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한 해 최고의 게임을 가리는 GOTY(Game of the Year) 선정으로 게임 업계가 술렁인다. 포문을 연 건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였다. 지난 19일, 18개 부문의 후보작을 공개하며, 유저 투표를 시작했다. 얼핏 인디와는 연이 없어 보이는 GOTY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드문 일이지만, GOTY에 선정되는 인디 게임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에는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언더테일'이 8표를 받았으며, 2019년에는 '디스코 엘리시움'이 15표로 5위에, 2020년에는 '하데스'가 45표로 2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올해도 메이저, 인디를 아우르며, 수많은 게임들의 각축장이 될 예정인 GOTY다.

인디 게임 라인업은 올해도 만만치 않다. 쿼터뷰 사이버펑크 슈터 '어센트'를 비롯해 매력적인 보스전을 선보인 '데스 도어', 독특한 내러티브를 보여준 '12분',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케나: 브릿지 오브 스피릿', 그리고 게이머들의 멘탈을 박살 내 버리기로 유명한 '다키스트 던전2'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자랑하는 인디 게임들이 대작 게임 못지 않은 재미로 올 한 해를 즐겁게 해줬다. 이제 그들과 겨룰 새로운 경쟁자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게임명: 더 라스트 스탠드: 애프터매스 (The Last Stand: Aftermath)
플랫폼: PC, PS4, PS5, XBOX ONE, XSX|S
출시일: 2021년 11월 16일
키워드: #좀비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한국어 미정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테마는 인디, 메이저를 떠나 어디에서나 먹히는 매력적인 소재다. 그렇다고 좀비 아포칼립스가 무조건 통하는 만병통치약이란 건 아니다. 매력적이란 건 그만큼 많은 좀비 아포칼립스 게임들이 있다는 의미이며, 장르적으로는 완성된 형태에 가깝기에 차별화를 주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게임사들이 좀비 아포칼립스를 테마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더 라스트 스탠드 시리즈의 최신작 '더 라스트 스탠드: 애프터매스' 역시 그러한 매력에 푹 빠진 게임이다.

좀비 아포칼립스라고 해도 게임마다 추구하는 방향성은 조금씩 다르다. 보통은 크게 두 가지로 동료를 모아서 좀비를 처치하는 그런 게임이거나 생존에 초점을 맞춘 게임으로 나뉘곤 한다. '더 라스트 스탠드: 애프터매스'는 이중 후자에 속한다. 플레이어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존자로 이제 생존자 캠프를 위해 게이트 너머, 좀비로 가득한 세상으로 여정을 떠나야 한다. 캠프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하는 한편, 자신의 목숨을 갉아먹는, 그리고 언젠가는 생존자 모두를 위협할 좀비 바이러스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목숨을 건 여정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건 좀비 바이러스다. 좀비 바이러스는 생존자의 목숨을 안에서부터 갉아먹지만, 변이 과정에서 강력한 힘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근력을 향상시켜 주기도 하는 만큼, 생존자는 좀비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통해 최대한 오랫동안 살아남으면서 15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금 발병한 좀비 바이러스의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

도중에 좀비에게 혹은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을 잃으면 다른 생존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대신한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계승되는 건 아니다. 전임자의 여정을 계승하기 위해선 전임자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의 여정(진행상황)과 보급품들을 인계받을 수 있다.

높은 완성도로 인해 그간 좋은 평가가 이어졌던 더 라스트 스탠드 시리즈다. 그러한 시리즈의 최신작 '더 라스트 스탠드: 애프터매스'가 오는 16일 정식 출시된다. 시리즈의 정수를 집대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좀비 아포칼립스 매니아라면, 그리고 더 라스트 스탠드 시리즈를 즐겨온 게이머라면 이 게임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게임명: 언패킹 (Unpacking)
플랫폼: PC, XBOX ONE, NS
출시일: 2021년 11월 2일
키워드: #퍼즐 #힐링 #방꾸미기 #캐주얼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본가와 직장과의 거리로 인해, 이직 등으로 인해 집을 구하고 이사를 가야 할 때가 있다. 나에게 맞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집을 찾는 것도 고역이지만, 이사를 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이사를 했다면 이제 짐들을 풀고 정리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삿짐 푸는 걸 베이스로 한 게임이 있다. 말 그대로 짐을 푸는 게 전부인 게임 '언패킹'이 그 주인공이다.

'언패킹'은 상자에서 짐을 꺼내 새집에 맞게 배치하는 게 전부인 게임이다. 퍼즐 게임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흔한 타이머는 물론이고 명확한 규칙도 점수도 없다. 양말을 책장에 넣고 서랍장에 책을 넣지 말란 법도 없지 않던가.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마음대로 짐들을 원하는 곳에 배치하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언패킹'이 그저 무지성으로 아무렇게나 정리하는 걸 권장하는 게임인 건 아니다. 게임은 절묘하게 유저들이 제대로 짐을 정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책장의 크기는 책들이 딱 들어맞게 설계됐으며, 옷장 역시 마찬가지다. 각을 맞추는 데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게이머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언패킹'의 짐 정리에 몰두하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언패킹'은 은유적으로 주인공인 소녀의 성장을 묘사한다. 처음에는 원룸처럼 작은 자신의 방 하나만 정리하지만, 주인공인 소녀가 점차 성장할수록 그녀는 새로운 집으로 옮기게 되고 그럴 때마다 욕실, 거실, 주방 등 정리해야 할 방 역시 늘어난다. 바뀌는 건 방의 개수만이 아니다. 이삿짐의 종류 역시 달라진다. 이사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가져오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선 게임 내에서 어떠한 얘기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이삿짐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소녀의 성장과 취미, 사랑 등 그 발자취를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느끼게 된다.

