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력이 이 지경이 될 줄 몰랐으니까! (출처 : 영화 암살)

나는 요즘 흔히 말하는 즐겜러에 속한다. 게임 시작 전 나만의 목표를 몇 가지 설정해두고, 그것을 달성하면 굳이 이기지 않아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는 편이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예로 들자면 '이번 판은 5번 미만으로 죽기'라든지 혹은 '시작부터 혓바닥이 긴 상대방 탑 라이너 말려 죽이기'와 같이 팀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소소한 미션을 나한테 몇 가지 부여한다. 못 이겨도 미션만 달성한다면 충분히 즐겁다.

라고 시작부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한번 늘어놔 봤다. 내가 적은 글이지만 다시 보니 자괴감이 밀려온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원래 승패에 목숨 거는 하드코어 게이머였지만 현재 진행형인 노후화로 인해 최근 즐겜러 대열에 합류했다. 플레 미만 유저랑은 겸상도 안 하겠다는 뒤틀린 사상을 가지고 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피지컬과 뇌지컬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니 나이 먹으면 게임 못한다는 형들의 말이 이제서야 납득이 되더라.

상대방이 AI건 플레이어건 간에 게임은 이겨야 재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기지 않아도 재밌게 플레이하는 방법은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맨날 지면서 즐겜하고 싶냐, 아니면 맨날 이기고 싶냐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대다수는 후자 쪽을 선택할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 이제 답은 장비빨 뿐이야...

이미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피지컬은 도저히 끌어올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만한 시간을 투자할 여유도 체력도 없다. 피지컬의 정점에 오른 10~20대 게이머들과 비교했을 때 더 나은 점이라면 지갑 사정이 비교적 여유롭다는 정도? 신용카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프로 게이머들이 쓴다는 게이밍 기어를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한다. 이런 거라도 써야 사람 구실은 할 수 있을 테니까.

가격 비교 사이트를 뒤적거리던 중 생소한 제품들을 몇 개 발견했다. 바로 덴마크의 게이밍 기어 제조사인 '스틸시리즈(Steelseries)'의 게이밍 기어 제품군이다. 마우스는 라이벌(Rival), 헤드셋은 아크티스(Arctis)라는 이름으로 꽤나 잘 알려진 편. 스틸시리즈의 제품들은 이름 뒤에 숫자나 Pro라는 문구를 보고 제품 등급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최근 프라임(Prime)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은 제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보급형 제품군에 '프라임'이라는 멋들어진 수식어를 붙이진 않을 것이다. 제품 상세 정보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예상대로, 프로들을 위한 타협 없는 최고 성능의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거기에 해외 프로게이머들의 이름들이 가득한데 대부분이 카운터 스트라이크 GO 프로게이머다. 탈인간급 피지컬을 자랑하는 글옵 프로들이 사용하는 장비라면 나 같은 소스 세대 게이머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 글옵 유저라면 알만한 이름들




■ 스틸시리즈 아크티스 프라임 (Steelseries Arctis Prime)


  • 제품 제원
  • 제품명 : 스틸시리즈 아크티스 프라임
  • 유닛 크기: 40mm
  • 헤드셋 최저 주파수 응답 및 최대 주파수 응답 : 10 - 40,000Hz
  • 감도 : 92 dB SPL
  • 저항 : 32Ω
  • 마이크 : 플렉시블/양방향 노이즈캔슬링
  • 연결 형태 : 3.5mm 유선 (케이블 탈부착 가능)
  • 가격 : 149,000원(작성일 기준)


  • ▲ 베스트 게이밍 헤드셋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박스

    ▲ 후면에는 제품의 주요 특징들이 간단하게 적혀있다

    ▲ 박스를 개봉하면 바로 보이는 헤드셋

    ▲ 구성품 먼저 봐볼까나

    ▲ 커엽..

