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T PLAY 'MMORPG'


아마 파이널판타지14의 유저라면, 출시 이전부터 걱정이 앞섰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전의 확장팩 '파이널판타지14: 칠흑의 반역자'는 역대급 연출과 완성도를 보여주었고, 수많은 유저들을 끌어들여서 글로벌적으로도 가장 인기 있는 MMORPG 투 탑에 파이널판타지14를 확실히 고정시킬 정도의 저력을 보여줬으니까.

그래서 이번 확장팩 '효월의 종언'에도 사실 걱정이 좀 앞섰다. 형만 한 아우가 없다고 하는 말이 허투루 쓰이는 말이 아닌 데다가, 가장 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햇수로만 (글로벌 기준) 2013년부터 현재까지, 8년을 이어온 모험가들의 모든 여정의 가장 큰 주제를 마무리하는 확장팩이었으니까 그만큼 기대도 크고 걱정도 큰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직접 플레이해 본 '효월의 종언'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출시 전부터 발매 연기를 발표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모습과는 다르게, 왜 출시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합당하게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전보다 더 크게 늘어난 스토리 분량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마침내 신생 에오르제아-아니 그 이전부터-부터 이어오던 기나긴 파이널판타지14만의 거대한 이야기의 대단원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 본 리뷰는 '파이널판타지14: 효월의 종언' 스토리의 일부를 포함한 약한 스포일러성 내용 및 스크린샷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게임명 : 파이널판타지14: 효월의 종언(暁月のフィナーレ)
(FINAL FANTASY XIV: ENDWALKER)
장르명 : MMORPG
출시일 : 2021.12.07.(3일 얼리액세스)
개발사 : 스퀘어에닉스
서비스 :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 PS4/5, PC

관련 링크: '파이널판타지14: 효월의 종언' 오픈크리틱 페이지


웅장한 서사시의 성대한 마무리


'효월의 종언'에서는 전 확장팩인 '칠흑의 반역자'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조디악-하이델린 사가가 마무리되는 단계다. 모험가의 정체성과 다소 복잡한 악역으로 얽혀이며 신생 에오르제아부터 이어져온 기나긴 갈등과 대립이 마무리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파이널판타지14라는 거대한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는 확장팩이다.

사실상 파이널판타지14의 메인 주제라고 할 수 있던 '빛의 전사'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기에,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갈레말 제국부터 에오르제아 동맹, 야만족, 샬레이안과 고대인들까지 확장된 세계관은 끊임없이 플레이어를 거대한 서사시 속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며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중요도가 매우 높고 서사시가 더욱 거대해진 만큼 스토리의 분량도 크게 늘어났다. 이번 확장팩의 메인 스토리는 풀 스킵 및 던전 플레이 몇 회 기준으로 14~16시간 이상이 소요될 정도이며, 스킵 없이 대부분의 연출과 대화를 모두 집중해서 볼 플레이어 라면 30시간을 족히 잡아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 역시 약 3일에 걸쳐 꼼꼼하게 스토리를 체크하고 플레이하면서 스토리를 체크한 편이다.

연출에서도 소소한 변화들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어색하게 빈손에서 빈손으로 물건을 건네주던 연출이 카메라 각도 조절을 통해 직접 NPC의 손에 전달된다던가, 맨손을 보지 않고 '사물'을 보면서 설명하는 부분이 좀 더 사실감 있게 변했다.

이번 확장팩에서 새롭게 추가된 'NPC 동행'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또 다른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메인 시나리오의 여정을 이끈다는 느낌을 준다. NPC 동행의 특정 포인트에서는 동행한 NPC들이 자신의 견해와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향후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는 편이다.

▲ 알리제는 피클을 싫어한다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 메인 이야기는 계속해서 극적으로 이어진다.

