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경했던 2021 지스타 1일차 후기
김수진 기자 (Eonn@inven.co.kr)
지스타가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다. 비록 전과 같이 100% 편하게 즐기며 열광하던 모습은 아니지만, 게이머들을 만나기 위해 돌아왔다.
국내에서 지스타가 가지는 의미는 확실하다. 그 질에 있어서 의견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어쨌든 아직 지스타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대표적인 게임쇼다. 매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찾았고, 벡스코 앞을 가득 채운 입장 줄은 ‘지스타'를 대표하는 모습이 되었다. 부산 전체가 들썩일 만큼 큰 행사였고, 그 나름의 축제였다.
그리고 2019년 말, 코로나가 터졌다. 2020년 지스타는 오프라인을 포기했다. 아니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스타가 떠난 11월의 벡스코는 참 휑했더랬다. 비록 온라인을 통해 진행은 되었지만 우리가 긴 시간 동안 알았던 지스타가 아니었다. 국내 게이머들이 모여들던 축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하지만 올해, 지스타는 다시 오프라인 개최를 알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걱정과 설렘, 기대를 담은 준비 기간이 지났다. 미디어데이를 지나 드디어 게이머들과 마주한 지스타 현장에는 매년 화려하게 반겨주던 벡스코 야외의 부스 대신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하얀색 확인 부스가, 그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갈 수 있던 로비에는 펜스와 함께 체온계가 설치됐다.
그리고 첫날 오픈과 동시에 신나게 뛰어들어가던 이들도, 걸어 다니는 것 대신 밀려다닌다는 것이 맞을 정도로 붐비던 행사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팔찌를 멘 팔을 들어 올린 채 천천히 질서 정연하게 입장하는 사람들과, 부스만큼 넓은 대기 공간, 한 부스 한 부스 찬찬히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쾌적하면서도 어색한 행사장이 있었다.
매년 지스타가 주는 느낌은 확실했다. 보는 것이든 들을 것이든 할 것이든 살 것이든 ‘거리'가 많다는 것. 시연할 게임이 많을 때도, 시연대보다 방송 부스가 더 많을 때도, 높은 이름값의 거대 회사들이 있을 때도, 반대로 없을 때도 모두 그랬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상태로 제대로 뭔가를 즐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올해는 반대다. 미리 예약한 일정 인원만이 들어올 수 있었기에 행사장은 쾌적했다. 종종걸음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앞사람의 뒤통수를 응시하며 곁눈으로만 구경하던 부스를 천천히 멈춰서 유심히 하나하나 뜯어볼 수 있을 정도로 쾌적했다. 지나가다가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게임을 구경할 수도 있고, 평소 기본 반나절은 기다려야 하나 정도 해볼까 말까 하던 시연 역시 훨씬 단시간 내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단조롭게도 느껴졌다. 콘텐츠의 부족함이 참관객 감소와 함께 너무나 확연히 드러나 버렸다고 보면 될 듯하다. 포화처럼 느껴질 만큼 넘쳐나던 인원이 사라져버리니 단순히 인원이 많아서 지연되던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제가 해결되자 다른 한계가 보인 셈이다.
당연한 일이긴 하다. 아침 일찍 와도 부스 하나 둘러보면 이미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던 이전의 지스타에 비해 올해는 같은 시간이면 모든 부스를 다 둘러보고 굿즈까지 구매할 정도로 인원이 적었다.
그리고 매번 메인 행사장 외부에 있던 BIC 부스까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스 자체가 손으로 꼽으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었다. 특히 코로나라는 특수성으로 부스마다 동시 입장 인원에 제한을 두다 보니 기다리는 인원을 대기시킬 넓은 공간들이 필요했고, 이전이라면 소규모 부스가 있었을 곳에 대기 공간이 자리 잡았다.
이번 지스타에서 눈에 띈 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탬프 투어', 새로운 모객 방법은 아니다.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부스 전체를 구경하고, 체험하고, 즐거움까지 얻어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만큼 지스타에서도 이미 자주 보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스탬프 투어의 효과가 훨씬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 관람 환경이 쾌적했고, 그래서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참관객 대부분이 스탬프 투어를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소형 대형 부스를 가리지 않고 스탬프 투어가 있는 참여형 부스들의 인기가 높았다. 심지어 시연 부스보다 스탬프 투어 부스들에 사람이 더 몰리는 모습도 보였다.
