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탑 라인에 가장 많이 등장한 두 챔피언은 오른과 레넥톤이었고, 카밀과 볼리베어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21 롤드컵의 1티어 탑 챔피언은 그레이브즈-제이스-케넨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타 변화는 젠지에게 상당히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젠지의 탑 라인을 지키는 '라스칼' 김광희는 작년 두 시즌의 LCK와 미드 시즌 컵, 롤드컵 경기를 치르며 철벽이라는 별명이 얻었다. 어떤 수를 써도 결코 뚫리지 않는 방패였던 '라스칼'은 그 방패로 직접 상대를 타격하기도 했다. 작년 한 해를 통틀어 '라스칼'의 오른 성적은 29전 20승 9패였고, 레넥톤 성적은 17전 13승 4패였다. 이외 세트-카밀-볼리베어로도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올해 탑 라인 메타 변화에 따라 '라스칼'은 점차 힘을 잃었다. 다른 탑 라이너들에 비해 유독 좁은 챔피언 폭이 문제였다. 오른은 설자리를 완전히 잃었고 레넥톤 역시 연이은 너프로 경쟁력이 줄어들었다. 반대로 '라스칼'이 기존에 선호하지 않았던 나르-제이스가 주류 픽으로 자리 잡았으며, 새롭게 떠오른 그웬도 그의 손에는 맞지 않은 듯했다.

이번 롤드컵에선 거의 모든 탑 라이너가 그레이브즈-제이스-케넨으로 한타에서 대포 역할을 수행 중이다. 그러나 '라스칼'은 제이스를 사용하지 않으며 다른 두 챔피언의 숙련도는 다른 탑 라이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레넥톤은 확실히 성능이 떨어지며 오른은 꺼낼 수조차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스칼'의 선택은 더 단단한 철벽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조금은 허술하더라도 상대를 위협할 대포가 되는 것일까.

한편 젠지에겐 '버돌' 노태윤이라는 대안이 있으나 앞으로 남은 롤드컵 무대에선 기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 폭이 '라스칼'과 달라 밴픽에서의 강점은 챙길 수 있지만, 경험 부족과 긴장이 '버돌'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스테이지 경기서 '아러'의 피오라에게 된통 혼나 패배의 단초가 된 적이 있기에 젠지 입장에선 사용하기 까다로운 식스맨 카드가 되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C9의 탑 라이너 '퍼지'가 무력이 엄청난 선수는 아니라는 거다. 지난 여름부터 급격히 기량이 상승해 2021 LCS 서머 스플릿 퍼스트 탑 라이너로 선정되긴 했지만, 아직 세계 정상급 탑 라이너라고 보긴 어렵다. '라스칼'이 노련미를 통해 탑 라인 양상을 무난하게 풀어간다면 젠지의 승산은 꽤 높을 것이다.


■ 2021 롤드컵 녹아웃 스테이지 8강 4경기

젠지 e스포츠 VS C9 - 25일 오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