이런 연출과 시네마틱, 대화를 통해 모험가는 조디악과 하이델린, 그리고 고대 문명의 멸망과 고대인들의 이야기를 경험하며 한층 더 세계의 원초적인 진실과 사건에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새벽의 현자 동료들의 활약도 이어지고, 초반에는 희미하던 적의 정체가 점차 구체화된다. 예상을 뒤엎는 반전은 적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억지로 끌어가지 않는다.

"알고 보니 착한 친구였다"라는 기믹이 없는 대신, 동료와 빌런들에게 모두 뚜렷한 캐릭터성이 적용됐다. 모험가는 여정에서 만난 인연들의 소중함을 기억했고, 그-혹은 그들-가 남긴 유산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위기를 극복해낸다. 또 다른 요소로 '빌런'이 아닌 '안티 히어로'가 구도에 오르기도 하고, 불분명한 선악 개념과 뚜렷한 선악 개념이 혼재하는 세계가 이뤄진다.

이 과정이 이번 확장팩 모든 스토리에서 이루어지므로 때문에 분량 자체는 매우 많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이런 구도들이 서로 혼선을 빚고 영향을 주지 않으며 서정적인 묘사들과 함께 내면의 갈등도 두드러지고 성장도 눈에 띈다. 몇 차례의 걸쳐 성장을 했던 새벽의 현자들도 한층 더 성숙해지며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나 '병풍'이 되는 NPC 자체가 매우 적은 편이다. 새로운 인물들과 기존 인물들이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면서 조디악-하이델린 사가라는 거대한 서사시가 마무리된다.

▲ 새롭게 추가된 'NPC 동행'. 방법은 단순하지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푸딩 빌런의 등장은, 다소 무거웠던 이야기를 부담없이 환기시키도 한다.

플레이어는 그동안 2.0~5.0까지 이어져온 모든 확장팩의 요소들을 볼 수 있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울 것이다. 에오르제아 동맹, 야만족, 용과 인간의 대립, 동방국, 제1세계까지 그동안 확장팩에서 다뤘던 모든 요소들이 하나씩 하나씩 합쳐져 '운명'에 대항하는 여정은 매우 즐겁다.

이 과정에서 달을 필두로 한 다른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오마주 요소들도 조합되고, 길어진 스토리의 강약 조절과 호흡 조절 및 연출은 플레이 자체를 즐겁게 만든다. 특히나 후반부의 대단원이 이뤄지는 과정은 "이야기가 궁금하고 못 참아서 밤새워서 다 봤다"라는 증언을 주변에서도 여럿 들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이번 스토리는 전작 '칠흑의 반역자'보다 한층 더 섬세한 연출과 극적인 전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전 확장팩에서는 '빛의 전사'의 내면과 세계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확장팩에서는 이를 통해 성장한 모험가가 그동안의 여정에서 만난 인연들과 함께 종말에 저항한다.

6.0의 스토리는, 모험가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조디악-하이델린 사가'를 마무리 지으면서, 새로운 무대와 새로운 이야기를 적절하게 암시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의 윤곽은 향후 패치가 이뤄지며 추가되는 스토리로 이어지게 되는데, 당연히 이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최대 레벨 90의 확장과 그에 따른 전투 콘텐츠의 변화


6.0의 전투에서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다운 스케일링'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의 장비에서 허리띠 장비가 삭제되고, 무기 수납칸이 늘어나고 전체적인 능력치가 크게 조정됐다. 이전 확장팩 시기보다 낮아진 대미지를 보면 의아할 수 있으나, 전투 감각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수치 조정은 장기간 서비스하는 MMORPG의 피할 수 없는 숙명과 비슷하다.

최대 레벨이 90레벨로 확장되었으나, 딜러 직군의 변화는 지난 확장팩과 궤가 비슷하다. 신규 기술은 적은 수가 추가되었으며, 기존 기술의 강화나 추가 효과 등이 주를 이루는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직업들의 변화는 대부분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편이며 어긋나던 사이클이 조정되거나 하는 등 소소한 변화가 있다. 이전 확장팩에서 쓰던 사이클이 한층 더 심화된 느낌도 있지만 크게 바뀐 직업들도 존재한다.