기존에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제일 우선시되는 커다란 뭔가를 하고 가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직접 뭔가 체험하고 그로 인해 소소한 즐거움들을 얻어가려는 사람이 많았달까. 다만 이 역시 시연 게임 자체가 적었기에 반대로 사람이 많이 몰린 것일 수도 있다.
지스타 2021, 어색할 수 있다. 특히 이전 지스타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테다. 그 어색함은 벡스코 야외에서 스멀스멀 올라와 입장과 함께 점점 커질 것이고 널따란 부스와 부스 사이를 보면 정점을 찍을 것이다.
그런데 그 어색함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훨씬 여유롭게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고 훨씬 쾌적하게 행사를 둘러볼 수 있어서다. 사람에 치여서 정신없이 훅 지나가는 지스타가 아니라 하나하나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지스타다.
그리고 좀 더 둘러보면 그 어색함 가운데 익숙한 모습도 하나둘 발견할 수 있다. 부스 앞을 지키는 코스프레 모델들, 크게 울려 퍼지는 캐스터들의 목소리, 특색있게 꾸며진 부스들, 그리고 무엇보다 질서 있고 조용하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지스타를 위해 달려온 게임 팬들이 있다.
인벤 주요 뉴스
▶ [인터뷰] 다시 만나는 JRPG의 시작, '드래곤 퀘스트3 리메이크' [0] | 김수진 (Eonn@inven.co.kr) | 09-25 |
▶ [뉴스] 게이머를 위한 강력한 PC VR, HTC 바이브 포커스 비전 [0] | 박광석 (Robiin@inven.co.kr) | 09-25 |
▶ [인터뷰] 닌텐도의 살아있는 역사, '미야모토 시게루'를 만나다 [3] | 강승진 (Looa@inven.co.kr) | 09-25 |
▶ [뉴스] 135년의 역사, 개장 전 '닌텐도 뮤지엄'을 직접 가다 [2] | 강승진 (Looa@inven.co.kr) | 09-25 |
▶ [인터뷰] "사가 시리즈 장벽 대폭 낮췄다" 로맨싱 사가2 리메이.. [0] | 김수진 (Eonn@inven.co.kr) | 09-25 |
▶ [뉴스] 드록신 온다! 넥슨, 레전드 선수들의 '아이콘 매치' 2.. [1] | 윤서호 (Ruudi@inven.co.kr) | 09-25 |
▶ [뉴스] 더 강해진 아브렐슈드 등장! 로스트아크, 카제로스 레.. [2] | 윤서호 (Ruudi@inven.co.kr) | 09-25 |
▶ [뉴스] 메타포: 리판타지오, 도입부 미리 즐길 체험판 공개 [0] | 김수진,윤서호 (desk@inven.co.kr) | 09-25 |
▶ [뉴스] 징크스 에디션까지, '아케인 아트북' 텀블벅에 공개 [1] | 윤서호 (Ruudi@inven.co.kr) | 09-25 |
▶ [리뷰] '내부 전선' 이상 없다 [15] | 정재훈 (Laffa@inven.co.kr) | 09-25 |
▶ [뉴스] 엔씨 '쓰론 앤 리버티' 스팀 매출 북미 8위, 글로벌 1.. [20] | 윤홍만 (Nowl@inven.co.kr) | 09-25 |
▶ [동영상] 진삼국무쌍 오리진, 25년 1월 17일 출시 [0] | 윤서호 (Ruudi@inven.co.kr) | 09-25 |
▶ [동영상] '몬스터 헌터 와일즈', 2월 28일로 출시일 확정 [11] | 윤홍만 (Nowl@inven.co.kr) | 09-25 |
▶ [동영상] 서커펀치 신작 '고스트 오브 요테이', 2025년 발매 [3] | 양영석 (Lavii@inven.co.kr) | 09-25 |
▶ [뉴스] 스텔라 블레이드, 니어:오토마타 DLC 나온다 [2] | 양영석 (Lavii@inven.co.kr) | 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