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리치'는 LCK 최상위권 탑 라이너라고 보긴 어렵다. 라인전 단계에서 기복이 너무 심한 탓이다. 압도적으로 상대를 찍어 누를 때도 있지만, 그보다 솔로 킬을 내주고 CS 열위를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치'는 결코 팀원들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대규모 교전에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발군의 센스가 있기 때문이다.

'리치'가 한타를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고 당연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오스) e스포츠에서 전무후무한 커리어를 달성하는 동안 수천 번의 치열한 교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LoL이 라인전 20분, 한타 20분이라면 히오스는 한타만 30분을 한다"고 이야기한 '리치'는 "아직 라인전보다 대규모 교전이 훨씬 익숙하다. 교전 상황에서 내가 누구를 전담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팀원들이 편하게 딜을 할 수 있는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며 한타력의 비결을 전했다.

농심 레드포스는 서머 스플릿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리치'는 경기력 향상의 첫 번째 이유로 임혜성 코치와 '고리' 김태우의 합류를 꼽았다. 덕분에 라인전을 비롯한 전반적인 운영 능력이 보다 향상됐고, 이에 '피넛' 한왕호의 발이 풀린 것이 주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임혜성 코치는 인게임 지도 외에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한다고 덧붙였다.

'리치'가 전한 경기력의 두 번째 핵심은 '피넛'의 역할이었다. "'피넛'을 제외한 선수들은 사실상 신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에 연습이나 생활 등에서도 '피넛' 선수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편이다"라고 밝힌 '리치'는 "'피넛'은 선수들을 한 몸으로 만드는 연결점이며 덕분에 다섯 명의 시너지가 발휘된다. '피넛'만 빠져도 우린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며 팀의 중심을 잡는 베테랑 정글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히오스 e스포츠 폐지 후 LoL e스포츠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리치'가 노린 건 처음부터 양대 게임에서의 정상 등극이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목표는 단연 롤드컵 진출이지만, 그는 "아직까지 불안함이 크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챔피언십 포인트로는 롤드컵 직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선발전에서도 모두 승리할 거라는 확신이 없다"라고 밝힌 '리치'는 "그냥 속 시원하게 서머 스플릿에서 우승하고 롤드컵에 직행하고 싶다"라는 솔직한 야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