▲ 다운 스케일링으로 전 확장팩보다 모든 능력치가 감소했지만, 전투 감각은 다르지 않다.

이 부분은 플레이어가 '어떤 직업'을 주 직으로 키우고 있느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게 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분명히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면서 캐릭터가 한층 강력해진 건 맞다. 그런데 이 성장이 이뤄지며 기존 사이클이 꼬이는 '약한' 문제점도 있는 반면, 기존 캐릭터 메커니즘에 반하는 딜 사이클이 조명되기도 한다.

혹은 조금 더 바빠졌지만 애매하게 1,2,3분의 사이클이 달라지기도 하고, 반대로 시너지 타이밍에 맞춰서 써야 할 스킬이 꼬이기도 한다. 스택형 스킬의 사용 타이밍 등이 기존과는 달라져서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도 충분히 들 수 있다. 딜러 직군은 워낙에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지금도 한창 세팅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힐러 직업의 변화는 명확하게 메인/서브 힐러 직업군이 나뉘게 바뀌었다. 메인 직업은 백마도사와 점성술사, 서브 힐러 직업군은 학자와 신규 직업 현자(세이지)다. 메인 직업군이 '회복'에 특화되어 있는 느낌이라면, 후자는 대비하는 측면(배리어 등)에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새로운 직업인 리퍼와 현자가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은 요소는 맞다. 용기사는 드디어 같은 장비(학살자, Maiming)를 공유하는 파트너이자 경쟁자가 생겼고 힐러 직군도 명확히 메인/서브 직군을 구분하면서 기존까지 이어온 '파이널판타지14'만의 구성이 다시 한번 변화할 전망이다.

▲ 89레벨 토벌전은 '트러스트'도 가능. 꽤 낭만적이다. 물론 90 레벨 토벌전은 파멸적이다.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시너지'의 통합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45초, 60초, 90초, 120초, 180초에 걸쳐 산재했던 시너지 스킬들 혹은 생존기들이 전체적으로 60초와 120초로 굳어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술들의 쿨타임이 40초 혹은 45초 등으로 여전히 존재하면서 사이클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더군다나 스택형 기술이 많아지면서 높은 DPS에 대해서는 유동적인 운용이 필수적이 됐다.

딜과 힐, 생존과 관련된 밸런스는 해당 시즌의 최고 난이도 던전에 의해 크게 좌우되므로, 향후 밸런스는 6.01 패치까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현재 극만신까지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밸런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공통적으로 꼽을만한 의견에는 닌자, 소환사, 댄서의 DPS라던가, 새 힐러인 현자의 회복량은 많이 낮아 파티원들의 숙련도가 진행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주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평가는 앞서 언급했지만, 향후 패치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기에 구체적으로 짚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개인마다 생각하는 밸런스의 이상적인 모습이 다를 수 있기에, 필자의 견해를 담아도 100% 공감을 받기 어렵다. 그래도 최소한으로 모두가 공감할 만한 부분은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메리트나 개성이 없다'라는 점이나 '다른 직업에 비해서 너무 심각한 차이가 나서 플레이가 힘들다'라는 공통 의견이 발생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직업별 밸런스에 대해 평가나 고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상황에서도 캐릭터 자체의 메커니즘을 바꾸는 거대한 패치를 기대하긴 어렵다. 대신 파이널판타지14 개발팀은 과거 패치에서 누가 봐도 "안 좋다"라고 평가가 나오는 클래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패치가 이뤄졌던 이력이 있다. 4.0 시절의 용기사와, 5.1에서 '돌아온 그친구' 등 이미 이력이 많다. 얼리부터 이어진 플레이 피드백과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서 6.05 영식 적용 패치 이전에는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다.

▲ 무지막지하게 커진 별폭발 범위. 이런 변화들이 꽤 있지만, 기본 플레이 메커니즘을 해치진 않는다.

▲ 소환사는 엄청난 변화가 '또' 생겼다.

