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이변으로 가득한 LCK, 이번 서머 스플릿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한 성벽 같았던 담원 기아는 정규 시즌 초반부터 2패를 당하며 중위권에 놓였고,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이 느껴졌던 한화생명e스포츠는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담원 기아는 잇따른 봇 라인의 부진으로 kt 롤스터전 패배 후 '고스트' 장용준을 벤치로 내리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 '말랑' 김근성의 출전과 함께, '캐니언' 김건부를 미드로, '쇼메이커' 허수를 봇으로 보낸 담원 기아의 강수는 두 경기 동안 재미를 톡톡히 봤다. 기세가 좋던 아프리카 프릭스를 2:0으로 꺾었고, DRX까지 가뿐히 완파했다.

그러나 아무리 '롤잘알' 선수들이라도 다른 포지션에 100% 적응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시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아주 작은 디테일의 차이는 확실히 존재했다. 담원 기아는 결코 패배할 것 같지 않았던 프레딧 브리온과의 승부에서 끝내 무너졌다. 물론 인베이드 단계에서의 사고나 바론 스틸 등의 큰 변수가 있긴 했지만, 경기 내내 담원 기아로부터 지난 시절의 포스를 느낄 수 없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막다른 골목에 진입했다가 길을 잃었다. 지난 스프링 스플릿에서 '모건-두두', '아서-요한'을 교체 출전시키며 많은 실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확답을 내리지 못한 모양새다. 각 선수의 개인 기량과 팀 호흡이 올라오지 않고 어느 수준에서 멈춰버린 느낌이며, 이에 상향 평준화된 서머 스플릿에서 줄곧 헤매고 있다.

설상가상인 건 '쵸비' 정지훈조차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분당 CS 수급은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캐리력이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아프리카 프릭스전에서는 후반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도 했다. 어느 팀을 가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따 놓은 당상처럼 느껴졌던 '쵸비'였지만, 지금의 분위기와 상태로는 하위권 탈출조차 어려워 보인다.

영 좋지 않은 상황에 만난 두 팀 중 누군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물론 더 급한 쪽은 한화생명e스포츠겠다.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서 3위를 기록하고도 네 장이나 주어진 롤드컵행 티켓과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한화생명e스포츠는 담원 기아를 상대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까.


■ 2021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13일 차 일정

1경기 kt 롤스터 VS DRX- 25일 오후 5시
2경기 담원 기아 VS 한화생명e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