    ▲ 매뉴얼 아래쪽에 각종 케이블들이 숨어있다

    ▲ 3.5mm 이어폰/마이크 통합 케이블과

    ▲ 3.5mm 이어폰/마이크 분배 케이블

    ▲ 그리고 마이크 파열음을 억제해주는 윈드실드까지 동봉돼있다

    ▲ 오늘의 주인공인 아크티스 프라임 헤드셋까지





    ■ 제품 외관 및 디테일

    ▲ 기존 아크티스 시리즈와 동일한 디자인이지만

    ▲ 아크티스 프라임은 인조가죽 소재의 이어패드를 채택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 인조가죽 소재 치고는 아주 푹신한 편이다

    ▲ 헤어밴드에 가죽 로고를 덧대어 포인트를 줬다

    ▲ 신축성이 좋은 헤어밴드

    ▲ 벨크로를 이용해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

    ▲ 경량 알루미늄 소재의 프레임을 채택해 견고하면서도 가볍다

    ▲ 볼 때마다 귀여운 아크티스 시리즈의 마이크

    ▲ 양방향 노이즈캔슬링 마이크가 탑재됐다

    ▲ 좌측 하단엔 케이블 연결 단자가 위치해있다. 3.5mm 규격과 아크티스 독자 규격 순

    ▲ 그리고 그 옆에 자리잡은 볼륨 조절 휠과 마이크 ON/OFF스위치

    ▲ 이어패드를 제거하면 40mm의 대형 드라이버 유닛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 외관은 기존 아크티스 시리즈와 거의 동일한 모습이다. 다만 이어패드가 에어위브(AirWeave) 소재에서 인조가죽 소재로 변경됐는데 이 부분은 꽤 호불호가 갈릴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에어위브 소재 이어패드의 통기성, 촉감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조가죽 소재 채택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에어위브 이어패드만 별도로 구매가 가능하다)

    다만 보급형 헤드셋의 인조가죽 이어패드와는 사뭇 다른 착용감을 제공했다. 뻑뻑하고 찐득찐득한 느낌이 강한 여타 가죽 이어패드에 비해 굉장히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패브릭 소재 이어패드에 버금가는 푹신한 쿠션감 덕분에 압박감이 거의 없었다. 쿠션감 하나만 놓고 보자면 에어위브 소재보다 한수 위라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 그리고 이어패드 내부 공간이 넓은것도 착용감에 한 몫 했다.

    다만 두상이 크거나 옆짱구인 사람들은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아크티스 헤드셋 특성상 프레임 크기 조절이 불가하기 때문에 늘리면 늘릴수록 압박감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전투모 56호를 썼던 기자는 불편함 없이 사용했으니 참고하자.




    ■ 공간감 최고! 음감용으로도 충분하다!


    ▲ 헤드셋 테스트에는 배그만한게 없지


    스틸시리즈 아크티스 프라임 헤드셋을 약 5시간 정도 사용해봤다. 일단 게이밍 성능은 합격이다. 프로를 위한 게이밍기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성능. 배틀그라운드를 약 2시간 정도 즐겨 봤는데 미세한 발소리까지 전부 표현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게이머가 소리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파밍 도중 발소리가 크게 들려 숨을 죽이고 창문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한참 멀리 떨어진 건물에서 뛰어다니는 소리여서 시간 낭비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다. 내가 쓰고 있던 헤드셋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소리에 적응하는데 애 좀 먹었다. 이 정도 소리면 분명히 10~20m 안쪽에서 나는 소린데 확인해보니 두 배는 멀리 있더라.

    음질 역시 상당히 좋아졌다. 기존 아크티스 시리즈의 역시 게이밍은 물론 음악 감상에도 손색이 없는 음질을 보여줬으나 아크티스 프라임은 그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베이스가 살짝 아쉬운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전체적으로 플랫한 소리를 들려주며 고음 부분이 깔끔하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크티스 프라임 헤드셋은 3.5mm 잭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PC는 물론이고 각종 콘솔 기기들에서도 유틸리티 설치 없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별도 소프트웨어의 도움 없이도 뛰어난 공간감과 음질을 만끽할 수 있는 제품이니 고성능 게이밍 헤드셋을 찾고있는 유저라면 스틸시리즈 아크티스 프라임 헤드셋을 고려해보자. 무선은 언제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