또한 직업이 많아지면서, 파밍 상황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스토리상 중요 던전들에는 트러스트 시스템이 플레이어의 레벨(던전)에 맞게 조정되며, 89레벨 만신전의 경우는 올 트러스트로도 진입이 가능하다. 마물 사냥은 여전히 너츠 주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새로운 클러스터들이 나오긴 했지만, 너츠는 여전히 유효한 편.

또한 메인 스토리의 경험치와 전체적인 경험치 테이블이 크게 변화하면서 한 직업의 메인 레벨은 스토리만 진행해도, 스토리 진행보다 한참 레벨이 앞서나갈 수준이다. 직업 퀘스트는 전 확장팩과 같이 롤(근딜, 원딜, 캐스터, 탱커, 힐러)의 구분 형태로 나누어져 있고,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이를 통해 제공하는 경험치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기에, 틈틈히 해두기를 권장하는 편이다.

극만신 파밍의 경우는 확실한 변화가 있다. 특히나 무기를 제공하는 89레벨 극만신의 경우는 무기와 함께 추가로 '무기 상자'를 제공하게 됐다. 다소 파밍의 난이도가 완화된 건 틀림없지만 여전히 '운빨'이 작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인 느낌이다. 어느덧 21개나 되는 메인 직업이 생기면서, 파이널판타지 개발팀도 이제 근본적인 파밍 과정 메커니즘을 돌아볼 시기가 아닐까 싶다.




큰 변화는 없지만 한 번 더 완화된 생활, 그 외 콘텐츠들


전투직과 마찬가지로, 생활직군의 변화가 큰 편은 아니다. 양쪽 모두 신기술의 추가는 적고, 대신 기존 기술이 대폭 강화되는 패시브를 받았다. 원예, 광부, 어부의 채집 기술은 이미 지난 확장팩에서 한차례 큰 변화(소장품 등)가 있었고 이러한 변화에서 살짝 보강한 정도에 그친다.

제작의 경우는 6.05 이후 패치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레이드 던전(영식)과 제작 장비들이 추가되면서 본격적인 '효월'의 제작 공정 규칙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가공 숙련도 중심에서 작업 숙련도 중심으로 금단과 제작 메커니즘의 중요도가 이동되었던 지난 확장팩과 같은 궤를 그릴 것으로 예측되나, 정신 집중 10스택에서의 사용할 수 있는 신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끊임없이 다들 고민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제작 공정 흐름의 변화는 '일반적인 장비'나 아이템을 제작하는 과정에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확장팩에서도 초반에 빠르게 새로운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이후 장비가 추가되는 과정에서도 어떤 장비든지, 실제로 본인이 일정 스펙을 금단을 통해 마련하거나 제작 재료의 HQ 준비로 충당이 가능했다.

▲ 고작 이 칭호가 뭐라고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과거 진행됐던 '이슈가르드 부흥전'의 랭킹전에서 절실하게 이러한 변화가 조명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새로운 스킬들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며 제작자 스스로 세부 과정을 다듬어서 최종적으로 고품질의 아이템을 만드는 과정은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던 '파이널판타지14'만이 추구한 제작 콘텐츠의 정점었다.

이는 매우 피곤하고, 힘든 여정이며 비용과 제작자 스스로의 역량 모두가 평가된 일장일단이 있는 부분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번 확장팩에서도 이러한 콘텐츠와 비슷한 난이도의 새 콘텐츠가 시도되거나, 추후 제작자들의 레시피 기준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제작의 변화는 제작자들에게 눈에 띄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눈 여겨볼 점은 레벨링이다. 제작 및 생활 관련 레벨링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관대한 확장팩이 없다고 할 정도로 여유로운 편이다. 수주권과 소장품 납품, 그리고 부대 납품 및 그동안 쌓아올린 단골손님을 활용하면 80레벨부터 90레벨까지는 정말 무리 없이 성장이 가능하다. 본인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면 약간-혹은 많이-, 단 하루 만에도 모든 채집과 모든 제작 레벨링이 가능할 정도로 완화됐다.

