큰 문제다. 시작부터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이다. 두 경기를 치른 현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신인이 대다수인 로스터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뽐내며 스프링 5위를 기록한 DRX. 김대호 감독의 합류로 기대를 모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이번 서머는 시작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스프링 후반부터 흔들리던 경기력이 서머 초반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프릭스전에선 탑에 신인 '디스트로이' 윤정민을 기용하고, '킹겐' 황성훈을 미드로 돌리는 강수도 둬봤지만, 의미가 전혀 없었다.


첫 경기인 젠지 e스포츠를 상대로 1세트 승리를 가져왔다는 게 유일하게 긍정적인 요소일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룰루-신 짜오라는 새로운 조합을 꺼내 들어 가져온 승리였는데, 이마저도 이후 세트부터는 완벽하게 파훼당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밴픽 또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어 당장은 밴픽과 인게임적으로 팀의 방향성을 잡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리브 샌드박스는 서머 개막 전 꽤나 기대를 모았던 팀이다. 스프링 막바지에 보여준 경기력도 좋았고, 스크림 성적도 준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전하던 스프링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메타와 함께 날아오를 것 같았던 '서밋' 박우태는 잘리거나 무리하는 버릇을 여전히 고치지 못했고, '에포트'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크로코' 김동범은 스프링 때에 비해 칼날이 확실히 무뎌졌다.

게다가 1주 차에 상대했던 팀은 상위권 팀이 아닌 스프링 10위의 프레딧 브리온과 6위에 그쳤던 농심 레드포스다. 또한, 함께 플레이오프 막차 경쟁을 하던 팀은 다들 1승 이상을 챙기며 치고 올라가는 상황. 이대로라면 이번 스플릿에서도 플레이오프는커녕 최하위권을 피하기는 어렵다. 하루 빨리 스크림에서의 기억을 찾아야 할 것이다.


10위에 있어서는 안 될 팀이 1주 차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한화생명e스포츠다. '쵸비' 정지훈과 '데프트' 김혁규가 존재하는 팀이 10위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하지만, 탑-정글이 중요해진 이번 메타에서 상체의 부진은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너무도 뼈아팠다. 단 두 경기만에 '모건' 박기태와 '요한' 김요한은 LCK 최약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었다.

물론, T1과 젠지 e스포츠를 상대해야 했기에 대진이 쉽지 않기도 했다. 그럼에도 4개의 세트를 치르면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요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모건'과 '요한'은 스프링을 치르고 비시즌을 보내는 동안 성장하지 않았고, '모건'은 오히려 너무 명백한 약점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다른 라인의 캐리력이 더 올라간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