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스타에서 가장 뜨거운 게임은 미공개 신작이면서 시연 빌드까지 준비한 '니케: 승리의 여신'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기대한 게임은 따로 있었습니다. 카카오게임즈 신작인 '가디스 오더'인데요. 개발사 로드컴플릿의 전작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재미있게 플레이한 기억이 있기에, 현장에서 개발자 인터뷰가 진행된다는 이야길 듣고 가장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가디스 오더는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모바일 횡스크롤 RPG입니다. 이렇게 딱 한 줄로 설명하면 기존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들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요. 그 답도 전작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비춰 보면 나옵니다. 로드컴플릿의 개발력과 특장점을 잘 보여준 게임이었으니까. 수집형 RPG 특유의 과금 시스템과 캐릭터 밸런스 문제로 유저 평가를 다소 깎아 먹긴 했습니다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몰입도 높은 전투 시스템, 손맛이 그대로 전해지는 타격감은 높은 점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특히, 가디스 오더는 수동 조작 기반의 액션성을 더욱 강조했다고 자신했는데, 로드컴플릿이 모바일에서 느낄 수 있는 손맛의 한계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1세대 게임 기자로서도 게임 개발자로서도 본인만의 색을 드러낸 바 있는 ‘명부마도’ 정태룡 PD가 메가폰을 잡았으니, 가디스 오더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평범한 게임은 아닐 것이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내년 출시 예정인 가디스 오더가 과연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게임일지, 로드컴플릿 배정현 대표와 정태룡 PD의 대답에서 확인해보겠습니다.


▲ 좌- 로드컴플릿 배정현 대표, 우- 정태룡 PD





먼저, 가디스 오더가 어떤 게임인지 소개 부탁한다.

정태룡 PD(이하 정태룡) - 2D 모바일 액션 RPG로, 직접 조작에서 오는 호쾌한 전투가 핵심이다. 아름다운 픽셀 그래픽, 콘솔 느낌의 시나리오와 연출도 만나볼 수 있다. 목표 출시일은 2022년으로 잡았다.


지금까지의 개발 진척도는?

배정현 대표(이하 배정현) - 개발한 지 약 4년 정도 됐고, 내부적으로는 70% 정도 만들었다고 판단 중이다. 지금은 더 많은 콘텐츠를 개발해 넣으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고, 정식 서비스를 위한 BM 준비도 하고 있다.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했는데, 내부적으로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지역이 있을 것 같다.

배정현 - 일단 우리나라가 가장 중요하다. 국내 유저들에게 재미있는 게임이라 인정받고, 글로벌 유저에게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북미, 유럽 유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 예상한다.



가디스 오더를 개발할 때 설정한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정태룡 - 아름다운 2D 픽셀 아트와 직접 조작에서 오는 깊이 있는 전투 시스템이 있다.


도트 그래픽을 선택한 이유는?

정태룡 - 도트로만 표현되는 로망이란 게 있다. 가디스 오더로 유저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은데, 그게 가능하려면 역시 도트 그래픽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로드컴플릿이 원래 도트 그래픽 만드는 데 강점이 있는 회사다보니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됐다.


횡스크롤 방식을 채택한 데도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정태룡 - 전투의 집중력을 높이고 싶었다. 아까 말했듯 처음 개발 시작할 때부터 직접 조작을 핵심으로 잡았는데, Y축이 들어가면 위 아래 조작이 불가피해지면서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액션의 밀도가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첨언하자면, 횡스크롤 액션과 사촌 격인 장르로 벨트스크롤 액션이 있는데, 이 방향으로 갔다간 조작이 복잡해지면서 유저들이 느끼는 피로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았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조작감을 구현하는 게 우선이었고, 지금 시점에선 횡스크롤이 정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카카오게임즈와 함께하게 된 배경은.

배정현 - 전작인 크루세이더 퀘스트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고, 가디스 오더도 액션 RPG이다보니 관심을 보이는 업체는 꽤 있었다. 그런데 이게 시스템과 방향성이 일반적인 게임은 아니다보니,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는 업체는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카카오게임즈에서 선뜻 먼저 연락을 해줘서 같이 하게 됐다.

정태룡 - 우리는 한국 유저들에게도, 외국 유저들에게도 똑같이 게임으로 기쁨을 주고 싶었다. 카카오게임즈라면 양쪽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더라.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가디스 오더도 도트 그래픽이다보니 전작 크루세이더 퀘스트와 설정상 접점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배정현 -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지금도 서비스 중인 게임이니, 갑자기 후속작이 나오는 것도 어색하지 않을까. 가디스 오더는 독립적인 IP라 보면 된다.