여기에 추가로 지난 확장팩의 '크리스탈 딜리버리'와 같은 롤 퀘스트 성격의 'Studium Deliverys'가 생긴 점도 플레이의 레벨링과 백화 수급을 돕는다. 이러한 활용은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HQ 채집 재료의 삭제와 작동 방식의 변화는 채집의 단조로움을 다소 늘렸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늘어나는 인벤토리 차지 칸을 줄이기도 한다.

여전히 밑재료(중간 재료)나 제작 아이템의 경우는 HQ가 존재하여 큰 변화는 없고, 소장품은 이전 확장팩에서의 변화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추가적인 획득 기회가 늘어나서 무지성으로 작업할 수 없도록 해두었다. 채집과 제작과 관련해서는 야만족과 단골손님 등의 꾸준한 콘텐츠를 통해 도우는 한편, 경험치 테이블의 조정으로 플레이어들이 좀 더 직접 제작하고 채집하며 월드를 돌아보는 환경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 'Studium Deliverys'를 통해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도 있다.

새롭게 추가된 지역들은 확실한 컨셉을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풍경으로 구현됐다. 풍맥에서는 '이 풍경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라는 의도가 전해지는 부분이 있지만 다소 악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풍맥의 배치 의도를 살짝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최대 레벨이 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모든 풍맥을 찾을 수 있다.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지만, 레벨업 과정에서 크게 신경을 쓸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미리 찍어둬야지'하는 쪽이 더 피곤하다. 스포일러 없는 팁을 드리자면, "파이프 위"와 "다리 위"를 기억하면 좋다.

이 과정에서 돌아보는 샬레이안과 사베네어를 비롯한 새로운 지역들은 굉장히 아름답다. 직접 돌아다니는 수고를 해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게임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끔찍한 포도와 같은 '디테일'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을지라도, 플레이어가 지나가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러한 풍경은 해당 지역의 BGM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플레이어들이 즐겁게 모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여정에서 단순히 성장의 체감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를 느끼게 만드는 장치다. MMORPG에는 추억이 담기는 만큼,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도 좋지만 스스로 무엇인가 찾고 살펴보고 조사하는 '모험'과 '탐험'을 담았다. 비록 이를 전문적으로 장려하는 장르의 게임보다는 떨어질지라도, 탐험 수첩과 맵을 밝히고 주변의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며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 메인/서브 퀘스트와 풍맥을 체크하다보면 세계를 두루두루 둘러볼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특정 지역들의 퀘스트 동선은 영 좋지 못한 수준이라기보다는 끔찍한 수준이다. 메인 스토리만 즐기는 입장에서도, 지형의 특수성에 따라서 빙 돌아가야는 지역이 적지 않으며 맵의 크기도 거대하여 동선이 매우 길어지고 늘어지는 경향이 간혹 있다. NPC들의 동행과 함께 추가된 '미행'은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하며, 이 부분에서 퀘스트 동선에 더욱 불합리함을 느낄 수 있다. 아쉬운 흠이랄까.

또, 텔레포테이션 비용의 한계가 확장되면서 텔레포의 비용에도 많은 부담이 따르게 됐다. 같은 지역 내 텔레포 비용은 크게 절감되었으나, 지역 이동이 많은 게임 특성상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비에라와 로스갈은 새로운 투구 장식과 헤어스타일을 몇 가지 얻었다. 이전 확장팩에서 하지 못한 여러 가지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어서 환영할 부분이겠지만,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번 확장팩에서 새롭게 추가된 남성 비에라는 초기에는 발표 당시는 이슈가 적지 않았으나 현재는 별다른 이슈 없이 나름대로 잘 정착된 듯한 모습이다. 음성이나 모션에서는 큰 이슈가 없이 플레이어들이 적당히 만족하고 있고, NPC도 나름대로 조명돼서 플레이어들에게 큰 거부감 없이 정착한 것 같다.

