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은 상체 게임이다.' LoL 유저라면 이 말에 반박할 사람은 거의 없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게임 템포가 빨라진 것도 한 몫 했다. 원딜은 보통 극후반 캐리를 담당하는데, 이제는 그전에 게임이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최근 3년 간 롤드컵에서 우승한 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저 문장에 더욱 힘이 실린다. 2020 롤드컵을 우승한 담원 기아는 상체 3인방이 말 그대로 괴물이었고, 2019 챔피언 FPX는 팀워크가 압도적이긴 했으나 그 중심에는 '도인비' 김태상이 있었다. '더샤이' 강승록과 '루키' 송의진이 속해 있던 2018년의 IG는 두말 할 것 없다.

자연스럽게 원딜의 입지는 줄어들었고, 캐리력보다는 팀적으로 도움이 되는 유형의 챔피언이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라인전이 매우 강해 서포터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챔피언이나, 아예 스킬 구성이 상체를 지원 사격 할 수 있는 챔피언, 비원딜 챔피언 등이다.

어제(30일) 진행된 4강 1경기, 담원 기아와 T1의 대결에서는 대놓고 진과 직스가 전승을 기록하며 핵심 챔피언으로 떠올랐다. 상체가 강력한 담원 기아와 T1이기에 활약이 더 도드라진 것도 있다. 그런데, 바로 오늘 펼쳐질 4강 두 번째 매치에 나서는 두 팀, 젠지 e스포츠와 EDG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일단 상체, 특히 탑은 안정감이 없다. '라스칼' 김광희는 꽤 오래 부침을 겪고 있고, '플랑드레'는 롤드컵 내내 무의미한 데스를 상당히 많이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글 역시 기복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젠지 e스포츠에게는 든든한 '비디디' 곽보성이 있는데, EDG의 믿을맨이었던 '스카웃'은 8강에서 약간 주춤하는 모양새였다.


반대로 '룰러' 박재혁과 '바이퍼' 박도현은 완벽한 '캐리형 원딜'이다. '룰러'는 향로 메타 당시 팀에 소환사의 컵을 안긴 장본인이고, 메타 픽도 아닌 칼리스타를 밴으로 견제 받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바이퍼'도 이 험난한 상체 메타 속에서 에이스급 활약으로 LPL 우승을 달성했다.

때문에 4강을 기점으로 1티어로 우뚝 올라선 진과 직스의 향방이 더욱 궁금해진다. 그동안은 미스 포츈과 루시안이 쌍벽을 이뤘는데, 이제는 진과 직스의 가치가 그보다 더 올라간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웃는 쪽은 아무래도 좀 더 유연한 챔피언 풀을 가지고 있는 '바이퍼'다. '바이퍼'는 실제로 LPL 서머에서 직스를 한 번 플레이하기도 했고, 이전에 블라디미르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다전제에서 인게임 만큼이나 치열하고 중요한 게 밴픽 싸움이다. 과연 뛰어난 캐리형 원딜 두 명이 맞붙게 된 바텀에서는 어떤 챔피언이 등장해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게 될까. 31일 오후 9시부터 시작하는 롤드컵 4강 2경기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 2021 롤드컵 녹아웃 스테이지 4강 2경기 일정

젠지 e스포츠 vs EDG - 31일 오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