수동 전투를 강조했는데, 자동 시스템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되나.

정태룡 - 모든 전투가 수동이라는 뜻은 아니다. 유저 피로도를 고려해 적당한 비율로 찾고자 노력 중이다. 모바일 게임은 꾸준히 발전해 왔고, 유저들의 수준도 그에 맞춰서 높아져 왔지만, 이제 슬슬 다음 단계의 게임이 나오길 기대하는 유저들의 열망이 커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 단계의 모바일 게임이 어떤 모습일지 우리도 정말 많이 고민했고, 유저들의 열망에 대답하는 심정으로 가디스 오더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헌정하고 싶다.



전투 시스템을 설명하며 '공방', '백어택', '쳐내기' 등의 단어를 썼는데, 이것들은 보통 격투 게임에 많이 보이지 않나. 가디스 오더를 만들면서 이 장르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정태룡 -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선대 개발자 분들의 위대한 유산들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캡콤, SNK의 대전 액션 게임들을 많이 참고했고, 지금도 틈틈이 들여다보면서 선배님들의 고민과 고충이 무엇이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세대 전투 시스템의 새 지평을 연 것이 프롬 소프트웨어의 '소울 시리즈'인데, 우리 팀원들도 굉장히 오랜 시간 플레이했다. 그 게임의 핵심 포인트가 무엇인지, 우리가 만드는 게임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살펴보고 있다.


정태룡 PD 하면 '경파'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정태룡 - 그런 상징적인 이미지가 나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나 생각해보면 살짝 부끄럽기도 하다(웃음). 어쨌든, '진짜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보라고 대표님이 날 기용한 게 아닐까. 기존에 나와 있는 게임과는 다른, 뭔가 확 질러버리는 게임이 나올 시점이 됐다. 과연 누가 먼저 질러버릴지 업계에서 관심이 많을 텐데, 대표님이 '이 사람이라면 잘 지를 것 같다'라고 생각해서 날 부른 것 같다. 그 믿음에, '정말 재미있는 게임'으로 보답하고 싶다.



BM이 어떻게 구성될지 대략적으로나마 설명해주었으면 한다.

배정현 - 워낙 어려운 이슈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도 뽑기 시스템 기반 BM이었고, 오랜 시간 서비스해오면서 이 형태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이 BM이 유저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도 면밀히 체크 중이다. 카카오게임즈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고, 다음 설명회 때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


조작성을 강조한 만큼 조이스틱 지원 여부에도 관심이 간다.

정태룡 - 개발팀원들이 게임을 할 때 패드를 즐겨 쓴다. 우리 게임도 높은 액션성을 지향하고 있고, 이 장르 게임들은 대부분 패드로 하면 더 재밌다. 가디스 오더도 당연히 대응한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도 스토리 상 여신이 중요했는데, 이번 작품에는 아예 제목에 여신이 들어간다.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태룡 - 가디스 오더는 '여신의 부름'이란 뜻도 있고, 게임 내에서 수복해야 하는 비전서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만큼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로드컴플릿이 생각하는 ‘게임다운 게임’은 무엇인가.

배정현 - 많은 유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 또,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도록 충분한 깊이를 보여야 한다.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게임이다.

정태룡 - 마를렌 디트리히라는 독일 여배우가 있다.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이 분이 부른 노래 중 하나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난 베를린에 가방을 두고 왔어요.
그래서 다시 거기 가야 해요.
제게 있었던 행복들이 모두 그 가방 안에 있어요.

파리의 마들렌 거리는 정말 멋지고,
5월의 로마 시내를 걷는 것 또한 너무나 아름답고,
조용한 여름밤에 비엔나에서 즐기는 와인도 좋지만,

여러분들이 웃을 때, 전 오늘도 베를린을 생각해요.
그곳에 가방을 두고 왔으니까요."


로드컴플릿에서 모바일 게임 만들면서 이 가사가 정말 많이 떠올랐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수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유저 편의성을 개선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게임에 꼭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이 생략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을 되찾고 싶다. 거기엔 재밌는 게임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 전부까진 아니더라도 다시 살릴 만 한 것들을 추려서 가디스 오더에 넣어본다면 정말 재밌는 게임이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