▲ 생활이 재미가 있으니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모험가의 추억을 담은 훌륭한 마무리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확장팩인 '효월의 종언'은 파이널판타지14의 세계관과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모험을 시작하게 된 '빛의 전사'의 근원점과 진실에 다가가고, 이를 통해 파이널판타지14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던 '조디악-하이델린 사가'를 마무리 짓는 위치다.

이 거대한 서사시는 단순히 현재와 미래만 조명하는 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수년 동안 이어온 빛의 전사, 모험가의 여정과 인연이 모두 이 조디악-하이델린 사가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만큼, 그동안의 모험들을 돌아볼 수 있거나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이 적지 않게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이 장치들이 현재의 사건과 미래와 중구난방으로 범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발팀은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필요할 때는 모험가들의 인연이 등장하고, 이들이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적절한 도움을 주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새벽의 현자들은 한층 더 성장하면서 모험가를 도왔고, 모험가는 이들의 기대에 배반하지 않았다. 친구를 처음 사귄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잼민이 리퍼는 안티 히어로적인 면모도 그려냈고, 수년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하이델린-조디악 사가의 메인 빌런이 구체화되는 과정도 극적이었다.

이러한 스토리가 앞서 언급한 대로 한층 발전한 연출과 큰 분량의 시네마틱, 더빙과 연기를 통해 완성됐다. 그렇게 멋지게 파이널판타지14는 기나긴 세월 이어온 '조디악-하이델린'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고, '빛의 전사'의 여정을 한 차례 완성하며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는 데에 성공했다.

▲ 수많은 인원이 몰리는 '마물 런'의 시기인데, 서버의 문제는 꽤 치명적이다.

새로 추가된 요소들의 호불호나 평가가 다소 갈릴지언정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활기와 움직임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대세가 안된다고, 리스크가 높은 게임의 끝판왕 장르 MMORPG에서 다시 한번 활기를 불어넣고 사람을 끌어 모았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100% 완벽하고 좋다고만 할 순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폭발적인 대기열이 발생하고, 인스턴스 이동의 시간이 제한되었으며 신호 불안정도 간혹 보고되기도 한다. 새로운 데이터 센터와 월드를 추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몰리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었어도, 장르와 특성상 기존 플레이어들과의 격차가 벌어져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하위 콘텐츠들의 소비를 유도하기에 천천히 따라잡을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그만큼 '느긋하게 즐기기에 좋은' MMORPG로는 최적의 조건이다. 급하지 않게, 누구나 긴 세월 달려온 '모험가'의 여정을 돌아보기 좋기에 사람이 더욱 몰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죽하면 게임이 너무 잘 팔려서,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으므로 '판매'를 중단했겠는가. 개인적으로도 대단히 놀라운 결정이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효월의 종언' 확장팩은 상업적으로도, 게임 콘텐츠적으로도 분명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만족했다고 생각한다.


핵심적인 파이널판타지14: 효월의 종언의 모험은 흥미롭고 즐겁다. 모험가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잘 짚어냈으며, 조디악-하이델린 사가의 장대한 여정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대단원 성격의 확장팩이다. 연출로 호평받은 '칠흑의 반역자'에 못지않은 연출과 서사시는 방대한 분량을 깔끔하게 보여주었다.

굳이 억지로 흠을 잡자면 몇 차례 연기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COVID-19 이슈 영향으로 한차례 연기된 확장팩이, 얼리 액세스를 2주 남기고 한차례 더 발매 연기를 발표한 점은 아쉽다. 그렇지만 발매 연기를 한 걸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효월의 종언'은 지난 확장팩 '칠흑의 반역자'에 못지않은 높은 만족감을 주는 모험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질 모험은 이제 정말 '모험가'만의 이야기다. 그동안 꼬인 타래를 확실하게 풀었고, 이제 개발팀이 말하고자 하는 또 다른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나긴 서사시를 잘 마무리했는데, 그 이야기가 기대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파이널판타지14: 효월의 종언은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훌륭한 확장팩이라고 생각한다.