최근 게임들을 보면 메이저, 인디를 떠나 한없이 복잡한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밤하늘의 별처럼 광활한 스킬 시스템이 있는가 하면 스토리 등을 복잡하게 꼬아놓은 게임도 더러 있다. 하지만 '언패킹'은 다르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도 할 수 있다. 그러니 복잡한 게임에 머리와 눈 모두 지쳤다면 잠깐, 한숨 돌릴 겸 '언패킹'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이삿짐을 정리하다 보면 복잡했던 머리 역시 말끔하게 정리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게임명: 툰체 (Tunche)
플랫폼: PC, PS4, XBOX ONE, NS
출시일: 2021년 11월 2일
키워드: #로그라이크 #수작업 #애니메이션 #코옵

인디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누군가는 전체적인 완성도를 꼽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인디 게임만의 독창성을 꼽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모두 맞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디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그래픽'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일단 눈에 띄어야 하지 않겠는가. 좋으면 좋았지 나쁠 건 없다.

리프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툰체' 역시 그런 게임이다. 페루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툰체'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모두 수작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들 수 있다. 플레이 영상을 보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그렇다고 '툰체'가 그래픽이 전부인 게임이란 건 아니다. 눈에 띄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게임의 핵심은 재미다. 그리고 '툰체' 같은 액션 게임에 있어서 게임의 재미란 곧 전투의 재미로 절대 놓쳐선 안 된다. '툰체'의 전투 시스템은 경쾌하다. 빠른 템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스킬을 조합함으로써 화려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로그라이크의 절차적 생성 시스템을 더해 매번 색다른 적과의 전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툰체'에는 콜라보 캐릭터인 '어 햇 인 타임'의 모자걸을 포함해 총 5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저마다 다양한 스킬과 궁극기를 갖고 있다. 플레이어는 스킬과 궁극기를 익히며 앞을 막아서는 강력한 적들을 물리치고 아마존 정글에 가려진 툰체의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 최대 3인 코옵을 지원하는 만큼, 친구들과 함께 즐기길 바란다.

지난 11월 2일 정식 출시한 '툰체'는 한국어 자막을 정식으로 지원한다. 일단 게임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스팀 평가에 따르면 217개의 평가 중 82%가 긍정적으로 반응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하니 잠시 분위기를 환기할 게임을 찾는다면 '툰체'가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게임명: 아이언 리벨리온 (IRON REBELLION)
플랫폼: PC
출시일: 2021년 11월 10일
키워드: #VR #대전 #메카닉

메카닉이라는 말은 항상 어딘지 모르게 남자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더욱이 1인칭 메카닉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직접 로봇을 몬다니, 이것보다 더 감동적인 게 또 있을까. 그런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게임이 10일 앞서 해보기로 출시됐다. '아이언 리벨리온'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언 리벨리온'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모든 것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타이탄을 작동시킨다고 할 때 단순히 키보드의 특정 키를 누르거나 하는 그런 게 아니라 콕핏에서 눈앞에 있는 여러 버튼과 레버를 조작해야 한다. 이는 탄창을 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직접 타이탄에 들어간 듯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현재 '아이언 리벨리온'은 1:1 대전 모드와 6명의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연습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대전 모드의 플레이어 수를 더욱 늘릴 전망이다.

'아이온 리벨리온'은 스팀 및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VR HMD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랜만에 출시된 인디 VR 게임이다. 평가도 나쁘지 않다. 비록 VR이라는 진입장벽으로 많은 유저가 즐기진 못했지만, 스팀과 오큘러스 스토어 양쪽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할만한 VR 게임이 없어서 잠시 먼지가 쌓였다면 이번 기회에 먼지를 털고 오랜만에 가슴 뜨거운 게임을 해보는 건 어떨까.





게임명: 브라이트 메모리: 인피니트 (Bright Memory: Infinite)
플랫폼: PC, PS5, XSX|S
출시일: 2021년 11월 12일
키워드: #FPS #퓨전 액션 #1인 개발

1인 개발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줬던 FPS 게임 브라이트 메모리의 속편 '브라이트 메모리: 인피니트'가 12일, 정식 출시됐다.

'브라이트 메모리: 인피니트'는 중국의 개발자 FYQD가 혼자서 개발한 게임이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화려한 그래픽과 더불어 눈과 손을 즐겁게 해주는 퓨전 액션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FPS는 총이 메인이기에 그 자체로 화려한 연출을 주기가 어렵다. 하지만 '브라이트 메모리: 인피니트'는 다르다.

총과 검, 그리고 스킬을 조합한 콤보 시스템을 통해 여느 FPS와는 차별화된 퓨전 액션을 선보인다. 기본적으로는 총을 쏘다가도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눈앞의 적을 호쾌하게 베어내거나 심지어는 총알을 튕기는 기예 또한 가능하다. 거대 보스를 상대할라치면 어지간한 액션 게임 못지않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정도다.

이처럼 뛰어난 그래픽과 연출을 선보인 '브라이트 메모리: 인피니트'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단점으로는 짧은 플레이타임을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FPS 게임의 플레이타임이 그리 길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이를 고려해도 '브라이트 메모리: 인피니트'의 플레이타임이 많이 짧다. 빠르면 2시간 안에 엔딩을 볼 수 있다고 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보장하길 바라는 게이머에게 있어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짧고 굵은, 그러면서도 기존의 FPS와는 차별화된 재미로 무장한 게임을 찾는 게이머가 있다면 '브라이트 메모리: 인피니트'가 그 해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국어 자막도 완벽하게 지원하는 만큼, 이번 주말을 이용해 즐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